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성논리 치중 폐고혈압 신약…“환자 생명권 위협”
대한폐고혈압학회 “고가약제 급여 적용·KCD 개정 등 건보 보장성 강화” 촉구
2026.06.27 06:39 댓글쓰기

국내 폐고혈압 치료 환경이 잇따른 신약 도입에도 불구하고 건강보험 급여 미적용 등으로 인해 의료진과 환자들이 적잖은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혁신적인 치료제들이 국내 허가를 받고도 경제성 논리에 밀려 환자들에게 닿지 못하는 현실을 시급히 개선해야 한다는 전문가들 호소가 이어지고 있다.


김계훈 전남대병원 순환기내과 교수(차기 이사장)는 26일 열린 춘계학술대회 간담회에서 폐고혈압 신약 및 고가 약제의 신속한 도입과 보험 급여 적용 필요성을 역설했다. 


최근 가장 주목받는 신약인 액티빈 신호 전달 억제제 ‘소타터셉트’는 기존 치료제 사용 환자를 대상으로도 임상적 악화나 사망 위험을 83%가량 줄여주는 획기적인 약물이다.


김 교수는 “해당 약제가 2024년 12월 혁신성을 인정받아 신속하게 허가됐지만, 300일이 지나도록 보험 등재가 진행되지 않아 환자들이 비용 문제로 벼랑 끝에 내몰리고 있다”고 지적했다.


소타터셉트 외에도 여러 필수 약제들이 경제성 장벽에 가로막혀 있다. 만성 혈전 색전증 폐고혈압(CTEPH) 증상 개선에 쓰이는 ‘아덴파스(리오시구앗)’ 역시 급여가 지연됐고, 간질성 폐질환에 동반된 폐고혈압 치료제 ‘타이바소’는 허가 이후 경제성이 없다는 이유로 급여 등재에 실패했다. 


특히 중증 폐동맥고혈압 환자 생존율 향상에 필수적인 정맥 주사용 ‘에포프로스테놀’은 오리지널 개발사가 수익성 문제로 철수한 이후 30년째 국내에 도입조차 되지 못하는 실정이다.


김 교수는 “한 사람의 생명은 경제적 효율이나 이익으로 계산할 수 없는 절대적 가치라며 정부와 언론, 제약사 등이 합심해 중증 환자들이 적절한 치료를 받을 수 있는 의료환경을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폐고혈압 환자 보장성 핵심, 표준질병사인분류(KCD) 개선


김대희 총무이사(서울아산병원 심장내과)는 표준질병사인분류(KCD) 개정을 통한 폐고혈압 환자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를 촉구했다.


김 총무이사는 “현행 질병 분류 체계는 폐고혈압 환자 임상적 특성과 질환 부담을 충분히 반영하지 못하는 한계가 있다”며 “KCD 개정을 통해 폐고혈압 관련 질환 분류를 보다 체계화하고 명확히해서 환자들 의료접근성과 건강보험 보장성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질환 특성에 부합하는 분류체계 정비는 국가 차원의 환자관리체계를 고도화하는 데 중요한 기반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폐고혈압 진료지침 첫 제정 방향 공개


김경희 진료지침제정위원장(인천세종병원)은 학회 발족 후 첫 공식 폐고혈압 진료지침 제정 방향과 발표 계획을 공개했다.


김 위원장은 “폐고혈압은 희귀·난치성 질환으로 대규모 임상근거가 제한적이어서, 한국인 데이터가 축적되기를 기다려 권고 근거 수준을 확보하는 데 신중을 기했다”고 밝혔다. 


특히 현행 건강보험 급여 기준이 국제표준과 차이가 크고 임상적 유효성이 확인된 일부 치료제는 아직 급여가 적용되지 못한 상황이 큰 영향을 미쳤다. 


이에 해외 진료지침을 그대로 적용하기보다 국내 진단 및 치료 환경을 반영한 한국형 진료지침을 마련해 급여 기준 개선의 근거로 제시코자 했다.


이러한 과정을 거쳐 첫 진료지침 개발을 완료했고, 9월 중순까지 관련 학회 인준 절차를 진행할 계획이다. 


10월 중순까지 국문판 정비 및 영문판 투고를 마치고, 11월 심장학회 학술대회 기간 중 국문 인쇄본 배포와 함께 정식 발표할 예정이며, 내년 1월에는 영문판을 국내외 학술지에 공동 게재한다는 방침이다. 


김 위원장은 “진료지침이 임상 표준화와 함께 급여 기준이 국제 수준에 부합토록 개선되는 근거로 활용되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신약 도입 및 진료지침 개선 통해 ‘환자 건보 보장성’ 강화


신약 도입과 진료지침 개선은 환자들 진료환경 및 건보 보장성 강화로 이어져야 하는 만큼 학회는 이 같은 노력을 이어가겠다는 입장이다. 


정욱진 회장은 “환자들이 보다 빠르게 진단받고 적절한 치료를 받을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것이 학회 최우선 목표”라며 “앞으로도 신약 접근성 확대와 보장성 강화, 진료 표준화를 통해 환자 생존율 향상에 기여하겠다”고 밝혔다.


한편, 전 세계 인구 약 1%에서 발생하는 중증 희귀 난치성 질환인 폐고혈압은 국내에 약 50만 명의 환자가 있는 것으로 추산되며, 이 중 제1군 폐동맥고혈압 환자는 약 6000명 규모다. 


다양한 약제 개발로 국내 폐동맥고혈압 환자의 5년 생존율은 71.8%, 평균 생존기간은 13.1년까지 향상됐지만, 여전히 30% 가까운 환자가 사망하는 고위험 질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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