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원 가업상속 제외…“지역의료 기반 붕괴 직결”
병원장들 “건물·재산 아닌 진료체계 승계”…기재부 “병원 특수성은 인정”
2026.11.03 16:32 댓글쓰기

정부가 가업상속공제 대상에서 병·의원과 약국 등 보건업을 전면 제외하면서 의료계가 즉각적인 제도 재검토를 요구하고 나섰다. 


병원을 일반적인 면허 기반 전문직 사업체와 동일하게 취급해 배제할 경우 개인 개설 의료기관의 승계 부담이 커지고 지역의료 인프라 유지에도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우려에서다.


지난 2일 국회에서 열린 ‘가업상속공제 제도 개편의 문제점과 올바른 재설계 방안’ 토론회에서는 병원들의 가업승계제외로 일어날 문제에 대한 성토가 이어졌다. 


의료계는 병원이 의사 면허만으로 운영되는 사업체가 아니라 고가의 의료장비와 시설, 전문인력, 진료체계가 결합된 복합적인 조직이라는 점을 강조했다.


승계는 단순한 재산 이전이 아니라 장기간 축적된 진료 역량과 지역 내 의료서비스의 연속성을 유지하는 문제라는 것이다.


정부 개편안은 가업상속공제 대상 업종을 현행 1205개에서 727개로 축소하면서 보건업을 일괄 제외했다. 


의료계는 “의료기관의 공공기능과 사업 구조를 고려하지 않은 획일적 업종 분류”라며 “개별 의료기관의 특성과 승계 필요성을 심사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는 마련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시설·장비·인력 없이는 운영 불가능”


현장 병원장들이 제기한 핵심 쟁점은 의료기관과 변호사·회계사 등 다른 면허 기반 전문직 사업체의 구조적 차이다.


홍준석 대림성모병원장은 의사면허는 의료기관 개설의 기본 요건일 뿐 실제 병원 운영에는 막대한 시설 투자와 인력 유지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홍 병원장은 “병원은 토지와 건물은 물론 의료장비와 다수 인력이 필수로 갖춰져야 하기에 일반 로펌이나 회계법인과는 수익 및 지출 구조 자체가 다르다”고 말했다.


의료기관은 일반 사업체처럼 시장 상황에 따라 서비스 가격을 자유롭게 조정하거나 이용자를 선택하기 어렵다는 점도 지적했다. 


건강보험 요양기관 당연지정제와 의료법상 진료 거부 제한 등 공적 규제를 받는 만큼, 일반 전문직과 동일한 기준으로 가업 승계 여부를 판단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는 취지다.


그는 “타 전문직은 제공하는 서비스 수준에 따라 자유롭게 가격을 결정하고 수임 거부가 가능하지만 의료기관은 당연지정제로 건강보험 수가 구속을 받고 진료 거부도 금지돼 있다”고 토로했다.


특히 개인 개설 의료기관의 비중을 고려하면 이번 조치가 미칠 영향도 적잖다는 분석이다, 토론회 자료에 따르면 전체 병원급 의료기관 3361개 중 57%가 개인 개설 형태다.


상속 과정에서 상당한 세 부담이 발생하면 병원 건물과 의료장비 등을 매각하거나 운영 규모를 축소할 수밖에 없고, 이는 지역 의료공급 기반 약화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다.


“병원 승계 핵심은 진료체계”…무조건 공제 아닌 심사 기회 요구


의료계는 가업상속공제의 판단 기준 역시 달라져야 한다는 입장이다.


병원이 승계해야 할 대상은 부동산이나 자산이 아니라 의료서비스를 지속할 진료 역량과 운영체계라는 것이다.


양문술 부평세림병원장(대한의사협회 대외협력이사)은 병원의 실질적인 가치를 의료서비스의 연속성에서 찾아야 한다고 역설했다.


양 병원장은 “병원에서 승계해야 할 진정한 핵심 가치는 건물이 아니라 수술실과 중환자실 운영, 지역 의료기관 간 진료 의뢰·회송체계 등 오랜 기간 축적된 경험과 진료 노하우”라고 말했다.


병원은 폐업 이후 다른 사업자가 같은 장소에 들어온다고 해서 기존 진료 기능이 그대로 복원되는 것도 아니라는 설명이다.


그는 “동네 마트가 폐업 후 다른 마트로 대체되는 것과 달리 병원이 사라지고 그 자리에 새로운 병원이 생긴다고 해서 동일한 필수 의료 기능이 유지되는 것은 결코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따라서 모든 의료기관에 공제 혜택을 주자는 것이 아니라, 편법 승계를 방지할 수 있는 요건을 설정하고 의료기관의 공공적 역할과 진료 기능 유지 여부 등을 심사해 적용 대상을 가리자는 요구다.


양 병원장은 “의료계 요구는 무조건적 세제 혜택이 아니다. 편법 승계를 방지하기 위한 엄격한 요건을 충족하는지 심사받을 수 있는 ‘기회’ 조차 원천 박탈하는 것은 부당하다”고 강조했다.


정부, 형평성 고심…국회 논의 ‘주목’


정부는 보건업을 제외한 배경으로 다른 전문직과의 조세 형평성을 제시했다. 다만 의료기관의 시설·장비 투자 부담 등 업종 특수성에 대해서는 인정했다.


김만수 재정경제부 재산세제과장은 “의료업은 타 자격사와 달리 고가의 장비 투자가 필수적이라 과거 중소기업 투자세액공제 대상에도 포함됐던 연혁이 있다”면서도 “다만 가업상속공제까지 적용할 것인지에 대해서는 타 전문직과의 형평성을 의식하지 않을 수 없었다”고 밝혔다.


의료취약지나 필수의료기관에 한해 예외를 인정하는 방안도 논의했지만, 적용 기준을 구체화하기 어려웠다는 입장이다.


김 과장은 “의료취약지와 필수의료를 구분해 적용하는 방안을 복지부와도 논의했으나, 응급·분만 등 필수의료 범위와 취약지 개념이 모호해 개편안에 명확히 담아내기 어려웠다”고 설명했다.


다만 의료기관이 다른 전문자격사와 구별되는 특수성을 갖고 있다는 점은 인정했다. 법률 개정 과정에서 추가적인 검토와 보완이 가능하다는 여지도 남겼다.


그는 “의료기관이 다른 전문자격사와 뚜렷하게 구분되는 특수성을 지닌 것은 사실”이라며 “향후 국회 조세소위 등 논의 과정에서 추가적인 검토와 보완이 이뤄질 수 있을 것”이라고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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