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일리메디 박정연 기자] 골수검사 중 사망한 영아 사인을 ‘병사’라고 기재한 대학병원 의료진에게 법원이 허위진단서작성죄를 인정, 벌금형을 선고했다.
16일 법조계에 따르면 울산지방법원 유정우 판사는 허위진단서 작성 및 업무상과실치사죄로 기소돼 재판에 넘겨진 대학병원 소속 교수 A씨와 같은 병원 전공의 B씨에게 각각 벌금 500만원과 300만원을 최근 선고했다.
다만 업무상과실치사에 대해선 무죄로 판단했다.
지난 2015년 이들 의료진은 생후 6개월 된 C환아를 진료했다. 해당 환아는 발열 등 증상으로 인근 병원에서 혈액검사를 받았다가 빈혈·혈소판감소증이 확인돼 이사건 대학병원 응급실을 찾았다.
C환아의 범혈구감소 원인을 확인하기 위해 A교수는 B전공의에게 골수검사 지시를 내렸다. 그러나 골수 채취 시술을 받던 C환아의 진정 마취가 제대로 되지 않았고, B전공의는 미다졸람 등 진정 마취제를 투여했으나 실패했다.
이후 B전공의는 다른 전공의에게 골수채취를 요청했다. 이 전공의가 수회에 걸쳐 골수조직을 채취하던 중 C환아의 산소포화도는 급격하게 떨어졌고, 의료진은 기관삽관과 심폐소생술 및 적혈구 수혈 등을 시도했다.
그러나 골수 채취를 위한 천자침으로 동맥이 파열된 환아는 곧 저혈량 쇼크로 사망했다.
이같은 사실을 확인한 A교수는 사망원인을 ‘병사’로 작성하게 했다. 직접 사인은 ‘호흡정지’로, 중간선행사인은 ‘범혈구감소증’으로 기재하도록 지시했다.
이후 재판에 넘겨진 의료진들은 “C환아 사인은 진정제 부작용 때문으로 알았으며, 동맥 파열로 인한 출혈 때문이라는 점을 인지하지 못했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이어진 재판 과정에서 B전공의는 C환아가 마치 질병으로 인한 병사를 한 것처럼 사망진단서를 꾸미는 것이란 사실을 알면서도 이처럼 사망진단서로 작성한 사실을 인정했다.
이에 재판부는 “사망진단서 상 사망원인과 종류가 피해자의 사망원인 및 내용과 다르며, 의료진은 이 같은 내용에 대해 인식하고 있었다”면서 “사망진단서 내용을 사실과 다르게 기재한 범죄사실이 충분히 인정된다”고 판시했다.
또 C환아 질병명이 정확히 진단되지 않았던 가운데 시술 과정에서 사망한 사실이 명백하다고도 봤다.
재판부는 "범혈구감소증의 경우 법의학 교수의 증언에 의하면 범혈구감소증 자체로 사망에 이르는 경우는 거의 없다“며 ”범혈구감소증과 피해자의 사망 사이에 인과관계가 없으므로 사인에 해당할 수 없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피해자의 사망 종류가 '병사'가 될 수 없고 ‘외인사’임이 명백하다"고 못박았다.
다만 업무상과실치사 혐의에 대해선 “B전공의가 골수 채취 시술 과정에서 혈압을 체크하지 못해 출혈에 대처하지 못한 것이 업무상 과실에 해당한다고 볼 수 없다. 또한 A교수가 전공의에 대한 지휘 및 감독을 제대로 하지 않은 과실이 인정됐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