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법원이 업무정지 처분을 잠시 중단시켰는데도 보건복지부가 해당 의료기관을 거짓청구 명단 공표 대상자로 확정한 것은 무효라는 판결이 나왔다.
서울행정법원 제12부는 지난달 16일 광주에서 의원을 운영하는 의사 A씨가 보건복지부 장관을 상대로 제기한 요양기관 업무정지 처분 및 건강보험 명단공표 대상자 확정처분 취소소송에서 명단공표 처분을 취소했다. 다만 업무정지 처분을 취소해달라는 청구는 받아들이지 않았다.
보건복지부는 지난 2021년 7월 A씨 의원을 현지조사한 뒤 내원일수와 검사료를 거짓으로 청구했다며 2024년 11월 236일의 요양기관 업무정지 처분을 내렸다.
복지부 조사에서는 실제 환자가 내원하지 않았는데도 진료한 것처럼 청구한 금액이 2억6334만원, 실시하지 않은 검사를 한 것처럼 청구한 금액이 492만원 등 총 2억6800만원 가량으로 파악됐다. 복지부는 이후 2025년 8월 A씨를 요양급여비용 거짓청구 명단공표 대상자로 확정했다.
이에 A씨는 현지조사 절차와 부당청구 판단에 문제가 있다며 소송을 제기했다.
현지조사 당시 복지부 공무원이 직접 현장에 나오지 않고 건강보험심사평가원 직원들만 조사를 진행한 만큼 권한 없는 조사라고 주장했다. 당초 6개월로 제시됐던 조사대상 기간을 조사 과정에서 36개월로 확대한 것도 위법하다고 했다.
부당청구에 대해서도 실제 진료하지 않은 환자를 허위로 청구한 것이 아니라 감기 진료와 물리치료를 같은 날 시행한 뒤 진료일을 나눠 청구한 사례 등이 포함됐다고 반박했다. 관련 사기 혐의에 대해 경찰에서 증거불충분으로 불송치 결정을 받은 점도 근거로 들었다.
하지만 법원은 현지조사 절차에 문제가 없다고 판단했다.
복지부가 현지조사 주체였고 심평원 직원들은 조사 업무를 지원한 것으로 봤다. 조사대상 기간도 처음 제시된 서류에 거짓·부당청구가 확인되면 최대 36개월까지 확대될 수 있다는 내용이 포함돼 있었다고 판단했다.
부당청구 사실 역시 대부분 인정했다. 재판부는 A씨가 현지조사 당시 ‘실제로 오시지 않았어도 전자차트에 입력했다’는 내용의 사실확인서를 직접 작성한 점 등을 근거로 들었다.
진료일과 수납일이 다른 사례와 물리치료대장 등에 사후 추가된 환자 명단을 대조해 부당청구를 가려낸 복지부 조사방식도 합리적이라고 판단했다.
경찰의 불송치 결정도 업무정지 처분에는 영향을 미치지 않았다. 재판부는 “형사사건과 행정사건은 증명 기준이 서로 다르기 때문에 사기 혐의가 불송치됐다는 이유만으로 부당청구 사실까지 없었다고 볼 수는 없다”고 판단했다.
반면 명단공표 처분은 상황이 달랐다. A씨는 업무정지 처분에 불복해 소송을 내면서 판결이 날 때까지 업무정지를 중단해달라는 집행정지도 신청했다. 법원은 2025년 6월 20일 이를 받아들여 업무정지 처분 효력을 이번 1심 판결 선고 후 30일까지 정지했다.
하지만 복지부는 업무정지가 중단돼 있던 같은 해 8월 25일 A씨를 건강보험 거짓청구 명단 공표 대상자로 확정했다.
재판부는 법원이 업무정지 처분 효력을 정지하면 그 기간에는 해당 처분이 없었던 것과 같은 상태로 봐야 한다고 설명했다. 따라서 행정기관도 효력이 정지된 처분을 근거로 새로운 처분을 내릴 수 없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명단공표 당시에는 업무정지 처분 효력이 정지된 상태였기 때문에 이를 근거로 후속 처분을 할 수 없다”며 “그런데도 명단 공표 대상자로 확정한 것은 법원의 집행정지 결정에 어긋나 무효”라고 판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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