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1대 고려대학교 총장선거에 출마한 의과대학 박종훈 교수가 최종관문까지 통과하며 의대 출신 총장 탄생에 대한 기대감을 높였다.
전임교원 예비심사에 이어 총장후보자추천위원회에서도 최종후보군에 포함되면서 마지막으로 법인 이사회 선택만을 남겨 놓게 됐다.
고려대학교 총장후보자추천위원회는 15일 회의를 열고 의과대학 박종훈 교수, 경영대학 김동원 교수, 법학전문대학원 명순구 교수 3명을 최종후보로 결정했다.
이번 제21대 총장선거에는 박종훈 교수를 비롯해 경영대학 김동원 교수, 미디어학부 마동훈 교수, 법학전문대학원 명순구·유병현·정영환 교수 등 총 6명이 출사표를 던졌다.
지난 달 29일 진행된 전임교원 예비심사에서는 후보자 6명 모두 유효투표자 수의 100분의 5 이상을 얻어 1차 관문을 통과했다.
이에 따라 대의원 30명으로 구성된 총장후보자추천위윈회(총추위)는 15일 이들 6명의 후보를 놓고 2차 투표를 진행했다.
개표결과 박종훈 교수는 김동원, 명순구 교수와 함께 3명의 최종후보에 오르며 희망을 이어갈 수 있게 됐다.
총추위는 이들 후보를 학교법인 고려중앙학원 이사회에 추천하고, 이사회는 3명의 후보 중 한 명을 차기 총장으로 최종 결정하게 된다. 고려중앙학원 이사회는 오는 22일로 예정돼 있다.
이번 선거의 최대 관심사는 고려대학교 역사상 첫 의과대학 출신 총장 탄생 여부다. 무엇보다 의과대학의 기대감이 상당하다.
사실 의대 교수의 총장 도전은 이번이 두 번째다. 지난 2018년 치러진 제20대 총장 선거에 흉부외과학교실 선경 교수가 출사표를 던진 바 있다.
당시 선경 교수는 1차 교수투표에서 7명의 후보 중 1위를 차지하며 기대감을 높였지만 2차 총장후보자추천위원회 투표에서 고배를 마셨다.
제21대 총장선거에서는 박종훈 교수가 총추위 투표까지 통과한 만큼 고대의대 염원인 의사 총장 시대를 열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고대의대가 이처럼 총장선거에 애착을 갖는 것은 단순한 개인의 영예가 아닌 달라진 학내 위상을 인정받고자 함이 더 크다는 분석이다.
고려대학교는 1905년 개교해 1971년 우석학원과 고려중앙학원의 병합으로 의과대학이 출범했다. 하지만 지금까지 의과대학 출신 총장은 전무했다.
고대의료원 산하 안암‧구로‧안산병원 모두 상급종합병원 반열에 올랐고, 각종 국책 사업을 시행하면서 고려대학교 발전을 견인하고 있다는 평가에도 총장 자리는 오르지 못했다.
때문에 그동안 내부적으로는 의료원이 양적 및 질적 성장을 이뤘으며 고대를 이끄는 새 동력으로 주목받고 있는 만큼 차기 총장으로 의대교수가 선출돼야 한다는 분위기가 형성됐다.
의과대학의 달라진 위상은 수치로도 어렵지 않게 확인된다. 2022년도 고대의료원 예산은 1조4454억원으로, 이는 고려대학교 전체 살림 보다 큰 규모다.
2018년 첫 1조원을 돌파한 이래 꾸준한 상승세를 이어가며 조만간 2조원 시대를 열 것이란 전망이 지배적이다.
연구 분야 역시 안암병원과 구로병원이 나란히 연구중심병원으로 선정된 이후 1500억원에 이르는 국책연구를 비롯한 연구 과제를 수주하며 가파른 성장세를 거듭하고 있다.
학술실적도 의료원 전임교원의 1인당 SCI급 국제논문 수는 1.05편으로, 전국 3대 의과대학으로 이름을 올린 바 있어 대외적으로 연구 역량을 입증시켰다.
이처럼 이미지와 브랜드 가치가 최근 급성장한 만큼 이제는 고려대학교 전체 발전을 견인할 수 있는 총장을 의대에서 배출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의과대학 한 교수는 “의대 출신 총장은 오랜 염원”이라며 “그동안 타 단과대학에 비해 짧은 역사 탓에 총장 자리가 요원했지만 이제는 학내 입지가 달라진 상황”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