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올해 4월 국회를 통과한 ‘의료사고 피해구제 및 의료분쟁 조정 등에 관한 법률(의료분쟁조정법)’ 개정안이 “건국 이래 최대로 의사에게 특례를 주는 위헌 법안”이라는 비판에 직면했다.
10일 국회의원회관에서 이소희 국민의힘 의원과 대한변호사협회가 주최한 ‘의료분쟁조정법 개정, 환자 목소리는 충분했는가’ 토론회가 열렸다.
의료분쟁조정법 개정안은 고위험 필수의료행위에 대한 형사특례를 신설, 의사 업무상과실치사죄가 성립해도 민사상 손해배상금 지급이 완료됐을 경우 형사기소를 제한하는 게 골자다.
이날 박천우 법무법인 LKB평산 변호사(대한변호사협회 인권위원회 위원)는 해당 개정안을 “의사를 헌법 위에 존재케 하는, 건국 이래 최대 의사 특례 조항이다”고 비판했다.
박 변호사는 “고위험 필수의료행위에 대한 특례는 위헌성의 집약체”라며 “의사가 사망사고를 일으켰을 경우에 과실이 있고 범죄가 성립돼도 피해자가 원함에도 불구하고 헌법이 보장한 공소 제기 자체를 원천 봉쇄하는 것”이라고 꼬집었다.
“이재명 대통령 지시로 졸속 입법 강행…모델인 ‘교통사고처리특례법’도 위헌”
그간 의사 형사특례 입법 추진 역사에 비춰봤을 때, 개정안은 이재명 대통령 지시로 급하게 입법이 강행됐다는 게 박 변호사 지적이다.
2024년 윤석열 정부에서 ‘의료사고처리특례법’이 추진됐지만 당시 사망사고는 대상이 아니었을뿐더러 위헌 논란과 국민 법감정에 반(反)해 좌초됐다.
2025년에는 국책연구기관인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이 ‘형사리스크 때문에 필수의료 기피가 일어난다’는 기존 보건복지부 주장을 반박했다.
이러한 가운데 지난해 12월 이재명 대통령이 복지부 업무보고에서 “의료사고처리특례법을 서둘러 제정해야 하지 않느냐”고 하자, 정은경 장관은 “의료분쟁조정법 개정을 준비 중”이라고 답변했다. 1개월 후에는 관련 정부입법, 의원안이 쏟아졌다.
올해 3월 국회 보건복지위원회에서 6건의 대안이 의결됐고, 위헌 논란의 핵심인 기소제한 관련 질의응답은 전혀 이뤄지지 않았다. 정부는 다수의 시민사회 공청회를 취소하기도 했다.
박 변호사는 “그간 의사 형사특례는 형 감면 또는 반의사불벌 논의에 집중돼 왔지만 공소권 자체를 소멸시킨 구조는 없었다”며 “사망에 대한 공소 제기 원천봉쇄는 사회적 합의에 이른 적이 없는 최강도 특례며, 반대 입장은 완전히 무시됐다”고 주장했다.
의료분쟁조정법 개정안 모델인 ‘교통사고처리특례법(교특법)’ 자체가 2009년 위헌 판결을 받았다는 점을 토대로 박 변호사는 강한 비판을 이어갔다.
교특법은 종합보험 가입을 이유로 중상해 피해자에게도 공소를 제기할 수 없도록 한 규정이 특히 문제가 됐다. 이에 재판 절차 진술권 침해 및 피해자 사익 경시, 법익 균형성 위반 등을 이유로 위헌 판단이 내려졌다.
박 변호사는 “교특법은 하물며 전국민이 대상이었지만 의료분쟁조정법은 보건의료인에게만 특례를 한정하고 있다”면서 “교특법은 민사상 균형장치로 입증책임 전환을 뒀지만, 의료분쟁조정법은 그렇지 않다”고 일침했다.
“필수의료 형사리스크로 의사 기피? 경험적 통계 없다”
그는 헌법상 기본권 제한 검토 사항인 수단 적합성 및 침해 최소성, 법익 균형성 등이 의료분쟁조정법에서 결여됐다고 봤다.
박 변호사는 “필수의료 분야 형사리스크가 높아 의사들이 지원하지 않으니 이를 없애면 의사들이 필수의료에 지원할 것이라는 경험적 통계 수치가 국내에 없다”며 “구공판 사건에서 주된 진료과목은 정형외과·성형외과 등 인기과이고, 소아과·흉부외과는 비중이 낮다”고 말했다.
이어 “응급의료법이 ‘불가피한 응급의료로 중대한 과실 없이 사상에 이른 경우 형을 감경하거나 면제할 수 있다’고 규정한 것처럼, 덜 침익적인 대안이 분명 존재한다”며 “원천적으로 기소를 제한할 이유는 없다”고 주장했다.
그는 또한 “재판절차 진술권을 완전히 박탈하고 진상규명 통로를 없애 ‘처벌 시도’ 또는 ‘금전 보상’ 중 잔인한 양자택일을 강요하는 격이다. 공익은 불확실하고 피해자 기본권 침해는 확실하다”고 덧붙였다.
박 변호사는 “의료분쟁조정법에서 형사기소 제한 조항을 전면 삭제해야 한다”며 “소 잃고 외양간이라도 고쳐야 하지 않겠나. 사후입법영향평가를 실시해 일몰 조항을 도입해야 한다”고 대안을 제시했다.
政 “필수의료 의사 존중하고 실수 용납하는 사회적 결단 필요”
정부 측은 고위험 필수의료행위를 수행하는 의료인 보호를 위해 해당 개정안은 의미가 있고, 반드시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신현두 보건복지부 의료기관정책과 과장은 “형사리스크 문제를 단순 반의사불벌로 해결하면 되지 않느냐는 의견이 있지만 의료인 생각과 일반인 생각이 다르다”며 “우리 사회가 필수의료 행위를 하는 분들을 존중하고 실수도 용납하겠다는 결단이 있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법무부·경찰청·시민단체와 많은 논의를 거쳤다는 점을 분명히 한다”며 “내년에 법안을 시행해보고 문제가 있는 부분에 대해서는 개정할 예정이다”고 덧붙였다.
이소희 의원은 “개정안 통과 과정에서 의료사고 피해 환자·가족 목소리도 충분히 들었는지 돌아봐야 한다”며 “오늘도 대한의사협회·대한병원협회·대한전공의협의회에 참석 요청을 했으나 함께하지 못해 아쉽다. 의료계 의견을 배제할 생각은 없으며 대화의 문을 열어두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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