간병인 없는 간병비 급여화 ‘적정성 평가’ 논란
政, 1~2등급 기관으로 제한 방침…중소요양병원들 반발
2026.06.12 06:27 댓글쓰기



정부가 내년 시행 예정인 요양병원 간병비 급여화 대상을 적정성 평가 1, 2등급 기관으로 제한할 것으로 알려지면서 병원들이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의료중심 요양병원 취지에 맞게 공인된 평가에서 상위권 성적을 받은 병원에 한해 간병비 급여화 자격을 부여하겠다는 취지지만 병원들은 과도한 잣대라며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병원계에 따르면 보건복지부는 최근 의료중심 요양병원 필수조건으로 ▲적정성 평가 1~2등급 ▲간호인력 1등급 ▲의료기관인증 ▲100병상 이상 ▲비급여 진료비 비율 등을 설정했다.


복지부는 이달 말 공청회를 열고 ‘의료중심 요양병원 지정 기준 및 간병 급여화 방안’을 공식 발표할 예정이다. 간병비 급여화는 내년 1월부터 시행된다.


중소요양병원들 반발로 제도 시행 시점을 6개월 늦춘 복지부는 그동안 유관단체 및 전문가들과 의료중심 요양병원 지정 기준을 논의해 왔다.


규모에 따른 지정을 놓고 논란이 많았던 만큼 100병상 이상으로 문턱을 낮췄지만 적정성 평가라는 새로운 변수가 제시됐다.


정부는 당초 올해 요양병원 급여 적정성 평가에서 1∼3등급을 받은 기관을 간병비 급여화 시범사업에 포함하는 방안을 검토했다.


하지만 지난해 평가에서 전체 요양병원 중 1∼3등급이 992곳(74.9%)에 이르자 대상을 2등급까지로 제한하기로 했다. 부실 요양병원이 지원 대상에 포함될 가능성 등을 우려해서다.


해당 평가에서 1, 2등급 기관은 총 684곳으로, 정부가 1차 목표로 하고 있는 500곳과 비슷한 규모다.


이런 방침이 알려지자 병원들은 강하게 반발했다. 특히 병상 규모 완화로 기대감을 높였던 중소요양병원들은 아연실색이다.


13개 평가지표 중에는 일상생활수행능력(ADL) 개선 비율, 중등도 이상 통증 개선 환자 비율, 지역사회 복귀율 등이 포함되는데 이런 항목은 중증환자가 많을수록 불리하다.


의료중심 요양병원을 기치로 내건 제도에 자칫 의료필요도가 높은 환자를 많이 보는 병원들이 참여하지 못하는 기현상이 발생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중소 요양병원 비상대책위원회는 긴급 기자간담회를 통해 정부의 간병비 지원 정책을 맹비난했다.


A요양병원 원장은 “적정성 평가에서 높은 점수를 받기 위해서는 환자의 기능 개선이 필요하지만 중증환자 비율이 높은 병원들은 불리할 수 밖에 없다”고 토로했다.


이어 “정부는 어떻게든 500개 병원을 맞추기 위해 핑계거리를 찾는 것으로 밖에 비춰지지 않는다”며 “적정성 평가 결과의 지속 가능성은 어떻게 보완할 것이냐”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적정성 평가 자체의 객관성 및 신뢰성 문제도 지적했다.


실제 그동안 국정감사 등을 통해 적정성 평가자료 조작 의혹, 상대평가 구조적 문제, 평가방식의 불합리성 등이 지속적으로 제기돼 왔다.


B요양병원 원장은 “정책 결정 기준으로 사용하는 자료는 객관성이 확보돼야 한다”며 “논란이 많은 자료를 선정기준으로 활용할 경우 제도 자체의 신뢰를 잃게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병상 문턱 낮추고 평가 기준 높이고

적정성 평가 객관성 논란…정책 신뢰 의문


한편, 중소 요양병원들은 선정기준 등을 차치하더라도 당장 간병인이 없는 상태에서의 간병비 급여화는 ‘간병대란’을 초래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고용노동부의 노동시장 전망 자료에 따르면 2025년 간병인 필요 인원은 14만명이지만 실제 활동 중인 간병인은 4만명에 불과하다.


가뜩이나 간병인 공급이 절대적으로 부족한 상황에서 정부의 간병비 급여화가 시행될 경우 3교대 기준 최소 3.6배의 인력이 더 필요하다는 추산이다.


무엇보다 주목해야할 부분은 ‘간병인 자격’이다. 앞서 보건복지부가 제시한 간병비 급여화 계획에는 ‘질 높은 간병 서비스’를 위해 간병인력 자격요건을 ‘요양보호사’로 명시했다.


요양보호사 자격증이 없는 기존 간병인들은 인정되지 않는다는 얘기다.


하지만 지난 2008년 장기요양보험 도입 이후 전국 요양시설에 요양보호사 제도가 정착되면서 대부분의 인력들이 대거 요양시설로 이동했다.


반면 야간근무, 치매관리, 낙상위험 등 근로조건이 상대적으로 열악한 요양병원 근무 기피현상은 심화됐다.


때문에 자연스레 요양병원 간병인은 조선족으로 대체되기 시작했고, 현재는 그 비율이 80~90%에 이르는 상황이다.


현재 요양병원 간병인 대부분이 조선족인 점을 감안하면 이들이 정규교육 240시간 이수와 자격시험을 통해 요양보호사 자격을 취득해야 하지만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는 게 중론이다.


C요양병원 원장은 “현재 요양병원 간병은 조선족 노동력에 절대적으로 의존하고 있는 구조”라며 “정부의 간병비 급여화 제도는 이 인력들이 고스란히 배제되는 셈”이라고 토로했다.


특히 조선족 간병인 상당수가 60대 이상이고, 이 마저도 비자 문제 등으로 신규 유입이 급감하고 있어 일선 요양병원들의 근심이 커지고 있는 상황이다.


물론 국내 요양보호사 300만명 중 실제 활동 중인 비율이 20%인 점을 감안하면 이들 인력의 유인이 필요하지만 결코 쉬운 문제가 아니다..


특히 동일한 임금을 주더라도 노동강도, 근무형태, 사고책임 등 전반적인 여건을 감안할 때 요양보호사들이 요양병원으로 유입되는 것을 기대하기는 어렵다는 분석이다.


결국 요양시설 대비 파격적인 임금을 통한 동기부여가 필요하지만 이는 곧 건강보험 재정과 직결되는 만큼 정부 차원에서도 고민이 클 수 밖에 없다.


중소요양병원 비상대책위원회 관계자는 “간병인 확보 대책이 없는 상태로 간병비 급여화를 강행할 경우 요양병원 간병은 즉시 붕괴될 것”이라고 토로했다.


이어 “간병비 급여화라는 미명 아래 진행 중인 요양병원 구조조정은 실패할 수 밖에 없다”며 “간병인 수급 대책을 먼저 세운 후 급여화 정책을 시행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1, 2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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