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어린이병원, 권역 어린이병원과 함께 성장”
채종희 병원장, 새 모델 제시…“중증·복합 희귀질환 더 집중하면서 회송 확대”
2026.07.10 06:19 댓글쓰기

“서울대어린이병원이 잘하는 것을 더 잘하는 데 그치지 않고, 권역 어린이병원과 함께 성장하는 모델을 만들겠다.”


채종희 서울대어린이병원장이 취임 후 첫 전문지 기자간담회에서 제시한 서울대어린이병원의 새로운 역할이다. 아시아·태평양지역 최고 수준 어린이병원이라는 평가에 머무르지 않고, 서울대어린이병원이 가진 진료·연구·교육 역량을 권역 어린이병원과 나누겠다는 구상이다.


어린이병원, 의정사태 이후 폭탄 맞은 것처럼 거의 무너진 상태


채 원장은 지난 8일 서울대병원에서 열린 간담회에서 의정사태 이후 권역 어린이병원 기반이 더 크게 흔들렸다고 진단했다. 


그는 “의정사태 전에는 국립대 어린이병원들이 독자 건물로 생기고, 정부도 어린이병원을 지원하려는 의지가 있어 한 발을 내디디려던 상황이었다”며 “이제 막 터를 닦았는데 의정사태 이후 폭탄을 맞은 것처럼 거의 무너진 상태가 됐다”고 말했다.


최근 전북대병원 신생아중환자실(NICU) 문제도 이 같은 흐름의 연장선으로 봤다. 간담회에서 관련 질문이 나오자 채 원장은 “올 것이 왔다”고 답했다. 특정 병원만의 문제가 아니라 권역 소아진료 기반 약화가 극단적으로 드러난 사례라는 것이다.


다만 채 원장은 이 같은 위기를 서울대어린이병원이 더 많은 환자를 끌어안는 방식만으로 풀 수는 없다고 봤다. 권역 어린이병원이 일정 수준 진료 경험을 쌓고 유지할 수 있어야 전체 소아의료 기반도 회복될 수 있다는 판단이다.


그는 “권역에 있는 어린이병원과 함께 성장할 수 있는 모델을 책임감 있게 진행해야 한다”며 “서울대병원이 가진 진료·연구·교육 역량을 권역 어린이병원 및 어린이 진료와 어떻게 나눌지 고민하는 첫 해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권역 어린이병원과 서울대 잇는 든든한 가교는 상호 ‘신뢰’


서울대어린이병원은 이를 위해 최고난도 중증·복합 희귀질환 소아환자 치료에 더 집중하면서도, 중증 수술 이후 관리와 경증진료는 가능한 회송하는 시스템을 점진적으로 확립한다는 계획이다. 


소아 의료전달체계의 컨트롤타워 역할을 강화하고, 권역 어린이병원 유지와 역량 강화를 뒷받침하겠다는 취지다.


채 원장은 과거 서울대병원이 희귀질환 중앙지원센터 역할을 맡아 권역별 센터를 지원했던 경험도 언급했다. 


그는 “각 권역 신규 센터들을 지원해 같이 역량을 끌어올리고, 조인트 컨퍼런스와 프로그램을 만들면서 희귀질환 권역별 센터들이 성장하는 모델을 만든 적이 있다”며 “이런 접근 방식으로 권역 어린이병원들과 서울대병원이 상생모델을 만들어가겠다”고 밝혔다.


채 원장은 상생모델 핵심을 단순한 환자 회송이 아니라 권역 병원과 서울대어린이병원의 신뢰 회복에 뒀다. 중증 환자가 서울로 쏠리는 현실 속에서도 권역 병원이 진료 경험을 잃지 않도록, 빠른 의뢰와 회송을 통해 경험을 공유하는 구조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그는 “빠른 의뢰와 신속한 해소가 굉장히 필요하다”며 “그러려면 결국 권역과 이곳의 신뢰 관계가 필요한데, 그런 것들은 하루아침에 쌓이지 않는다”고 말했다.


채 원장은 소아의료와 희귀질환 진료가 단기간에 시설을 늘리거나 재정을 투입한다고 곧바로 회복되는 분야가 아니라는 입장을 피력했다. 


그는 “어린이 진료도, 희귀질환도 인프라나 건물이 가고 돈이 간다고 되는 분야가 아니”라며 “정말 한 땀, 한 땀 쌓여서 밑에가 탄탄해야 업그레이드가 가능한 분야”라고 강조했다.


“어린이병원 정상 운영되려면 소아영상, 소아외과계가 탄탄히 받쳐줘야”


정부 지원에 대해서는 긍정적인 평가와 함께 장기적 보완 필요성을 제기했다. 채 원장은 사후보상 시범사업과 NICU·PICU 지원 확대 이후 어린이병원 현장 사기가 올라가고 지원자도 일부 늘었다고 평가했다.


다만 소아의료는 단기 성과가 곧바로 나타나기 어려운 분야인 만큼 지속적인 자원 투입과 세밀한 운영 설계가 병행돼야 한다고 봤다. 


그는 “지금은 겨우 바닥을 다진 것”이라며 “올라가려면 더 지속적인 자원 투입과 인식 개선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지원은 하면 할수록 규모가 더 늘어나야 한다”며 “정부가 장기간 더 많이 지원해 준다면 어린이병원 더 잘해낼 수 있다”고 덧붙였다.


지원 설계 범위도 소아청소년과에만 머물러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어린이병원은 소아영상, 소아마취, 소아외과계, 간호 인력이 함께 움직여야 유지될 수 있다는 설명이다.


그는 “어린이병원이 정상 운영되려면 소아영상과 소아외과계가 탄탄히 받쳐줘야 한다”며 “소아청소년과만 생각해서는 안 된다”면서 “소아정형외과 등 일부 분야에서 전임의 지원이 끊겼다. 어린이 진료 전반의 인력 기반을 함께 봐야 한다고 지적했다.


채 원장은 “어린이병원이 가진 한계점이 분명히 존재하지만, 지혜를 모아 헤쳐 나가지 못할 일은 없다”며 “서울대어린이병원이 국내 소아의료의 든든한 최종적인 지지대가 되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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