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인 환자 중에 신분증을 지침하지 않은 분들이 계셔서 확인을 요청했는데, 몰랐다며 역정을 내시는 분들이 있었어요. 사전에 문자메시지도 보내고 전화도 했는데도 그러네요."
20일 서울 마포구 한 내과 데스크 직원은 의료기관에서 건강보험 적용 진료 시 반드시 신분증을 확인해야 하는 '요양병원 본인확인 강화제도'가 시행된 첫 날 경험을 소개하며 이같이 전했다.
국민건강보험공단은 전국 병·의원 및 약국을 대상으로 '요양기관 본인 확인 강화 제도'를 시행했다. 이에 따라 의료기관은 건강보험 진료를 받는 환자들 신분을 확인해야 한다.
무자격자나 급여제한자 도용과 대여, 타인 명의 신분증을 활용한 약물 오남용 등을 방지하기 위한 조치다. 주민등록증을 비롯해 외국인등록증, 모바일 건강보험증 또는 QR코드 등으로 본인 확인이 가능하다.
병·의원들은 진료 예약 확인 시 전화로 이 같은 제도를 설명하거나 사전 문자 메시지를 보냈다. 그러나 노인들의 상당수가 신분증을 지참하지 않거나 깜박 잊어버리고 내원하는 경우가 많았다고 한다.
특히 동네 의원에서 환자들과 진료 접수 직원 간 마찰이 빚어진 일이 발생했다. 자주 내원하는 노인 환자에게 신분증을 요구하자 검사를 거부하거나 다짜고짜 진료를 요구하는 경우도 있었다.
그러다보니 대기 시간이 길어져 불만을 토로한 내원객도 있었다. 서울 강동구 가정의학과의원 A 원장은 "이 제도가 생길 때부터 노인분들 원성이 자자할 것으로 예상했다"고 말했다.
이어 "젊은 분들은 제도를 설명하면 불평은 해도 이해하는데, 어르신들은 10명 중 6명은 자주 오는데 왜 신분증을 검사하느냐며 짜증을 내거나 검사를 거부하기도 했다"고 덧붙였다.
개원가는 건강보험 부정수급 단속은 정부의 역할임에도 그 의무를 병·의원들에게 떠넘기고, 과태료까지 부과하는 것에 대해 문제제기했다.
김동석 대한개원의협의회장은 "아파서 병원 온 환자의 신원 확인을 하는 과정에서 벌어지는 실랑이를 감당하는 것도 우리의 몫이고, 그걸 제대로 못하면 과태료를 내야 하며 신분증 없는 환자를 되돌려보내면 진료 거부에 해당해 조치도 받게 된다"고 꼬집었다.
이어 "진료를 잘하기 위해 시간을 써도 모자랄 지경인데, 부당수급과 같은 공단의 업무까지 맡아 환자의 원성까지 사고 있다"며 "도대체 어떻게 만들어진 제도인지 모르겠지만, 과태료라도 없애야 하는 게 아니냐"고 주장했다.
병원급 의료기관 "상대적으로 민원 적어"
반면, 대학병원 등 병원급 의료기관은 의원급 의료기관에 비하면 비교적 순탄하게 신분 확인이 진행됐다는 분위기다.
세브란스병원 관계자는 "큰 문제가 없이 신분 확인이 이뤄졌다"며 "일부 제도를 몰라 작은 실랑이가 있긴 했지만 업무에 차질을 줄 정도는 아니었다. 환자 불편을 최소화하기 위해 노력 중"이라고 설명했다.
인하대병원 관계자는 "예약 문자를 보내고 공지를 계속 해서 혼선이 생각보다 적었다. 신분증 없는 환자들도 있었지만 제도에 대해 설명하자 수긍했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에이치플러스 양지병원 원무팀 관계자도 "정부가 인정하는 신분증을 소개하고, 미처 신분증을 준비하지 않아 당황한 환자와 보호자를 위해 차후 환급 방법과 절차를 상세히 안내했다"고 언급했다.
세란병원 관계자 역시 "외래에 오는 내원객이 문의하는 경우도 있었지만 민원은 없었다. 미리 제도를 전달해 큰 애로사항은 없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