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의료인력과 인프라가 부족한 지역에서도 인공지능(AI)을 활용하면 높은 수준 의료를 실시간으로 제공할 수 있습니다. AI는 지역의료를 하향 평준화하는 기술이 아니라 상향 평준화하는 도구입니다.”
이재훈 한양대학교 교육협력병원 센트럴병원장은 최근 데일리메디와 인터뷰에서 AI를 활용한 지역 완결형 의료체계 구축을 병원 핵심 목표로 제시했다.
AI를 단순한 진단 보조장비나 병원을 돋보이게 하는 수단으로 봐서는 안 된다는 게 그의 생각이다. 경기 서남부 인구가 빠르게 증가하는 상황에서 주민들이 서울까지 이동하지 않고 필요한 치료를 받으려면 AI 기반 의료체계가 필수적이라는 설명이다.
이 원장은 “수도권 팽창이 과거에는 서울 동남부를 중심으로 진행됐다면 앞으로는 서남부지역 발전 속도가 더욱 빨라질 것”이라며 “반면 경기 서남부는 서울로 이동하는 교통 여건이 상대적으로 좋지 않아 지역 안에서 치료를 마칠 수 있는 의료시설의 중요성이 커지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지역 완결형 병원으로 발전하려면 의료진 확보와 시설 확장이 필요하지만 현재 의료비용과 수가 구조를 고려하면 현실적인 제약이 크다”며 “AI를 통해 의료 수준과 생산성을 높여야 하는 이유”라고 강조했다.
진단부터 환자 관리까지 ‘의료AI’ 단계적 확대
센트럴병원이 AI 도입에 본격적으로 관심을 갖기 시작한 것은 약 2년 전이다. 영상 판독과 내시경 검사 과정에서 의료진이 놓칠 수 있는 부분을 보완할 수단으로 AI에 주목했다.
도입 초기에는 AI 환각(할루시네이션)과 오류 가능성, 비용 등을 이유로 의료진 사이에서도 실효성에 의문을 제기하는 시선이 있었다.
이 원장은 “처음에는 ‘의사의 눈과 손을 얼마나 보완할 수 있겠느냐’는 의심이 컸다”며 “그러나 의료진이 실제로 효용성과 정밀도를 체험하면서 이제는 필요성을 인정하고 있다”고 전했다.
현재 센트럴병원은 AI 기반 뇌출혈 진단 보조시스템과 딥러닝 기반 MRI를 운영하고 있다. 응급 뇌 CT 영상에서 뇌출혈 의심 환자를 빠르게 선별하고, MRI 촬영 시 노이즈와 움직임을 보정해 검사시간을 줄이면서 선명한 영상을 확보하는 방식이다.
지난 2025년 9월에는 위·대장 내시경 검사에 AI 영상분석 시스템 ‘웨이메드 엔도(WAYMED ENDO)’를 도입했다. AI가 내시경 영상을 실시간으로 분석해 용종이나 조기암 의심 부위를 표시하면 의료진이 해당 부위를 다시 확인한다.
이 원장은 “AI는 내시경 전문의를 대신하는 것이 아니라 작거나 놓치기 쉬운 병변을 한 번 더 확인해주는 ‘두 번째 판독자’ 역할을 한다”며 “오진 가능성을 낮추고 진단 정확도를 높이는 데 도움이 된다”고 설명했다.
실제 AI가 의료진이 놓칠 수 있었던 초기 병변을 찾아낸 사례도 있었다.
이 원장은 “영상에서 아주 초기 단계의 병변을 의료진이 놓쳤지만 AI가 이를 선별해 재판독했고, 그 결과 초기에 폐암을 발견한 사례가 있다”며 “수많은 검사 중 한두 건이라도 놓칠 수 있는 병변을 AI가 다시 찾아준다는 데 의미가 있다”고 강조했다.
전(全) 병상 ‘씽크’ 구축…24시간 환자 지키는 안전망
환자 관리 분야에서 가장 큰 변화는 AI 기반 입원환자 모니터링 시스템 ‘씽크(thynC)’ 도입이다.
센트럴병원은 지난 2025년 12월 일반병동 전 병상에 씽크를 구축했다. 환자가 착용한 웨어러블 기기를 통해 심박수와 호흡수, 산소포화도 등 주요 생체신호를 24시간 수집하고 이를 간호사 스테이션에서 중앙 모니터링하는 시스템이다.
기존에는 의료진이 일정한 간격으로 병실을 방문해 상태를 확인했다면, 씽크 도입 후에는 환자가 병동 안에서 이동하거나 의료진이 병실을 비운 순간에도 생체신호 변화를 실시간으로 확인할 수 있게 됐다.
이 원장은 “과거 병상 옆에 모니터가 있어도 이를 주로 보는 사람은 환자나 보호자, 간병인이었다”며 “지금은 생체신호가 간호사 스테이션으로 실시간 전송되기 때문에 이상이 발생하면 의료진이 바로 확인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환자 상태를 24시간 끊김 없이 확인할 수 있다는 점에서 씽크는 병실 안전을 담보하는 중요한 시스템”이라고 평가했다.
모든 환자를 동일하게 관찰하는 방식에서 벗어나 위험도에 따라 의료진의 관심을 배분할 수 있다는 점도 장점이다.
