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세도 거뜬…초고령자 수술 ‘빛과 그림자’
전세계에서 가장 빠르게 고령화되는 대한민국…“어디까지 치료” 새 명제
2026.07.10 11:44 댓글쓰기



초고령사회로 접어들면서 80~90대 환자 심장수술·암수술·인공관절수술 같은 고난도 수술이 크게 늘고 있다. 이에 “나이가 많아도 적극 치료해야 한다”는 주장과 “삶의 질(質) 및 의료자원·과잉치료를 고려해야 한다”는 반론이 동시에 커지고 있다. 더욱이 우리나라는 세계에서 가장 빠르게 고령화가 진행되는 국가 중 하나다. 의학 발전으로 마취·중환자 관리·로봇수술 기술이 향상되면서 예전에는 불가능하다고 여겨졌던 90대 수술도 크게 늘었다. 그 결과 ‘수술 가능 여부’ 보다 ‘어디까지 치료해야 하는가’라는 명제가 새로운 쟁점으로 부상하고 있다. 초고령화사회 또 다른 논쟁거리인 초고령자 수술의 빛과 그림자를 조명한다.


수술은 가능, 어디까지 치료하나


과거에는 “연세가 너무 많아 수술이 어렵다”는 말을 듣던 80~90대 환자들이 이제는 심장수술, 암수술, 인공관절수술 등 고난도 수술을 받고 건강하게 퇴원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실제로 대학병원과 상급종합병원에서는 90세 이상 환자의 폐암 절제술, 대동맥판막 치환술, 대장암 수술, 고관절 수술 등이 더 이상 특별한 일이 아니다. 


일부 병원에서는 95세 이상 초고령 환자가 수술을 받고 수년간 건강한 생활을 이어가는 사례도 보고되고 있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 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인공관절 수술은 11만8695건으로, 최근 3년간 약 7.5% 증가했다. 특히 80세 이상 초고령 환자 비율도 11.9%에서 12.5%로 늘어났다.


척추 분야에서도 비슷한 변화가 확인된다. 65세 이상 척추수술 환자 비율은 29.6%에서 45.7%로 증가해 전체 수술 환자의 절반에 육박했다.


의료계는 이러한 변화가 고령인구 증가와 의료기술 발전이 맞물린 결과로 보고 있다.


이 같은 변화의 배경에는 눈부신 의학기술 발전이 자리하고 있다. 최소침습수술과 로봇수술이 보편화되면서 수술 부담이 감소했고, 마취기술과 중환자 치료 수준도 크게 향상됐다. 


과거에는 나이 때문에 포기해야 했던 치료가 이제는 충분히 고려 가능한 선택지가 된 것이다.


하지만 의료계 안팎에서는 새로운 질문이 제기되고 있다. ‘수술이 가능한가’를 넘어 ‘과연 어디까지 치료해야 하는가’라는 고민이다. 


기대수명 연장과 의료기술 발전이 가져온 축복 뒤에는 삶의 질, 의료자원 배분, 과잉치료 논란이라는 또 다른 과제가 존재한다.



“나이는 숫자”…초고령자 수술 새로운 접근


의료계는 이제 환자 주민등록상 나이보다 건강 상태를 더 중요하게 평가한다.


과거에는 80세를 넘으면 수술 자체를 부담스러워했지만 현재는 다르다. 같은 90대라도 신체 기능과 기저질환 여부에 따라 예후가 크게 달라질 수 있기 때문이다.


최근 의료현장에서는 ‘생물학적 나이’라는 개념이 중요하게 다뤄지고 있다. 실제 건강 상태와 장기 기능, 활동 능력 등을 종합적으로 평가해 치료 여부를 결정하는 방식이다.


예를 들어 퇴행성 관절염으로 걷기조차 힘들었던 80대 환자가 인공관절수술 후 일상생활을 회복하거나 폐암 진단을 받은 90대 환자가 수술을 통해 완치 판정을 받는 사례도 적잖다. 


심장판막질환 환자들이 경피적 대동맥판막 삽입술(TAVI)과 같은 최신 시술을 통해 건강을 회복하는 경우도 더 이상 새롭지 않은 소식일 정도다.


A대학병원 심장혈관흉부외과 교수는 “예전에는 80세를 넘으면 수술 자체를 고민했지만 지금은 심폐기능과 전신상태가 양호하다면 90세 환자도 충분히 수술을 고려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중요한 것은 나이가 아닌 환자 상태”라며 “같은 90세라도 일상생활을 하는 환자와 와상 상태 환자는 다르다. 단순히 나이로 치료 여부를 결정하는 시대는 지났다”고 덧붙였다.


의료진은 “단순히 생명을 연장하는 게 아니라 건강수명을 늘리는 데 의미가 있다”고 입을 모은다. 실제 기대수명이 크게 늘어난 현재의 80대는 과거의 80대와는 전혀 다른 모습이다. 


왕성한 활동을 이어가고 여행과 취미생활을 즐기는 고령층도 많아진 상황에서 단순히 나이가 많다는 이유만으로 치료 기회를 제한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는 의견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일부 전문가들은 연령만을 기준으로 치료를 제한하는 것은 일종의 ‘의료 차별’로 볼 수 있다고 지적한다. 환자 개인의 상태와 의사를 최우선으로 고려해야 한다는 것이다.


