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부가 초고령화 시대에 대비해 국내 요양병원 기능 재정립을 예고한 가운데, 그 모델로 제시해온 ‘일본에는 더 이상 한국형 요양병원이 없다’는 명제가 틀렸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일본이 실제 추진한 것은 요양병상 ‘폐지’가 아닌 의료와 돌봄의 명확한 분리에 따른 정교한 기능 재편이라는 분석이다.
고려대학교 고령사회연구원 김도훈 교수는 최근 열린 대한요양병원협회 2026 추계 학술세미나에서 ‘일본 만성기 병상체계 실증’이라는 제하 강연을 통해 이 같은 주장을 폈다.
김도훈 교수는 최근 정부가 요양병원 구조전환 논의에서 근거로 제시하는 ‘일본의 요양병상은 이미 개호의료로 전환됐다’는 명제를 검증했다.
최근 요양병원 위상 및 역할을 둘러싼 정책 논란이 가열되고 있고, 이 논쟁 핵심 근거로 일본 사례가 자주 동원되고 있지만 정작 이에 대한 엄밀한 검증은 부족했다는 것이다.
김 교수는 우선 ‘일본에 요양병원이 없다’는 오해의 근본 원인을 한일 양국 병원 분류체계가 다르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실제 한국은 종합병원, 병원, 요양병원 등 종별로 구분돼 있지만 일본은 병동 단위로 기능을 구분하는 ‘병동 기능별 수가제’로 운영 중이다.
때문에 일본에서 ‘요양병원’ 명칭 검색시 결과가 나오지 않은 게 당연하고, 이를 요양병원 ‘기능 소멸’로 해석하는 것은 명백한 오류라는 지적이다.
그에 따르면 일본은 의학적 처치가 필요한 환자들이 이용하는 ‘의료형 요양병상’, 돌봄 비중이 큰 환자들이 찾는 ‘개호형 요양병상’으로 운영되고 있다.
물론 2000년 개호보험 도입 이후 ‘개호형 요양병상’이 늘고 있지만 ‘의료형 요양병상’은 여전히 26만 병상이 운영 중이라고 전했다.
김도훈 교수는 “일본 의료형 요양병상은 원만한 감소세를 보이고 있음에도 이를 요양병상 종말로 해석하는 것은 심각한 비약”이라고 주장했다.
“일본 선택은 ‘폐지’가 아닌 요양병상 기능 재편”
무엇보다 일본 병상 기능 재편에서 주목해야 할 부분은 일률적 규제가 아닌 유연한 전환과 인센티브 제공을 통한 자율적 방향으로 이뤄져야 한다는 점을 강조했다.
김 교수는 “일본 선택은 ‘폐지’가 아닌 요양병상 기능 재편이었다”며 “강제가 아닌 재정 인센티브를 통한 완만한 전환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다.
아울러 현재 진행 중인 국내 요양병원 기능 재편과 관련해서도 쓴소리를 던졌다.
우선 ‘요양병원이 건강보험 재정을 위협하고 있다’는 일각의 지적에 대해 우려를 표했다. 규모와 재정 비중의 역설이라는 지적이다.
김도훈 교수는 “병원급 의료기관 2600개 중 절반에 가까운 48%(1265개)가 요양병원이지만 전체 건강보험 재정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5% 미만”이라고 말했다.
이어 “이를 모두 합쳐도 상급종합병원 1년 진료비 수준에 불과하다”며 “요양병원을 건보재정 먹는 하마로 인식하는 정부 인식이 우려스럽다”고 덧붙였다.
특히 “정확한 통계와 제도 분석에 기반한 정책 설계만이 중증환자 의료난민화를 막고 요양병원의 정당한 의료적 역할을 지속 가능하게 할 것”이라고 설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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