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밥 제거 후 시력장애…“설명 부족 1000만원 배상”
법원 “외래 간단 처치라도 부작용 가능성 설명필요, 시술상 과실은 불인정”
2026.07.07 11:56 댓글쓰기

녹내장 수술 후 남은 눈 실밥을 제거한 뒤 시력장애가 발생한 사건에서 법원이 병원에 배상책임을 인정했다. 외래에서 이뤄진 간단한 처치라도 환자에게 중대한 부작용 가능성을 설명한 자료가 없다면 병원이 책임을 져야 한다는 판단이다.


부산지방법원 서부지원(판사 박준민)은 지난달 9일 환자 A씨가 지역 국립대병원인 B병원을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 소송에서 B병원이 A씨에게 1000만원을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A씨는 양안 녹내장 진단을 받고 B병원에서 2018년 오른쪽 눈에 최소침습녹내장 시술을, 2020년에는 같은 눈에 섬유주절제술 등을 받았다. 이 과정에서 눈에 여러 개 봉합사 매듭이 남았다.


A씨는 2022년 3월 8일 B병원 외래 진료 중 봉합사 매듭 중 하나를 제거했다. 이후 같은 날 오후 9시경부터 오른쪽 눈에 불편감과 통증이 발생했다.


A씨는 다음 날 새벽 시력저하로 B병원 응급실을 찾았고, 눈 안쪽 감염 소견으로 섬유주제거술, 유리체절제술, 전방세척술, 유리체내 항생제 주입술 등을 받았다.


이후에도 추가 수술을 받았지만 오른쪽 눈에 시력과 시야 장애 후유증이 남았다. 이에 A씨는 병원을 상대로 2억3258만원 상당의 손해배상을 청구했다.


“시술 직후 감염만으로 과실 인정 어려워”


법원은 먼저 봉합사 제거와 시력장애 사이에 병원 과실이 있었다는 A씨 주장은 받아들이지 않았다.


재판부는 녹내장 수술 후 남은 눈 실밥을 제거하는 과정에서 난시, 눈 표면 손상, 안압 변화, 감염 등 후유증이 생길 수 있다고 봤다. 감염은 매우 드물지만 발생할 경우 예후가 나쁠 수 있다는 점도 인정했다.


다만 재판부는 “봉합사 제거 여부는 환자 상태를 종합적으로 고려해 의료진의 전문적 판단 하에 결정될 수 있다”며 “봉합사 제거가 환자 치료에 실질적인 도움이 된다면 감염 발생의 희박한 위험성보다 치료적 이익을 우선적으로 판단하는 것이 의료진의 역할”이라고 판단했다.


시술 과정 감염 가능성에 대해서도 “시술 당시 소독이나 무균 조작을 소홀히 했다고 볼 근거는 없고, 시술 후 점안항생제도 처방됐다”고 덧붙였다.


재판부는 감염 부위 균이 구강 내 상재균이라는 점도 주목했다. 시술 환경 오염이 아닌 다른 원인으로 감염됐을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는 취지다.


재판부는 “시술 직후 A씨에게 안내염이 발생했다는 사실만으로 그것이 피고 병원 과실로 인한 것이라고 인정하기는 어렵다”고 판시했다.


“설명자료 없다”…자기결정권 침해 인정


하지만 설명의무에 대한 판단은 달랐다. 재판부는 침습적 의료행위의 경우 환자가 시술 필요성과 위험성을 비교해 직접 선택할 수 있도록 예상되는 위험과 중대한 합병증 가능성을 설명해야 한다고 봤다.


재판부는 특히 “의사의 설명의무는 의료행위에 따르는 후유증이나 부작용 가능성이 낮다는 이유만으로 면제될 수 없다”며 “해당 치료행위에서 발생할 수 있는 위험이거나 회복하기 어려운 중대한 부작용이라면 발생 가능성이 낮더라도 설명 대상이 된다”고 판시했다.


이어 “B병원이 해당 시술 전 A씨에게 설명의무를 이행했다는 점을 인정할 만한 아무런 자료가 없다”고 지적했다.


재판부는 이에 따라 B병원이 시술에 관한 설명의무를 위반해 A씨가 시술을 받을지 여부를 결정할 수 있는 자기결정권을 침해했고, 이로 인해 정신적 고통을 받았을 것이 명백하다고 판단했다.


이에 따라 재판부는 A씨 나이와 시술 경위, 현재 상태 등을 고려해 위자료를 1000만원으로 정했다. 다만 시술상 과실과 시력장애 사이 인과관계는 인정하지 않아 나머지 청구는 받아들이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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