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 분만의료 붕괴 가속…올 하반기 분수령
밀양 제일병원·제주 서해산부인과 폐업…醫, 복지부 정책 개편 주목
2026.08.05 16:17 댓글쓰기

지역 분만 의료기관들이 잇따라 폐업하면서 인프라 붕괴에 대한 우려가 확산하고 있는 가운데 의료계에서는 올 하반기 윤곽이 잡힐 정부 지·필·공 의료정책 개편과 이후 논의를 주목하고 있다. 


의료계에 따르면 경남 밀양시 유일한 분만 의료기관인 제일병원이 오는 8월 31일 진료를 중단, 9월에 폐업할 예정이다. 


제일병원은 출생아 감소로 인한 분만율 급감과 경영상 이유 등을 폐업 이유로 설명했다. 특히 환자 감소에 따른 적자가 심각했던 것으로 파악된다.


제일병원 폐업에 따라 밀양시는 지난 40여 년간 유지해 온 지역 분만 인프라를 잃게 됐다.


지난 2013년 시설·장비비 10억원과 매년 운영비 5억원 등 재정 지원 노력에도 결국 지역 분만의 구조적 한계를 극복하지 못했다.


최근 제주도에서도 전체 출생아의 약 28%를 담당했던 서해산부인과가 구인난 등을 이유로 오는 29일까지 진료 후 폐업할 것으로 알려지면서 ‘분만 인프라 붕괴’에 대한 우려가 나왔다. 


다만 해당 의원이 폐업한 자리에는 인근에 위치한 ‘다나 산부인과’가 ‘라온 산부인과’로 명칭을 변경해 이전, 오는 9월 7일부터 영업을 시작하며 24시간 분만을 진행할 것으로 전해졌다. 


“출생아 수보다 분만 책임질 의료체계가 더 빠르게 무너지고 있다”


이와 관련, 더불어민주당 강정범 의원은 제주특별자치도의회 임시회 추가경정예산안 심사에서 “출생아 수보다 분만을 책임질 의료체계가 더 빠르게 무너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러한 지역 분만 인프라 붕괴에 대해 의료계는 과거부터 지속 경고하며 대책 마련 필요성을 강조해 왔다. 


지난 3월 대한산부인과학회가 제시한 자료에 따르면 분만이 가능한 의료기관은 2003년 1371개에서 2025년 400개로 71% 급감했다.


분만 의료기관이 없는 지역도 전국 250개 시··구 중 40%에 달했다. 


전국 산부인과 전문의 6000명 중 분만을 수행하는 의사는 8~15%에 불과하며 고위험 분만을 담당하는 의사는 전체 분만 의사의 10~20%로 더 적다는 것이 학회의 추산이다.


또한 지난달 11일 산부인과학회가 마련한 ‘산부인과 회복을 위한 정책포럼(전라 2026)’에서는 전국 시·군·구의 약 42%가 분만 취약지라는 진단이 나왔다. 


행사에서 전라포럼 조직위원회는 현재 위기가 산과 전문의, 신생아 전문의, 병상, 이송체계라는 네 개 축이 동시에 흔들리는 구조적 위기라고 분석했다.


저출산으로 인한 환자 감소 부분도 지적됐다. 분만 의료기관이 수익 전환을 기대할 수 있는 분만 건수는 연 500건인데 분만 취약지의 경우 많아야 100~200건에 그치고 있다는 것이다. 


정부 추진전략 통해 지원 확대…의료계도 주목


이러한 가운데 정부는 최근 ‘지역·필수·공공의료 강화 추진전략’을 발표, 4개 핵심 분야별 정책 개편을 예고했다.


내용을 살펴보면 중증모자의료센터를 ‘5극 3특’ 중심으로 확대하는 등 고위험 산모 대응 역량을 강화하고 산모등록제를 취약지부터 도입한다고 했다. 


제왕절개 분만에도 고위험 분만 적용하며 고위험 분만 정책 수가를 최대 5배 인상하고 야간 분만 수가 가산도 150%로 확대한다. 


불가항력 의료사고에 대한 보상 범위와 보상금을 확대하고 중과실이 아닌 고위험 필수의료 행위는 형 감면 등을 허용할 방침이다. 


정부는 지난해 의료분쟁조정법 시행령 개정에 따라 기존에도 불가항력적 분만 사고에 대해 최대 3억 원을 지원하고 있다.


나아가 산부인과학회 측에 따르면 복지부는 분만 인프라 유지를 위해 연 500건 이상 분만 시행 기관의 운영을 지원한다. 


이와 함께 분만이 적은 취약지역에 대해서는 연 100~200건 등 적절한 기준을 이송 체계를 강화해 분만 운영을 효율화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정부는 정책 세부 사항 등을 올 하반기 수립하고 이를 대한산부인과학회 등 전문 학회 및 의료 현장과 논의할 예정이다. 


대한산부인과학회 이재관 이사장은 “지역 분만 인프라 붕괴 문제는 이미 논의가 이뤄져야 했던 부분”이라며 “정책이 마련돼도 4~5년은 분만 기관 폐업 등 문제가 계속될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이번 하반기 정책 개편과 논의를 통해 향후 올바른 방향으로 나아갈 수 있도록 효율적이고 적절한 해결 방안을 마련하는 게 중요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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