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프랑스에서 이식 대상에서 제외된 말기간부전·진행성 간암 환자가 한국에서 두 아들 간을 동시에 이식받고 회복 중이어서 화제다.
기증자 한 명으로는 필요한 간(肝) 용량을 확보하기 어려웠고 아들 한 명은 혈액형도 맞지 않았지만, 2대1 생체간이식으로 수술이 성공한 것이다.
특히 작은 아들은 프랑스 심장외과 의사로 현지에서 이식이 어렵다는 설명을 듣고 논문 등 학술자료를 확인, 서울아산병원을 직접 찾았다.
서울아산병원 장기이식센터 간이식팀은 최근 모하메드 엘 케타니(64)씨에게 두 아들의 간 일부를 이식하는 2대1 생체간이식을 시행했다고 30일 밝혔다. 수혜자와 기증자 2명 모두 수술 후 회복하고 있다.
모로코와 프랑스 이중국적자인 모하메드씨는 20년 전 C형간염 진단을 받았다. 약물치료로 간염은 치료됐지만 장기간 투병으로 간경화와 간부전이 발생했다.
그는 2025년 말 프랑스에서 간이식 대기자 등록을 위한 검사를 받다가 초기 간암을 발견했다.
색전술로 종양을 치료했지만 올해 2월 추적검사에서 6㎝ 크기 새로운 종양이 확인됐다. 간문맥 침범도 의심되면서 프랑스 의료진은 이식이 어렵다고 판단했고, 모하메드씨는 대기 명단에서 제외됐다.
프랑스에서 심장외과 의사로 근무하는 둘째 아들 오마르 엘 케타니(30)씨와 첫째 하침 엘 케타니(33)씨는 생체간이식을 시행할 수 있는 의료기관을 찾았다. 이후 관련 논문과 수술 실적 등을 검토해 서울아산병원에 진료를 요청했고, 세 사람은 금년 4월 한국을 찾았다.
서울아산병원은 1992년 첫 간이식 이후 2025년 초 누적 9000례를 달성했다. 병원에 따르면 연간 간이식은 약 500건, 이 가운데 생체간이식은 약 400건이다.
모하메드씨는 4월 8일 입원해 정밀검사를 받았다. 의료진은 진행성 간암 이식 후 재발 위험과 환자의 체격 등을 종합적으로 검토한 뒤 생체간이식이 가능하다고 판단했다.
환자의 체중은 약 135㎏으로 한 명의 기증자가 제공할 수 있는 간만으로는 대사 요구량을 충족하기 어려웠다. 기증자 안전을 확보하면서 충분한 간(肝) 용량을 제공하려면 두 아들의 간 일부를 함께 이식해야 했다.
2대1 생체간이식은 한 명의 기증자로 필요한 간 용량을 확보하기 어렵거나, 많은 간을 절제할 경우 기증자 안전이 우려될 때 두 명의 기증자로부터 간 일부를 받는 방식이다. 이승규 서울아산병원 간이식·간담도외과 석좌교수가 지난 2000년 세계에서 처음 고안했다.
서울아산병원은 이번 수술까지 2대1 생체간이식 664례를 시행했다. 둘째 아들 오마르씨는 아버지와 혈액형이 달랐지만, 병원의 혈액형 불일치 간이식 경험을 바탕으로 수술을 진행했다.
수술은 지난 5월 22일 수술실 3곳에서 동시에 시작됐다. 송기원·정동환 교수가 두 아들의 간 절제를, 이승규 석좌교수와 문덕복 교수가 수혜자 간이식을 맡았다.
첫째 아들에게서는 최소절개기법으로 간 좌엽을, 둘째 아들에게서는 복강경으로 간 우엽을 절제했다. 수혜자 간은 종양을 최대한 건드리지 않는 무접촉 방식으로 제거했다.
두 개 간을 이식하는 과정에서는 환자의 횡격막 아래 공간이 예상보다 좁아 오른쪽 신장과 부신 위치를 일부 옮겨 이식 간이 자리잡을 공간을 확보했다.
수술은 약 17시간 만에 끝났다. 두 아들은 수술 후 퇴원했으며 모하메드씨도 회복 과정을 거쳐 퇴원을 앞두고 있다.
이승규 서울아산병원 석좌교수는 “진행성 간암과 큰 체격, 혈액형 불일치 등 여러 위험요인이 있었지만 축적된 생체간이식 경험을 바탕으로 수술을 진행했다”며 “수술 이후에도 암 재발 여부를 면밀하게 관찰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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