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조재민·문수연·박한재 기자 / 기획 下] 비대면진료 제도화를 앞두고 플랫폼 업계가 이용자들을 상대로 규제 반대 서명운동에 나섰다.
단 몇 초 만에 전문의약품이 처방되는 부실 진료 우려가 해소되지 않은 상황에서 환자 불편만 앞세워 여론전에 몰두한다는 지적이 나오며, 안전장치 강화를 요구하는 의료계와도 충돌하는 양상이다.
의료계에 따르면 비대면진료 플랫폼 ‘닥터나우’와 ‘나만의닥터’에서 최근 앱 내 공지를 통해 비대면진료 제한 위기를 막아달라며 서명운동과 국회 국민청원 동참을 독려하고 있다.
오는 12월 24일 개정 의료법 시행을 앞두고 정부가 입법예고한 초진 처방일수 제한과 진료 지역 기준 등 세부 규정을 저지하기 위한 행보다.
플랫폼 측은 세부 규정이 시행되면 3개월에 한 번 받던 약을 매주 처방받아야 한다며 이용자 불편을 강조했다.
대면진료를 받은 적 없는 병원은 약을 최대 7일치까지만 처방받을 수 있어 만성질환약 한 달치를 받으려면 진료를 4번 받아야 한다고 안내했다.
고혈압 약 한 달치 평균 진료비가 6000원에서 2만4000원으로 4배 늘어난다는 구체적인 수치도 제시했다.
또 최소 한 달치를 처방받는 탈모약과 여드름약은 7일치 처방이 사실상 불가능해 처방받기 어려워진다고 덧붙였다.
거주지역 외 병원 진료가 불가능해져 비대면진료 병원이 집중된 수도권·광역시 외 지역은 이용이 어려워진다는 점도 부각했다.
서명운동은 두 단계로 진행된다. 이용자가 원격의료산업협의회에 이름과 휴대전화 번호를 제공하고 정부 처방일수 제한 반대 서명을 완료하면, 국회 국민청원 동의 페이지로 연결되는 방식이다.
카카오톡 공유와 링크 복사 기능을 통해 가족과 지인에게도 참여를 독려하고 있다.
또 청원인이 선00으로 표시됐지만, 함께 청원 홍보를 진행하고 있는 某업체 대표가 아니냐는 시각도 제기되고 있다.
만성질환 내세우고 탈모·여드름약 처방
문제는 플랫폼과 청원문이 내세우는 명분과 실제 진료 실태 사이 괴리다.
국회 국민청원문은 비대면진료가 지난 6년간 건강보험 청구 기준 약 1600만건 이용됐으며, 만성질환 이용 환자의 79%가 평소 먹던 약을 다시 받기 위해 이용했다고 강조했다.
병원이 문을 닫은 평일 밤과 휴일 이용 비중이 10건 중 3건에 달한다는 점도 근거로 들었다.
하지만 플랫폼이 앱 화면 전면에 내세운 사례에는 고혈압약과 함께 탈모약, 여드름약 처방 불가 문구가 나란히 배치됐다.
앞서 데일리메디 취재 결과, 플랫폼 실시간 인기 검색어 상위권은 인데놀, 이소티논(여드름약), 미녹시딜(탈모약) 등 비급여나 미용·특수 목적 전문의약품이 차지하고 있었다.
실제 진료에서도 의학적 판단이나 기본 문진 없이 환자가 선택한 약물을 단 1초에서 48초 만에 처방하는 등 안전관리 허점이 드러났다.
그럼에도 플랫폼 측은 의료인의 처방권 침해를 이유로 부실 문진 모니터링에 선을 그으면서, 정작 정부의 처방제한 규정에는 적극 반발하는 모순된 태도를 보이고 있다.
청원문은 초진 처방일수를 일률적으로 7일로 묶지 말고 의사가 과거 진료·투약 기록을 확인하면 환자 상태에 맞게 정할 수 있게 해달라고 요구한다.
보건복지부 발표를 인용해 2020년부터 2022년까지 환자안전사고 2만6503건 중 비대면진료 관련은 5건에 불과하고 모두 경미했다며 안전성 우려도 일축했다.
그러나 기형유발 위험이 있는 여드름 치료제나 심혈관계 부작용 우려가 있는 의약품이 별도 검사나 기본 문진조차 없이 처방되는 현장 위험성은 공식 통계에 온전히 잡히지 않았다.
여기에 더해 의사면허증, 전문의 자격증, 소속 의료기관 사업자등록증 등의 정보를 제출하게 돼 있지만 의사를 대리한 인물이 속이려 든다면 환자가 이를 가려낼 방법은 사실상 없는 실정이다.
의협 “정부안도 이미 원칙 훼손, 지역 더 좁혀야”
반면 의료계는 현재 정부가 마련한 시행규칙 개정안조차 지나치게 느슨하다며 규제를 더 강화해야 한다는 입장이어서 플랫폼 업계와 극명한 시각차를 보이고 있다.
대한의사협회는 최근 의료법 시행규칙 개정안이 대면진료 원칙, 재진환자 중심, 의원급 중심, 전담기관 금지 등 비대면진료 4대 원칙을 하위법령에서 뒤집었다며 전면 재검토를 촉구했다.
플랫폼 업계는 초진 7일 제한과 1회 30일 예외 허용 조항조차 규제로 규정하며 반발하고 있지만, 의협은 오히려 이 30일 처방 예외 조항이 7일 제한 원칙을 무력화한다며 삭제를 요구하고 있다.
직접 진찰하지 않은 초진 환자에게 경과 확인 없이 한 달 치 약을 처방하는 것은 위험하며, 예외가 필요하더라도 14일 이내로 제한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지역 범위와 야간·휴일 진료를 두고도 입장이 갈린다. 플랫폼은 지역 제한 시 환자 접근성이 떨어진다고 주장하지만 의협은 초진 허용 지역을 시·도 전체로 설정한 것 자체가 너무 넓다는 입장이다.
이상소견 발견 시 대면진료로 연계하려는 취지가 약화되는 만큼 시·군·구 단위로 축소할 것을 요구한 상태다.
또 플랫폼이 성과로 내세우는 야간·휴일 진료도 의협은 비대면진료 비율 30% 및 월 500건 상한 기준에서 야간·휴일 진료가 제외돼 사실상 전담기관 운영을 막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결국 플랫폼은 인기 의약품 장기 처방과 광역 영업을 유지하기 위해 규제 완화를 요구하고, 의료계는 대면진료 원칙 수호를 내세워 비대면진료 거부 가능성까지 시사하며 맞서는 형국이다.
의협은 “초진환자 처방기간 제한은 환자안전을 위한 최소한의 장치”라며 “기존 합의 원칙을 훼손하는 개정안이 확정될 경우 비대면진료 참여 거부도 검토할 수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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