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원 직접 운영 안해도 최종 책임자는 ‘사용자’
실제 담당자 별도 있지만 ‘운영 관여’ 인정…법원 “벌금 500만원”
2026.08.14 12:27 댓글쓰기

법인 산하 의원의 직원 채용 등 실무에 직접 관여했다는 증거가 부족하더라도 의료기관 운영의 최종 책임자로 인정된다면 임금체불 등에 대한 근로기준법상 사용자 책임을 질 수 있다는 법원 판단이 나왔다.


서울서부지방법원 제2-1형사부(재판장 정성균)는 지난달 2일 근로기준법 위반과 근로자퇴직급여보장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A씨의 항소를 기각했다. 이에 따라 벌금 500만원을 선고한 1심 판결이 유지됐다.


A씨가 대표로 있던 서울 은평구 B의원은 상시 근로자 8명을 두고 운영됐다. A씨는 퇴직근로자 3명에게 임금 총 5218만1313원을 지급하지 않은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이와 함께 근로자 1명을 사전예고 없이 즉시 해고하면서 해고예고수당 836만8621원을 지급하지 않았고, 다른 근로자에게는 퇴직금 352만7099원을 지급하지 않은 혐의도 받았다.


1심은 혐의를 모두 유죄로 인정했지만 A씨는 항소했다. 자신은 B의원을 설립한 C법인 명예직·형식적 회장에 불과하고 실제 의료기관 운영은 전임 회장이자 의료사업본부장인 D씨가 독자적으로 맡았다는 이유에서다.


A씨는 의원의 실질적인 경영권을 행사하지 않았고 퇴직근로자들과 지휘·감독 관계도 없었던 만큼 근로기준법상 ‘사용자’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법원은 A씨가 법인과 산하 의료기관 운영에 관여한 정황을 종합, 사용자 책임을 인정했다.


A씨는 2018년부터 C법인 회장으로 이사회와 총회 등에 참석해 주요 안건을 보고받거나 의결했고, 산하 병원의 재정난 당시 법인에 자금 지원을 요청하는 공문을 회장 자격으로 결재했다. 2021년에는 D씨를 의료본부장으로 임명했다.


B의원이 2022년 서울 은평구로 이전해 C법인 산하 의료기관으로 개원할 당시에도 A씨가 회장으로 참석했다. 의원은 A씨를 대표자로 사업자등록을 마쳤고 근로자 3명 근로계약서도 A씨 명의로 작성됐다.


A씨가 2023년 12월 대리인을 통해 일부 근로자에게 밀린 임금과 퇴직금을 지급하겠다는 합의와 체불임금 청산을 진행하다 이듬해 1월 책임을 부인하기 시작한 점도 판단 근거가 됐다. 봉직의와 진료원장, 총무부장 등은 근로감독관 조사에서 A씨를 의원 실경영자로 지목했다.


다만 법원은 A씨가 의원에서 직원 채용 등을 직접 수행했다는 증거는 부족하다고 봤다. 80세가 넘은 나이에 다른 지역에 거주하면서 무보수 회장으로 활동해 서울 소재 의원 업무에 적극적으로 관여하기 쉽지 않았을 사정도 인정했다.


그럼에도 항소심 재판부는 “피고인이 D씨를 통해 B의원 운영에 관여한 최종 책임자로서 근로기준법상의 사용자라고 인정하는 것이 타당하다”고 밝혔다.


1심은 미지급 임금 등 규모가 적지 않지만 체불이 의원 경영난 등에 기인했고 일부 근로자가 근로복지공단으로부터 대지급금을 받은 점 등을 고려해 벌금 500만원을 선고했다.


항소심도 형량을 변경할 새로운 사정이 없다며 A씨 항소를 기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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