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내 19세 미만 청소년들의 근시 유병률이 빠르게 증가하고 있는 것과 관련, 소아 근시를 단순 시력 저하가 아닌 공중 보건 차원에서 접근해야 한다는 전문가들 지적이 나오고 있다.
김안과병원 김대희 교수는 최근 제4회 아시아·태평양 근시 관리 심포지엄(APMMS 2026)에서 “소아 근시는 한번 진행되면 성장이 멈출 때까지 계속 나빠지는 비가역적 진행성 질환”이라고 말했다.
근시는 안구 길이가 길어지면서 상이 망막 앞쪽에 맺히는 굴절 이상으로, 먼 곳은 흐리게 보이는 상태를 의미한다.
특히 어릴 때 근시가 생길수록 질환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더 높다. 실제 한국 5~18세 청소년의 65.4%가 근시이며, 19세 청소년 근시 유병률은 96.5%에 달해 아시아 최고 수준이다.
근시 유병률이 빠르게 높아지는 것도 문제다. 대한안과학회 발표에 따르면 국내 청소년의 근시 유병률은 40년 전(前) 9%에서 2024년 57%로 증가했다.
현 추세가 지속된다면 오는 2050년경에는 청소년 10명 중 9명이 근시, 이중 3명 이상(31.3%)은 고도 근시로 진행될 수 있을 것으로 추정된다.
근시 내원 소아청소년 환자, 2020년 57만9667명에서 2024년 65만 942명으로 증가
실제 건강보험심사평가원 자료에서도 근시로 내원한 소아청소년 환자 수는 2020년 57만9667명에서 2024년 65만 942명으로 늘어났다. 근시로 내원한 전체 환자 110만명 중에서 58%를 차지하는 셈이다.
청소년 근시를 단순한 시력 문제로만 받아들이는 것은 위험하다. 소아청소년기 근시를 방치하면 성인기 녹내장, 황반변성, 백내장 등으로 이어질 수 있고, 특히 고도 근시일 경우 망막박리 위험이 저도근시 대비 약 4배, 비근시 대비로는 약 12배 높다.
근시의 가장 큰 문제로 ‘합병증 위험’이 지목된다. 성인이 됐을 때 -6디옵터 이상의 고도근시로 발전하면 망막박리 위험은 약 12~13배, 녹내장은 3-4배 높아지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근시성 황반변성 발생 위험도 크게 증가할 수 있고, 이러한 합병증은 영구적인 시력 손상을 남길 수 있어 소아 및 청소년 시기부터 근시 진행 속도를 관리하는 것이 중요하다.
김 교수는 “눈이 억지로 길어지면서 안구 내부 구조 변화가 발생해 망막박리, 녹내장, 백내장, 사시 등 다양한 안질환 위험이 높아진다”고 설명했다.
그는 “특히 어린 나이에 근시가 시작될수록 진행 기간이 길어져 고도근시로 이어질 가능성이 커진다“며 ”조기 발병 여부와 진행 속도를 빨리 확인해 적절히 개입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소아 근시 방치, 미래 사회적 질병 부담 증가”
문제는 상당수 국민들 인식이 ‘근시가 생기면 안경을 맞추면 된다’는 수준에 머물러 있다는 점이다.
조기 개입 및 관리가 필요한 소아 근시가 방치, 미래 사회적 질병 부담을 키우는 요인이 되고 있다.
한국소아청소년근시연구회는 이런 문제 의식을 토대로 40여 명의 안과 전문의들이 함께 ‘2026 한국형 근시 치료 가이드라인’을 개발했다.
가이드라인에 따르면 생활습관 개선과 함께 광학 치료, 약물 치료를 병행하면 근시 진행을 늦출 수 있다고 한다.
대표적인 약물 치료는 저농도 아트로핀 점안으로, 하루 한 번 점안하는 방식으로 사용이 간편하고 다른 치료와 병행이 가능하다는 장점이 있다.
그러나 눈부심이나 근거리 시야 불편감, 치료 중단 시 근시가 급격히 진행되는 ‘리바운드’ 가능성을 고려해야 한다.
광학 치료에는 소프트 콘택트렌즈, 각막굴절교정렌즈(드림렌즈), 근시 억제 안경 등이 포함된다. 소프트렌즈는 적용 범위가 넓고 활동성이 좋지만 충분한 착용 시간이 필요하다.
미국 식품의약국(FDA) 승인을 최초로 획득한 쿠퍼비전의 콘텍트 렌즈 ‘마이사이트 원데이’는 소아의 근시 진행을 늦추고 시력을 교정하는 제품으로 현재 임상현장에서 널리 사용되고 있다.
특히 일본 어린이를 대상으로 한 임상에서 근시가 약 50% 덜 진행되고, 안축장 길이가 덜 증가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안축장 길이가 길어질수록 초점이 망막 앞에 맺혀 근시가 발생한다.
일본 이타미 센트럴 안과 니노미야 사유리 박사는 “다인종 임상을 진행했을 때보다, 일본 어린이만을 대상으로 임상을 진행했을 때 근시 억제 효과가 더 크게 나타났다“며 ”한국과 일본의 근시 진행 양상과 생활 방식이 매우 유사하다는 것을 감안하면 이번 임상 결과가 한국 의료진들에게 유의미한 참고 자료가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드림렌즈는 야간 착용 후 낮 동안 안경 없이 생활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는 반면 수면 시간과 적용 대상에 제한이 있다. 근시 억제 안경은 사용이 간편하지만 착용 시간이 부족하면 효과가 떨어질 수 있다.
개인 문제 넘어 공공보건 의제 설정 필요성…‘표준 데이터 구축’ 필요
아울러 소아 근시를 개인 문제를 넘어 정부가 ‘공공보건 의제’로 설정하고, 적극 지원에 나서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경고했다.
그동안 우리 사회는 안경을 쓰면 그만이라는 안일함 속에서 아이들 눈을 너무 오래 방치해왔다는 것이다.
50년 뒤 다가올 실명 팬데믹을 막기 위해서는 국가가 조기 개입해 표준 데이터를 쌓고, 검진 체계를 만드는 등 대응에 나서야 한다고 했다.
신선영 서울성모병원 안과 교수는 “한국을 비롯해 동아시아 국가들은 소아 근시 유병률이 세계적으로 높고 발병 연령도 낮아지고 있다“며 ”그러나 정작 우리 아이들만을 위한 ‘표준 안축장 성장 곡선’은 아직 없는 실정”이라고 토로했다.
국내에서 사용되는 근시 진행 예측 프로그램 대부분이 서양권 데이터에 기반하고 있어, 신체 조건이 다른 한국 아이들에게 적용할 경우 정확도가 떨어질 수 있다는 지적이다.
이에 따라 한국소아청소년근시연구회는 병원 데이터를 활용해 한국형 눈 성장 곡선을 개발하고, 안구 길이 측정 항목을 국가 건강검진에 추가하는 방안을 정부에 제안할 계획이다.
신 교수는 “싱가포르와 대만, 중국 등은 이미 국가 차원에서 근시 예방 프로그램을 운영하거나 학교 내 야외 활동을 강제하는 등 강력한 조치를 취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한국도 안과 전문의와 정부가 협력해 전국 단위 안축장 성장 곡선을 구축하는 등 체계적 로드맵을 가동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위 내용은 데일리메디 여름호에서도 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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