답손 복용 후 간장애…1·2심 ‘유죄’ 대법원 ‘무죄’
대학병원 피부과·소아청소년과 전문의…“감염증과 구분 어려웠던 점 등 고려”
2026.09.09 05:51 댓글쓰기

피부 발진 치료를 위해 답손을 투여받은 12세 환자가 전격성 간부전과 간장애를 입은 사건에서 대법원이 의료진 형사책임을 인정한 원심을 파기했다. 


당시 증상만으로 약물과민반응 증후군을 조기 진단하기 어려웠고, 의료진 진료 선택이 합리적인 재량 범위를 벗어났다고 단정하기 어렵다는 판단이다.


8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법원 2부(주심 권영준 대법관)는 업무상과실치상 혐의로 기소된 대학병원 피부과 전문의 A씨와 소아청소년과 전문의 B씨에게 각각 금고 8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의정부지방법원으로 돌려보냈다.


지난 2013년 당시 12세였던 환자 C양은 피부 발진 치료를 위해 병원을 찾았다. 피부과 의사 A씨는 C양에게 항생제인 ‘답손’을 처방했다.


답손은 독성간염 등 부작용을 일으킬 수 있어 투약 전후 혈액 및 간기능검사 등이 필요하고 환자나 보호자에게 부작용 가능성을 설명해야 하는 약물이다.


이후 C양은 고열 등 증상으로 병원 응급실을 찾아 소아청소년과 의사 B씨 진료를 받았다. B씨는 답손 투약 중단과 스테로이드 투여를 고려할 수 있다는 피부과 협진 의견을 받은 뒤에도 곧바로 투여하지 않았고, 이후 스테로이드 투여와 중단을 반복했다.


C양은 결국 전격성 간부전으로 혼수상태에 빠졌고 간이식을 받은 뒤 간장애 5급 판정을 받았다.


검찰은 A씨가 답손 처방 전후 필요한 검사와 부작용 설명을 하지 않았고, B씨는 스테로이드 치료를 적절히 이어가지 않아 C양의 상태를 악화시켰다며 두 사람을 업무상과실치상 혐의로 재판에 넘겼다.


1심은 A씨 혐의는 유죄로 인정해 금고 8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지만 B씨에게는 무죄를 선고했다. 항소심은 B씨 스테로이드 치료 지연과 반복적인 중단에도 과실이 있다고 보고 1심을 뒤집어 두 의사 모두에게 금고 8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하지만 대법원 판단은 달랐다.


대법원은 C양이 치료받는 동안 약물과민반응 증후군과 세균·바이러스 감염증을 명확히 구분하기 어려운 상황이 이어졌다고 봤다. 약물과민반응 증후군의 주요 진단 지표인 호산구 수치가 정상범위 상한을 넘지 않았고 발열과 발진, 간기능 수치 이상은 감염증에서도 나타날 수 있다는 점을 근거로 들었다.


이에 따라 B씨가 스테로이드를 지속적으로 투여하지 않고 감염증 여부를 확인하며 경과를 관찰한 선택을 의료상 과실로 단정하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대법원은 “스테로이드를 지속 투여하지 않은 B씨 진료 방법이 임상의학 지식 및 준칙에 의거한 합리적 재량 범위를 벗어난 것이었다고 단정할 수 없다”고 밝혔다.


A씨에 대해서도 검사나 설명을 하지 않은 과실이 인정될 여지가 있더라도, 그 과실이 실제 C양의 중한 상해로 이어졌다는 인과관계까지 충분히 증명됐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판단했다.


대법원은 사전에 혈액검사와 간기능검사를 시행했더라도 약물과민반응 증후군을 조기에 진단할 수 있는 결과가 나왔을 것이라고 단정하기 어렵고, 조기 치료를 통해 상해를 막을 수 있었다는 점 역시 합리적 의심 없이 증명돼야 한다고 봤다.


대법원은 “의사는 진료를 행함에 있어 환자 상황과 당시 의료수준, 자기의 지식 경험에 따라 적절하다고 판단되는 진료 방법을 선택할 상당한 범위의 재량을 갖는다”며 “그 선택이 합리적 범위를 벗어난 것이 아닌 한, 결과를 놓고 어느 하나만이 정당하고 이와 다른 조치를 취한 것은 과실이 있다고 말할 수는 없다”고 판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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