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스트라제네카(AZ)의 비소세포폐암 항암제 ‘타그리소(성분명 오시머티닙)’가 지난 9월7일 열린 건강보험심사평가원 약제급여평가위원회(이하 약평위)를 통과했다.
타그리소 약평위 통과로 유한양행 국산신약 비소세포폐암 치료제 렉라자(성분명 레이저티닙)와 1차 치료 급여 여부를 두고 경쟁이 치열해질 전망이다.
심평원은 제10차 약평위를 통해 타그리소의 1차 치료 건강보험 급여 적정성이 충분하다고 판단했다. 금년 3월 암질환심의위원회 통과 후 두번째 허들인 약평위까지 통과한 것이다.
건보 급여는 암질환심의위원회→약제급여평가위원회→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약가협상 순으로 진행된다. 타그리소는 2018년 1차 치료 허가 이후 5년 만에 2단계 심사를 통과했다. 올해 안에 급여가 확대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업계에서는 환자단체 등의 요구와 더불어 유한양행 신약 렉라자가 금년 6월 1차 치료제 허가 이후 암질위를 통과한 것이 타그리소 약가 인하 등에 영향을 줬다는 분석이다.
일부에서는 렉라자의 단독 1차 치료 급여 가능성까지 제기되면서 한국아스트라제네카가 기존과 다르게 협상 과정에서 입장을 전환, 자세를 낮췄다는 평가도 있다.
렉라자와 타그리소가 1차 치료 급여에 진입하면 비소세포폐암 표적항암제 시장은 연간 6000억원까지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한국아스트라제네카 관계자는 “이번 약제급여평가위원회 소식을 전할 수 있게돼 기쁘게 생각한다”며 “정부와 긴밀한 협업을 이어가 더 좋은 결실을 맺을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타그리소 쫓는 렉라자 '병용 임상' 주목···의료진 "국내 시장 렉라자 확대 전망"
유한양행도 렉라자 1차 치료제 허가 이후 빠른 속도로 건강보험 급여 심의 첫 번째 단계를 넘어서면서 급여 진입을 본격화하고 있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은 지난 8월 30일 진행한 제6차 암질환심의위원회(암질심) ‘폐암 치료 항암제 급여기준 심의’에서 렉라자 급여기준을 설정했다.
유한양행으로서는 렉라자 1차 치료 적응증 확대 이후 건보 급여 첫 허들을 넘는 데 불과 두 달 밖에 걸리지 않았다.
특히 렉라자는 현재 1차 치료로서 임상 유효성과 안전성이 확보된 상태이며 얀센이 진행 중인 비소세포폐암 1차 치료 병용요법 임상에 대한 기대감도 크다.
렉라자 글로벌 판권을 가진 얀센은 병용임상 결과를 연내 발표할 예정인데, 타그리소를 뛰어넘는 데이터가 나올 경우 국산 신약 최초 글로벌 블록버스터 의약품이 될 가능성도 충분하다.
실제로 얀센은 최근 '리브리반트'(성분명 아미반타맙)의 임상3상(MARIPOSA-2) 톱라인 결과를 통해 리브리반트와 렉라자 병용 투여 임상 유의성을 확보했다고 언급했다.
얀센 측은 경쟁사 1차 치료제에 비해 EGFR 돌연변이가 있는 비소세포폐암 환자의 종양 억제효과가 훨씬 뛰어날 것이라고 전망하기도 했다.
이는 현재 1차 치료제로 글로벌 시장을 장악하고 있는 타그리소에 좋은 소식이 아니다.
여기에 의료계에서는 렉라자의 한국인을 대상으로 한 임상에서도 유효성을 입증한 상황과 유일한 국산 신약이라는 점을 근거로 국내 시장 점유율 확대에 대한 기대감이 크다.
김열홍 유한양행 R&D 총괄 사장은 “렉라자는 끊임없는 노력으로 탄생한 약”이라며 “국내에서 유병률이 높은 EGFR 변이 양성 비소세포폐암 환자들에게 새로운 치료 옵션을 제공할 수 있게 됐다”고 밝혔다.
렉라자는 1차 치료 임상에서 한국 환자 중 3분의 1은 임상 시작 전에 이미 뇌전이(BM)이 있던 것으로 확인됐고 렉라자 투여군에 87명, 게피티니브 투여군에 85명 무작위 배정했다.
한국인 하위그룹 임상 결과, 렉라자 투여군은 1차 평가변수인 시험자 평가 기반 무진행 생존기간(PFS) 중앙값이 20.8개월로, 게피티니브 대비 두 배 이상 통계적으로 유의미한 결과를 도출했다.
임선민 연세암병원 폐암센터 교수는 데일리메디와의 통화에서 “국산 신약으로는 처음 글로벌 임상에서 성공한 약이고 실제 진료 현장에서도 동일하게 큰 효과를 보고 있는 것이 사실”이라며 “한국인 데이터만 보면 렉라자가 수치상으로는 좋다”고 말했다.
임 교수는 그러면서 “학회에선 통상 타그리소와 50대 50으로 이야기하지만 한국인 데이터를 비롯 관련 임상이 계속 나오고 있는 만큼 렉라자의 국내 폐암 치료 시장 점유율이 더 오를 것으로 보고 있는 상황”이라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