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외래에서 비교적 간단한 절제술을 하더라도 수술 전(前) 진단과 부작용 설명, 수술 후(後) 조직검사가 충분히 이뤄지지 않으면 후유증에 대한 의료진 책임이 인정될 수 있다는 법원 판단이 나왔다.
부산지방법원 서부지원(판사 문현정)은 지난달 24일 환자 A씨가 외과의원을 운영하는 의사 B씨를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 청구소송에서 B씨가 A씨에게 2187만원을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A씨는 지난 2024년 5월 오른쪽 새끼손가락에 결절이 생겨 B씨의 의원을 방문했다. B씨는 이를 양성종양인 표피낭종으로 진단하고 당일 국소마취로 절제술을 시행했다.
다만 수술 전 초음파 등 영상검사는 이뤄지지 않았고, 수술 후 제거한 조직에 대한 병리검사도 시행되지 않았다. 별도의 수술동의서 역시 작성하지 않았다.
A씨는 수술 후 열흘 동안 해당 의원을 일곱 차례 찾아 드레싱을 받았다. 이후 약 4개월이 지난 같은 해 9월 말 수술 부위의 운동장애와 부종, 통증을 호소했고 다른 병원에서 CT와 MRI 검사를 받았다.
결국 11월 수술 부위의 요측 지신경 외상성 신경종을 진단받아 신경종 절제생검술과 사체 신경이식술을 받았다.
A씨는 수술 전후 검사 미흡과 신경 손상, 설명·요양지도 의무 위반을 주장하며 4933만여원의 손해배상을 청구했다.
이에 법원은 의료분쟁조정중재원과 정형외과 전문의 감정 결과를 토대로 B씨의 진료상 과실을 인정했다.
의료중재원은 영상검사와 조직검사가 모두 시행되지 않아 당초 표피낭종 진단과 절제술 선택이 적절했는지 확인하기 어렵고, 수술 과정에서 수지신경 분지 부위가 손상돼 외상성 신경종이 발생한 것으로 보인다고 판단했다.
신체감정을 맡은 전문의도 최초 수술 부위와 신경종 발생 부위가 일치한다며, 수술 후 별도의 외상이 없었다면 신경종은 해당 수술로 인해 발생했을 가능성이 크다는 의견을 냈다.
재판부는 “수술 전후 영상검사와 조직검사를 시행하지 않은 것은 통상의 의료인에게 요구되는 주의의무 위반으로 평가할 수 있다”며 “이로 인한 오진이나 치료방법 결정 잘못이 있을 개연성이 인정된다”고 판단했다.
아울러 수술 후 상당한 시간이 지나 신경종이 진단됐다는 사정만으로 인과관계의 추정이 깨지는 것은 아니라고 봤다. B씨 측이 그사이 다른 외상이나 별개의 원인으로 신경종이 발생했다는 점을 입증하지 못한 점도 고려됐다.
설명의무 위반도 인정됐다. 수술동의서가 없었고, B씨가 수술에 따른 후유증이나 부작용을 사전에 설명했다는 증거도 제시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다만 법원은 진료상 과실에 따른 신체침해 손해와 위자료를 이미 인정한 만큼 설명의무 위반을 이유로 별도 위자료를 추가하지는 않았다.
수술 이후 경과관찰까지 모두 부적절했다고 보지는 않았다. A씨가 수술 후 일곱 차례 드레싱을 받았고 당시 진료기록에는 감각 소실 등 특이 증상을 호소한 내용이 없었다.
의료중재원도 이 기간 경과관찰이 의학적으로 부적절해 보이지 않는다는 의견을 냈다. 이에 법원은 A씨가 주장한 요양지도의무 위반은 인정하지 않았다.
A씨는 새끼손가락 일부의 영구적인 감각장애로 노동능력상실률 3%가 인정받았으나, 신경종 진단까지 상당한 시간이 지났고 A씨의 대응 지연으로 피해가 커졌을 가능성을 반영해 B씨 책임을 70%로 제한했다.
이에 따라 일실수입과 치료비, 위자료를 합쳐 총 2187만4749원을 지급하도록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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