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극(悲劇) 반복…병원계 고질적 병폐 ‘태움’
위계적인 조직 문화로 피해자 고통…‘불이익 우려’ 대부분 신고 회피
2026.07.07 12:38 댓글쓰기



AI 생성 이미지

간호사와 방사선사 등 병원 종사자들이 스스로 생을 마감하는 안타까운 사건이 잇따라 발생하면서 병원 내 ‘태움 문화’에 대한 우려가 다시금 커지고 있다.


직종은 달랐지만 폐쇄적 조직문화 속에서 발생한 직장 내 괴롭힘 의혹과 이를 제때 막아내지 못한 조직의 실패라는 공통점이 여전히 병원계에 괴롭힘이 만연해 있음을 시사했다.


병원계 안팎에서는 태움은 간호사 등 특정 직종 문제가 아니라 병원 조직 전반에 뿌리내린 구조적 문제라는 지적이 공감대를 얻고 있다.


방사선사의 경우 유족은 고인이 생전 “출근하기 싫다”며 눈물을 흘릴 정도로 극심한 스트레스를 호소했고, 동료들과의 관계로 인해 수면제까지 복용했다고 주장했다.


병원은 외부 노무사를 선임해 사실관계를 조사 중이며, 경찰 역시 직장 내 괴롭힘 여부를 포함한 사망 경위를 수사하고 있다. 현재 괴롭힘 사실은 공식 확인되지 않은 상태다.


이번 사건이 더욱 무겁게 받아들여지는 이유는 병원 종사자의 극단적 선택이 처음이 아니기 때문이다.


병원은 환자안전때문에 강한 위계질서 유지위계가 교육 넘어 폭언·모욕·괴롭힘 


병원계는 오랫동안 강한 위계질서와 직종별 폐쇄적인 조직문화를 유지해 왔다.


신규 직원 교육이라는 명목 아래 폭언과 따돌림이 반복되는 이른바 ‘태움’ 문화는 간호계를 중심으로 공론화 됐지만, 의료기사, 행정직 등 다른 직군 역시 예외는 아닌 상황이다.


실제 전국보건의료산업노동조합이 실시한 직장문화 실태조사에서는 병원 노동자 상당수가 폭언이나 모욕적 언행, 따돌림, 부당한 업무지시 등 직장 내 괴롭힘을 경험했다고 응답했다. 


특히 신규 직원일수록 피해 경험이 높았으며, 상당수는 “참고 견뎠다”거나 “신고해도 달라질 것이 없다고 생각했다”고 답했다.


국가인권위원회가 발표한 직장 내 괴롭힘 관련 조사에서도 보건의료 분야는 위계적 조직문화와 강한 업무 특성으로 인해 괴롭힘 발생 위험이 높은 업종으로 분류됐다. 


가해자들은 대부분이 직속 상사나 선배였으며, 피해자들은 신고 이후 불이익을 우려해 침묵하는 사례가 적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병원 현장에서는 폭언이나 인격모독뿐 아니라 ▲공개적인 질책 ▲업무 배제 ▲과도한 업무 전가 ▲교육을 빙자한 모욕 ▲사적인 심부름 지시 등이 괴롭힘의 대표적인 유형으로 꼽힌다.


더 큰 문제는 피해가 드러나지 않는다는 점이다.


고용노동부 실태조사에 따르면 괴롭힘을 경험한 근로자 가운데 상당수는 별다른 대응을 하지 않았다. 이유로는 “참는 것이 낫다고 생각해서”, “불이익이 두려워서” 등이었다.


병원은 조직 특성상 폐쇄성이 강하고 인사권이 상급자에게 집중돼 있어 이러한 경향이 더욱 심하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특히 간호사나 의료기사처럼 교대근무가 많고 팀 단위 업무가 대부분인 직군은 조직에서 배제되는 것 자체가 업무 수행에 치명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어 신고를 더욱 어렵게 만든다.


한 병원계 인사는 “병원은 환자안전을 이유로 강한 위계질서가 유지되는 조직”이라며 “문제는 그 위계가 교육을 넘어 폭언과 모욕, 괴롭힘으로 이어지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또 다른 비극을 막기 위해서는 태움과 직장 내 괴롭힘을 개인 간 갈등이 아닌 병원 경영과 환자안전에도 직결되는 중대한 조직 문제로 인식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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