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매일 인슐린 주사를 맞아야 하는 당뇨 환자의 치료 방식을 전환할 수 있는 기술을 국내 연구진이 개발했다. 인공췌장 세포에 전기적 신호를 흘려보내 인슐린을 분비하는 능력을 최대 4배 이상 높이는 데 성공한 것이다.
포스텍(POSTECH)은 기계공학과·IT융합공학과·생명공학과·융합대학원 장진아 교수, 기계공학과 통합과정 김지환 씨, 미래IT융합연구원 용의중 박사 연구팀이 이 같은 연구 성과를 냈다고 10일 밝혔다.
연구팀은 전도성 잉크와 바이오 잉크를 동시에 출력하는 바이오 하이브리드 3D 프린팅 기술을 기반으로 줄기세포에서 유래한 췌장 조직에 균일한 전기 자극을 주는 플랫폼을 개발했다.
1형 당뇨병은 췌장 안에서 인슐린을 만드는 β(베타)세포가 면역 공격을 받아 사라지면서 생기는 병이다. 건강한 췌장은 혈당이 오르면 자동으로 인슐린을 내보내지만, 1형 당뇨 환자는 이 기능 자체가 망가져 있다.
최근에는 줄기세포로 만든 췌도(췌장 안에 흩어져 있는 세포 덩어리) 세포를 이식하는 연구가 활발하지만 실험실에서 만든 췌도세포는 혈당 변화를 잘 감지하지 못하고, 인슐린 분비 능력도 부족했다.
연구팀은 원인 중 하나로 ‘전기적 환경’에 주목했다. 실제 우리 몸속에 있는 췌도 세포는 끊임없이 전기 신호를 주고받으며 혈당을 조절하는데, 실험실 배양 환경에서는 이런 전기 활동이 재현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기존 바이오프린팅 소재에 탄소나노 소재 결합…인공췌도 세포, 사람 세포 수준 성숙
연구팀이 내놓은 해법은 바이오 하이브리드 3D 프린팅 기술로 만든 전기 자극 플랫폼 ‘CoNECT(Conductive Electrode Navigating Electrical Cue to Tissue)’다.
세포와 전기를 ‘연결’한다는 개념으로, 플랫폼의 핵심은 특수 제작한 전도성 잉크에 있다. 생체에 해롭지 않으면서도 전기를 잘 흘릴 수 있도록, 기존 바이오프린팅 소재에 탄소나노 소재를 섞어 만들었다.
CoNECT는 전도성 잉크와 세포를 담은 바이오 잉크를 동시에 출력해 하나의 구조물로 완성된다.
건물을 지을 때 콘크리트와 철근을 함께 쓰듯, 전극 역할을 하는 수직 구조물을 조직 안에 세우고 사이사이에 췌장 조직에서 유래한 세포외기질(dECM) 기반 바이오 잉크를 정밀하게 배치했다.
그 결과, 바깥에서 전기를 단순히 흘려보냈던 기존 방식과 달리, 전극이 조직 내부로 자연스럽게 녹아 들어가 자극이 조직 전체에 고르게 전달됐다.
이렇게 자극을 받은 췌도 세포는 세포 간 신호 전달이 활발해졌고, 인슐린 분비 능력도 향상됐다. 특히 혈당 변화에 따른 인슐린 분비 능력을 보여주는 핵심 지표인 ‘GSIS(Glucose-Stimulated Insulin Secretion) index’는 전기 자극을 가한 경우 6.66으로 측정됐다.
실제 사람 췌도에서 측정되는 GSIS index가 3~4 수준임을 고려하면, 실험실에서 만든 췌도 세포가 실제 사람의 췌도에 가까운 수준으로 성숙했다는 것을 의미한다.
장진아 교수는 “전극과 조직을 하나의 구조로 결합해 줄기세포 유래 췌도 세포 기능을 실제 치료 수준까지 끌어올릴 가능성을 제시했다”며 “이 기술은 당뇨 치료를 넘어 심장과 신경 같은 전기 신호가 중요한 다른 장기 조직 연구에도 폭넓게 응용될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한편, 이번 연구는 재료 분야 국제학술지인 ‘어드밴스드 펑셔널 머티리얼즈(Advanced Functional Materials)’에 게재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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