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저출생 극복을 위해 매년 수 십조원의 예산이 투입되고 있지만 정작 어렵게 태어난 고위험 신생아를 치료할 의료 기반은 빠르게 무너지고 있다는 현장의 비판이 제기됐다.
대한신생아학회는 3일 대통령과 국민을 향한 호소문을 내고 국가 차원의 긴급 응급조치와 후속세대 육성책 마련을 촉구했다.
학회는 현재 전국 신생아중환자실이 한계에 도달했다고 진단했다. 아이를 낳으라고 권장하면서도 정작 태어난 아기가 갈 병원은 없어지는 역설적 상황에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는 주장이다.
특히 비수도권 상황은 재난에 가깝다고 경고했다. 신생아 분과전문의 1~2명이 24시간 365일 해당 지역 고위험 신생아를 홀로 감당하는 곳이 수두룩한 실정이다.
전공의 기피현상 심각…2025년 13.4% 불과
이 같은 위기는 소아청소년과 전공의 지원 기피현상이 고착화된데 기인한다. 작년 하반기 소아청소년과 전공의 모집 충원율은 13.4%(2025년 하반기 모집 기준)에 불과했다.
학회는 “신생아중환자실 미래를 책임질 신생아 분과전문의 신규 공급 라인이 완전히 끊겼다”며 “현장은 급속히 고령화돼 남은 교수들이 진료와 당직을 떠안으며 버티는 형국”이라고 호소했다.
결국 현장 분위기는 잠시 버티면 지나갈 일이 아니라, 의료의 연속성 자체가 무너진 상황이라는 인식에 도달했다는 지적이다.
“지방 중소 신생아중환자실 이미 폐쇄”
학회에 따르면 이미 의사가 없어 지방의 여러 중소 신생아중환자실이 문을 닫았고, 이제는 수도권 중소병원들마저 인력난으로 흔들리기 시작했다.
학회는 “밤샘 당직을 서며 버티는 지방 거점 병원들도 언제 같은 위기에 직면할지 알 수 없는 처지”라며 “가장 취약한 신생아와 그 가족들의 생명권을 박탈하는 일”이라고 비판했다.
학회는 그간 현장을 지키기 위해 보건당국과 다각도로 협력해 왔지만 이제는 의료진 개개인의 희생과 헌신만으로 붕괴의 거대한 파도를 막아내기에는 역부족이라고 거듭 호소했다.
이에 보건복지부 등 단일 부처의 정책적 대응을 넘어선 정부 차원의 결단과 긴급 조치를 요구했다.
무너져 내리는 NICU의 숨통을 틔울 수 있는 긴급 지원책과 함께 젊은 의사들이 신생아 분과를 선택할 수 있도록 후속 세대 육성책을 국가 최우선 과제로 수립해 달라는 주문이다.
학회 관계자는 “신생아중환자실은 단순한 병실 하나가 아니라 대한민국의 미래가 태어나 처음 숨을 쉬는 곳”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어 “갓 태어난 아이의 생명조차 지켜주지 못하는 나라에서 저출생 극복은 공허한 구호일 뿐이므로, 이제는 우리 사회가 책임 있게 응답해 주기를 간절히 요청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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