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사들을 향한 너무 끔찍하고 무서운 소리들이 머릿속에서 떠나지 않습니다. 너무나 괴롭고 왜 이런 욕을 먹어가면서 이 짓을 하고 있나 싶다가도, A와 그 가족을 생각하면 저절로 미소가 생깁니다. 남들은 욕해도 이분들만큼은 '곽 교수가 저럴 정도면 무언가 있겠지'라며 봐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17일 전체 휴진에 돌입한 서울의대‧서울대병원 교수협의회 비상대책위원회의 집회에서 곽재건 서울대병원 소아흉부외과 교수는 7년간 인연을 맺은 한 환아에게 보내는 편지를 낭독하며 이같이 말했다.
곽 교수는 "가만히 앉아서 눈을 감고 제 손을 거쳐 간 4000명 정도의 선천성 심장병 환자들을 머릿속에 떠올리다 보니 같이 고비를 넘겼던 많은 환자가 생각나지만 그중에서도 저와 가장 고생을 많이 하고 병원 생활도 길게 한 A가 떠오른다"라고 말문을 열었다.
이어 "막 태어난 아기 심박수가 40~50밖에 안 돼 심박동기를 어떻게든 몸 안에 넣으려고 했던 때부터 인연이 시작됐다"며 "남들에게는 찾아보기도 힘든 온갖 합병증이 왜 그리 많이 생기는지, 심장 관련 수술만 6~7번 할 때마다 너무 괴롭고 가슴이 찢어지듯 아팠다"고 전했다.
그는 "그럴 때마다 제게 위로해주고 힘을 불어넣어 준 건 A엄마, 아빠였다. A가 괜찮은지 묻기 전에 저보고 정말 고생 많으셨다고 먼저 얘기해주셨다"며 "이 맛에 살지라고 생각하며 더 힘내 수술하곤 했다"라고 말했다.
"저를 보고 뛰어들겠다고 한 후배들에게는 적어도 더 좋은 환경서 일하게 해주고 싶다"
곽 교수는 A 외에도 그간 수술했던 여러 환아를 언급하며 "5000만 국민 중 4900만명이 의사를 욕하고 죽일 놈이라고 해도 저희를 믿어준 환아와 가족들을 생각하면서 이 일을 계속해 나가려고 했다"면서도 "하지만 그런 저를 보고 이 일에 뛰어들겠다고 한 후배들에게는 적어도 더 좋은 환경에서 이 일을 하게 해주고 싶었다"고 토로했다.
그러면서 "거대한 정부 앞에서 저같이 평범한 의사가 무슨 힘이 있겠다고 싸움을 하겠나. 그러나 잘못된 것을 잘못됐다고 말하는 사람은 있어야 앞으로 의료계 이슈를 정치적 목적으로 이용하고, 의사들을 악마처럼 보이게 갈라치고, 현장은 개뿔도 모르는 채 손에 피 한방울, 오줌 한방울 못 만져본 인간들이 탁상공론으로 내는 정책에 휘둘리지 않는다는 마음으로 나왔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끝으로 그는 "휴진이라는 명목하에 귀 꽉 막고 있는 정부한테 얘기 좀 하려고 한다. A 어머님, 조금만 참아달라. 저희는 오래 못한다. A에게 이상이 있거나 걱정되는 게 있으면 언제라도 데려오세요. 중환자실, 응급실 모두 다 돌아간다. 저희 마음만큼은 알아주셨으면 한다. 죄송하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