그는 “더 집중적으로 살펴봐야 할 환자와 상대적으로 안정적인 환자가 있다”며 “씽크를 통해 상태가 좋지 않은 환자를 먼저 확인하고 작은 변화에도 즉시 대처할 수 있게 됐다”고 설명했다.
이어 “의료진의 관심이 위중한 환자에게 집중돼 업무 효율성이 높아졌고, 간호사가 병실을 비운 순간에도 생체신호를 확인할 수 있어 심리적 부담도 줄었다”고 덧붙였다.
지역 종합병원은 대형병원보다 의료인력 확보에 어려움을 겪는 경우가 많다. 씽크가 인력의 한계를 보완하면서 입원환자 안전을 높이는 수단이 될 수 있다는 게 이 원장의 판단이다.
환자와 보호자들도 입원 기간 자신의 상태가 계속 관리된다는 점에서 안도감을 느끼고 있다.
이 원장은 “의료진이 계속 지켜보고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환자들이 편안함을 느낀다”며 “위급상황에 즉시 대응할 수 있어 병원에 대한 신뢰와 만족도도 높아졌다”고 말했다.
“인공지능(AI)은 의료진 대체 아닌 역량 증가 툴”
이 원장은 AI가 향후 진단과 치료 과정에서 지금보다 큰 역할을 담당할 것으로 전망했다. 다만 최종 판단과 책임은 의료진에게 있으며 AI는 의료진의 역량을 강화하는 임상 파트너로 활용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AI의 환각과 편향성 문제가 계속 보완된다면 진단과 치료에서 역할이 더욱 커질 것”이라면서도 “사람의 손을 잡고 따뜻한 말을 건네며 마음을 위로하는 전인적 치료까지 AI가 완전히 담당하기는 당분간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AI가 정확한 정보와 판단 근거를 제공하고 의료진이 환자와 교감하는 방식으로 함께 환자를 치료하게 될 것”이라며 “AI는 의료인을 대신하는 기술이 아니라 의료인의 역량을 증강하는 기술”이라고 강조했다.
센트럴병원은 진단과 환자 관리를 넘어 병원 이용 전반에도 AI 활용을 확대할 계획이다.
현재 카카오톡을 기반으로 예약과 검사 안내, 상담 등을 지원하는 ‘AI 케어챗’ 도입을 준비하고 있다. 향후 입원 준비와 복약 안내, 재활 교육, 퇴원 후 관리 등으로 기능을 확대할 방침이다.
음성인식 기반 AI 전자의무기록(EMR) 도입도 검토하고 있다.
이 원장은 “의사가 환자 얼굴을 보기보다 진료 내용을 컴퓨터에 입력하는 데 많은 시간을 쓴다”며 “음성 AI EMR이 대화를 자동으로 기록하고 정리하면 행정업무에 쓰던 시간을 환자에게 돌려줄 수 있다”고 말했다.
궁극적으로는 환자의 검사 결과와 생체신호를 종합 분석하고 필요한 검사나 협진을 제안하는 ‘에이전틱 AI(Agentic AI)’ 기반 임상 워크플로우를 구축한다는 구상이다.
“AI 도입해도 보상체계 거의 없어, 수가 적용 등 제도 정비 필요”
의료AI 확산을 가로막는 현실적인 장애물로는 비용 부담을 꼽았다. 병원이 AI 장비와 시스템을 도입하더라도 관련 비용이 수가에 충분히 반영되지 않아 투자를 주저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이 원장은 “의료AI를 도입해도 비용이 수가에 반영되지 않아 병원이 부담을 떠안아야 한다”며 “이는 AI 도입을 머뭇거리게 만드는 가장 큰 지체 요인”이라고 지적했다.
인허가 제도와 의료사고 발생 시 책임 주체도 풀어야 할 과제로 제시했다.
그는 “의료기기는 철저한 검증이 필요하지만 인허가 제도가 AI 발전 속도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며 “AI가 진단이나 판독을 잘못했을 때 의사와 개발회사, 관리회사 가운데 누가 책임질지도 아직 불명확하다”고 말했다.
이어 “기술뿐 아니라 이를 의료현장에 적용하기 위한 행정적·법적 체계도 함께 발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지난 3월 제8대 센트럴병원장으로 취임한 이 원장은 AI를 활용해 지역 간 의료격차를 좁히고 센트럴병원을 경기 서남부의 지역 완결형 병원으로 발전시키겠다는 목표다.
그는 “지역에서는 우수한 의료인력을 확보하기 어렵고, 유능한 의사를 추가로 고용하려면 막대한 비용이 들지만 수가는 이를 뒷받침하지 못한다”며 “AI는 최신 의학지식을 지역 의료진에게 실시간으로 전달하고 환자 진료를 보조할 수 있다”고 말했다.
끝으로 “센트럴병원에 AI 기반 워크플로우가 완성되면 시흥과 경기 서남부 주민들이 굳이 서울까지 가지 않아도 높은 수준의 치료를 받을 수 있을 것”이라며 “AI를 통해 지역의료 공백을 해소하고 환자와 지역사회가 믿고 의지할 수 있는 병원을 만드는 것이 목표”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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