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대한정맥통증학회가 하지정맥질환을 둘러싼 실손보험 심사 기준과 의료계 내부 대응 논리에 대해 강하게 비판했다.
실손보험 가이드라인 제정 목적은 의사 보호가 아닌 환자 보호여야 하며, 보험금 지급 기준 역시 병원 규모가 아닌 의학적 필요성에 근거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노환규 정맥통증학회 회장은 11일 이대서울병원에서 열린 추계학술대회 기자간담회에서 최근 열린 하지정맥류 관련 실손보험 대책회의 경험을 언급하며 현 대응 체계의 문제점을 짚었다.
노 회장은 당시 회의에서 “하지정맥류 입원 인정 가이드라인이 충분한 의학적 근거 없이 서둘러 마련된 것 아니냐”는 문제를 제기했으나, 해당 가이드라인을 만든 학회 측으로부터 “의사들을 보호하기 위한 취지였다는 해명이 돌아왔다”고 설명했다.
앞서 대한의사협회 실손보험대책위원회 산하 ‘비급여 조정 분과위원회’와 정맥 관련 학회, 심장혈관흉부외과·외과 등 관련 의사회가 참여해 하지정맥류 수술의 입원 적정성과 향후 대응책을 논의한 바 있다.
지난 6월 11일 대법원은 대복재 경피적 기계화학 정맥폐쇄술과 정맥절제술을 받은 개별 환자 사건에서 특별히 입원 치료가 필요했다고 보기 어렵다는 취지로 판단한 데 따른 것이다.
이에 노 회장은 “실손보험은 본질적으로 보험사와 가입자인 환자 간 계약 문제”라며 “의사는 의학 지식이 부족한 환자가 정당한 치료를 받을 권리를 지키기 위해 전문가 목소리를 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가이드라인의 출발점이 환자 보호가 아닌 의사 보호가 된다면 문제를 바라보는 관점 자체가 왜곡된 것”이라며 “보험사와 의료계가 각자의 손실과 위험을 줄이는 데만 집중하면 정작 환자의 치료받을 권리는 논의 중심에서 밀려날 수밖에 없다”고 비판했다.
“대학병원 맹신이 부른 과잉 마취와 진료 왜곡 시정돼야”
최근 일부 실손보험사가 대학병원 진료 시에만 입원 필요성을 높게 인정하는 심사 관행에 대해서도 우려를 표했다.
병원 등급 중심의 심사가 환자 쏠림을 유발하고, 결과적으로 과소진료와 과잉진료를 동시에 부추긴다는 분석이다.
노 회장은 “병원 규모가 해당 질환의 전문성을 담보하지 않는다”며 “대학병원은 하지정맥질환을 집중 진료하는 인력이나 시스템이 부족한 경우가 대부분인 반면, 전문 의원에는 오랜 기간 축적된 임상경험이 풍부하다”고 설명했다.
특히 치료의 핵심인 혈관초음파 진단과 마취 방식을 구체적 근거로 들었다.
초음파 검사는 환자 증상과 자세, 혈류 방향을 실시간으로 확인하며 치료 전략을 세우는 임상 과정인데 대학병원에서는 의사가 아닌 기사가 최소한의 기본 검사만 진행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라는 지적이다.
치료법에 대해서도 문제를 제기했다. 노 회장은 “현재 하지정맥 치료는 레이저, 고주파, 접착제 등 최소침습 기술 발전으로 대다수 환자가 국소마취만으로 치료 가능하다”며 “병원 시스템에 맞춰 전신마취나 척추마취를 시행하는 것은 명백한 과잉진료”라고 꼬집었다.
결국 보험 심사는 병원 규모가 아니라 환자 증상과 객관적 초음파 소견, 의학적 필요성에 따라 이뤄져야 하며, 과소진료와 과잉진료를 모두 차단하는 적정진료가 핵심이라는 입장이다.
학회, ‘정맥통증’ 패러다임 전환…외연 확장 추진
학회는 정맥질환을 피부 겉으로 혈관이 돌출되는 하지정맥류에만 국한하지 않고, 비정상적인 혈류가 유발하는 통증과 기능 장애를 규명하는 ‘정맥통증학’의 학문적 기반 확립에 속도를 낼 방침이다.
정맥질환을 피부에 혈관이 돌출되는 ‘하지정맥류’에만 국한하지 않고, 두경부와 어깨, 상지 등 전신의 통증과 기능장애를 유발하는 원인으로서 ‘정맥통증학’의 학문적 기반을 확립하겠다는 구상이다.
노 회장은 “실손보험 문제에서 의료계가 지켜야 할 대상은 특정 의료기관이나 의사가 아니라 환자”라며 “환자가 필요한 치료를 정당하게 보장받고 불필요한 치료는 줄일 수 있도록 전문가로서 목소리를 지속해서 낼 것”이라고 밝혔다.
한편, 이번 학술대회는 ▲두경부 및 상지 정맥의 해부학 ▲신경·근골격계 초음파 ▲두경부·상지 통증 신경근골격계적 기전 ▲흉곽출구증후군 ▲정맥통증 관점에서 본 두경부·상지 통증 기전 ▲손·손목·팔꿈치의 통증 ▲어깨관절 운동제한의 원인 ▲정맥의 지속적인 하방혈류 차단이 어깨관절 운동범위에 미치는 영향 ▲두경부·상지 정맥의 초음파 진단 ▲C-vein 및 상지 정맥의 경화요법 등으로 구성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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