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대통령까지 나서 지역 필수의료 활성화를 천명했지만 이미 붕괴가 시작된 지역 응급의료 현장은 도미노 운영 중단 사태를 맞으며 신음하고 있다.
최근 전국 곳곳에서 지역응급의료기관들이 전문의 부족을 이유로 응급실 운영을 중단하거나 축소하는 사례가 잇따르면서 ‘도미노 셧다운’이 현실화 되는 양상이다.
정부가 각종 지원책을 쏟아내고 있지만 현장의 인력난을 해결하기에는 역부족이라는 지적이다. 실제 최근 응급실 운영에 차질을 빚은 지방 병원들이 빠르게 늘고 있다.
경북 칠곡군 왜관병원, 경영난·구인난 등 7월 31일 응급실 폐쇄
지난 2016년부터 지역에서 유일하게 응급실을 운영해 온 경북 칠곡군 왜관병원이 경영난과 구인난 등의 이유로 오는 31일 응급실 폐쇄를 결정하면서 의료공백 우려를 낳고 있다.
왜관병원이 응급실을 운영하지 않으면 응급환자 발생시 20여분이나 떨어진 대구나 구미까지 가야 하는 탓에 ‘골든타임’ 확보가 어려워진다.
앞서 부산 강서구 갑을녹산병원 역시 적자를 이유로 지난 6월부터 응급실 운영을 중단했다. 병원은 현재 응급의료를 포기하고 내과와 재활의학과를 중심으로 운영 중이다.
이 외에 경남 밀양시 윤병원도 응급실 운영 중단 사태를 겪었고, 충북 보은한양병원 역시 전문의 부족으로 응급의료기관 지정 유지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전남 진도한국병원도 응급실 운영이 파행을 거듭하면서 도서·벽지 주민들의 의료 접근성에 비상이 걸렸다.
이중 일부 병원은 지방자치단체가 긴급 예산을 투입하거나 전문의를 지원하면서 가까스로 정상 운영을 재개했지만 근본적인 해결책과는 거리가 멀다는 평가다.
응급실을 다시 열더라도 의료진이 언제든 이탈할 수 있는 구조인 만큼 지역 의료계에서는 “언제 다시 문을 닫을지 모른다”는 불안감이 팽배하다.
상황은 지방 공공병원도 크게 다르지 않다.
강원도 속초의료원은 응급의학과 전문의 확보에 어려움을 겪으며 응급실 운영에 적신호가 켜졌고, 충남 공주의료원과 인천보훈병원 역시 응급의료 기능 유지에 비상이 걸린 상태다.
민간병원은 물론 공공병원까지 응급실 운영에 어려움을 겪으면서 지역 응급의료체계 전반이 흔들리고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특히 지방에서는 응급실 한 곳이 문을 닫으면 대체 의료기관까지 이동 시간이 1시간 이상 늘어나는 사례도 적잖다.
결국 지역주민들은 중증응급환자가 발생해도 다른 시·군으로 이송될 수밖에 없는 상황에 내몰리고 있으며, 이는 골든타임 확보 실패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는 지적이다.
정부도 응급의료 붕괴를 막기 위해 다양한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지역응급의료기관 운영 지원 확대, 응급의학과 전문의 인건비 지원, 순환당직제 확대, 응급의료기금 투입 등 각종 대책을 잇달아 내놓고 있다.
하지만 병원들이 가장 절실하게 요구하는 것은 예산보다 사람이다. 응급의학과 전문의 자체가 절대적으로 부족한 상황에서 단기 재정 지원만으로는 의료진 확보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지방 중소병원 원장은 “수억원을 제시해도 응급의학과 전문의를 구하지 못하는 경우가 적잖다”며 “결국 사람을 구하지 못하면 응급실 문을 닫을 수 밖에 없는 구조”라고 토로했다.
또 다른 지방병원 원장은 “현재의 응급실 운영 중단은 지역의료 붕괴 전조”라며 “응급실 하나 사라지면 지역의료도 함께 무너질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의료계는 최근 이어지는 응급실 운영 중단 사례를 개별 병원 문제가 아닌 지역 필수의료체계 전체가 흔들리는 신호로 받아들여야 한다고 강조한다.
특히 의료개혁과 지역의료 강화 정책이 본격 추진되는 시점에서 정작 지역 응급의료 최전선에서는 응급실 불이 꺼지고 있는 점은 정책과 현실의 괴리를 보여준다는 분석이다.
대한응급의학회 관계자는 “단순한 재정 지원이나 응급실 지정 유지 대책을 넘어 응급의학과 전문의 확대와 지역 근무 유인책, 의료인력 배치체계 전반에 대한 개편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이러한 종합적인 대책이 마련되지 않는다면 지역 병원 응급실의 도미노 운영 중단은 앞으로 계속될 가능성이 높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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