늘어나는 수술, 삶의 질(質) 및 과잉치료 논란


반면 초고령자 수술 증가를 우려하는 목소리도 적잖다. 가장 큰 문제는 수술 성공과 삶의 질 향상이 반드시 일치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고령환자의 경우 수술이 성공적으로 끝났더라도 회복 과정에서 다양한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 장기간 중환자실 치료가 필요하거나 폐렴, 섬망, 감염 등 합병증 위험도 상대적으로 높다.


특히 인지기능 저하가 있거나 여러 만성질환을 동시에 앓고 있는 환자의 경우 수술 후 독립적인 생활이 어려워질 수 있다. 결국 요양병원이나 요양시설에서 생활하게 되는 사례도 흔하다.


이 때문에 노인의학 전문가들은 “수술 가능 여부보다 수술 이후의 삶을 먼저 고려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B대학병원 노년내과 교수는 삶의 질을 고려한 접근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수술이 성공했다고 반드시 좋은 결과라고 말할 수 없다”며 “환자에게는 수술 이후 독립적인 생활이 가능한지, 본인이 원하는 삶을 유지할 수 있는지가 더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가족은 생명 연장을 원하지만 환자는 편안한 삶을 원하는 경우도 많다”며 “치료 결정 과정에서 환자의 의사가 가장 우선돼야 한다”라고 덧붙였다.


실제 환자는 편안한 삶의 마무리를 원하지만 가족은 생명 연장을 기대하면서 적극적 치료를 요구하는 경우도 있다. 의료진 역시 가능성이 존재하는 상황에서 치료를 포기하기 쉽지 않다.


결국 환자 의사보다 주변 환경에 의해 치료 방향이 결정되는 상황이 발생할 수 있는 셈이다.


과잉치료 논란도 꾸준히 제기된다.


특히 말기 암 환자나 중증 치매환자, 다발성 장기부전 환자의 경우 수술이 실제 생존기간 연장에 큰 도움이 되지 않으면서도 환자에게 상당한 고통을 줄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의료계에서는 무조건적인 생명 연장이 아니라 환자가 원하는 삶의 형태를 고려한 치료 목표 설정이 중요하다고 보고 있다.


초고령사회가 던진 숙제…환자 중심 의료


초고령 인구가 급증하면서 향후 초고령자 수술은 더욱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이에 따라 의료계는 물론 사회 전체가 새로운 기준을 마련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전문가들은 초고령 환자의 치료 결정 과정에 다학제 접근이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외과는 물론 마취통증의학과, 재활의학과 전문의, 간호사, 사회복지사 등이 함께 참여해 환자의 신체 상태와 인지 기능, 사회적 환경을 종합적으로 평가해야 한다는 것이다.


환자 자기결정권을 보장하기 위한 제도적 노력도 중요하다.


연명의료결정제도가 시행 중이지만 여전히 가족 중심의 의사결정이 이뤄지고 있다. 환자 스스로 자신의 치료 목표와 삶의 방향을 결정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돼야 한다는 지적이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의료진과 환자, 가족 간의 충분한 소통이다. 수술 성공률만 설명할 게 아니라 예상되는 회복 과정과 삶의 질 변화, 합병증까지 솔직하게 공유해야 한다.


초고령사회에서 의료의 목표는 단순한 생명 연장이 아니다. 


환자가 원하는 삶을 실현하도록 돕는 것이 진정한 의료의 역할이라는 인식이 점차 확산되고 있다.


의학은 분명 놀라운 발전을 이뤘다. 과거에는 불가능했던 치료가 가능해졌고, 수많은 고령 환자들이 새로운 삶을 얻고 있다.


그러나 의료기술 발전이 모든 문제의 해답은 아니다.


초고령자 수술을 둘러싼 논쟁 핵심은 결국 인간다운 삶에 대한 질문으로 귀결된다. 얼마나 오래 사느냐보다 어떻게 살아가느냐가 더욱 중요해지고 있는 것이다.


100세 시대를 맞은 지금, 우리 사회는 수술 기술의 발전만큼이나 치료의 목적과 가치에 대한 논의도 함께 발전시켜야 한다. 초고령자 수술은 희망과 한계를 동시에 보여주는 거울이다.


이제 의료계와 사회는 ‘수술할 수 있는가’를 넘어 ‘수술해야 하는가’, 그리고 ‘환자가 진정 원하는 삶은 무엇인가’에 대한 답을 찾아야 할 시점에 와 있다.


의료계는 앞으로 초고령 환자 치료에서 단순한 생존율 중심 평가를 넘어 삶의 질과 기능 회복 정도를 함께 고려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C대학병원 마취통증의학과 교수는 “이제 의료 목표는 단순히 생명 연장이 아니라 환자가 본인 삶을 유지하면서 살아갈 수 있도록 돕는 것”이라고 설파했다.


이어 “초고령자 수술은 우리 사회가 노년의 삶을 어떻게 바라볼 것인가에 대한 질문을 던지고 있다”며 “술기 발전만큼이나 환자의 존엄성을 고려한 의료가 요구되는 시대”라고 덧붙였다.


[위 내용은 데일리메디 오프라인 여름호에서도 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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