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대 증원 정책은 단순히 의사 수를 늘리는 문제를 넘어섰다. 의료시스템이 바뀌는 절체절명의 순간이다. 어떤 형태로든 봉합이 필요하다. 강(强) 대 강(强) 대치가 아닌 작은 것부터 하나씩 풀어나가야 할 때다."
서울시의사회 황규석 회장은 3일 서울 로얄호텔에서 열린 '서울시의사회의 날' 행사에서 의대 증원 갈등으로 빚어진 의정 대립 해소를 위한 3가지 제언을 발표했다.
이는 지난달 의대 증원 반대 촛불집회에서 '큰 싸움'을 예고하며, 총파업 진행을 위한 회원들의 의견을 묻는 투표를 진행하는 대한의사협회와 다소 상반된 모습이기도 하다.
황규석 회장은 "어떤 정책이든 무리하게 추진하면 파열음이 날 수밖에 없고 피해자는 국민"이라며 "무리한 정책 추진을 멈추고 지금이라도 의료계와 진실된 자세로 대화하길 바란다"고 말했다.
이어 "돌이킬 수 없는 파국을 앞두고 있는 국민들의 불안을 달래기 위해서라도 정부는 반드시 젊은 의사, 전공의, 학생들 목소리에 귀 기울여 한다"며 "대한민국 의료 미래를 짊어지고 나갈 인재들을 더 이상 도구로 이용해선 안 된다"고 역설했다.
의사회는 의정 갈등을 위한 해결책으로 첫째 '전공의 수련비용 국가 부담제'를 제시했다. 전공의들의 살인적인 노동시간을 줄이고 근무환경 개선을 위해선 국가가 수련 비용을 부담해야 한다는 것이다.
황 회장은 "전공의 연속 근무시간을 30시간으로 줄이는 것을 마치 정부가 시혜를 베푸는 것처럼 구는 정부의 태도가 문제"라며 "환자의 안전을 지키기 위해 전공의 안전이 필수적인데, 전공의 등 의료 인력을 과로사로 몰아넣는 현재의 의료 현장은 살인적"이라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전공의 노동시간을 줄이는 데 현실적인 어려움으로 거론되는 수련병원의 경영 문제에 대해 미국, 캐나다, 유럽 등 해외 국가들처럼 전공의 수련 비용을 국가가 부담하는 제도를 실시할 것을 제안한다"고 덧붙였다.
"정부, 100일 동안 무자비한 행정명령 행사"
"현 상황 방치하면 서울시의사회, 불가피하게 투쟁 선봉 설 것"
또한 의사들에게 국민의 기본권인 직업 선택 자유를 억압하는 수많은 행정명령을 즉각 철회해 줄 것을 요구했다.
황규석 회장은 "전공의가 떠나지도 않은 상황에서 정부는 사직 금지 명령, 업무 복귀 명령을 그리고 병원장들에게는 사직서 수리 금지 명령을 내렸다"면서 "100여일 동안 무자비하게 수많은 행정명령을 행사해왔다"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정부는 국민으로서 최소한의 권리와 자유마저 빼앗아온 명령을 즉각 철회해, 전공의들이 자율적으로 돌아올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줘야 한다"면서 "정부가 아무런 노력 없이 전공의들에게 돌아오라고 한다고 해결될 문제가 아니다"라고 주장했다.
아울러 환자와 의사 간 신뢰 회복을 위한 사회적 여론 정화 및 의사 악마화 작업을 즉각 중단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황규석 회장은 "이번 의대 증원 사태로 의사와 환자 간 신뢰가 깨진데다 의사에 대한 사회적 분위기도 적대적이라 전문의되기를 포기한 전공의들이 많다"며 "대학병원에서 수련을 받고 전문의 자격을 취득하기보다 차라리 일반의로 활동하겠다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어 "진정으로 전공의들이 돌아오게 하려면 그들의 상처가 치유될 수 있도록 국민의 시선을 되돌리고, 의사를 악마화하는 여론 작업을 즉각 멈춰야 한다"며 "정부가 의료 붕괴로 이어질 수 있는 현 상황을 방치한다면 서울시의사회는 불가피하게 투쟁의 선봉에 나설 수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황 회장은 "서울시의사회는 의료계의 선배로서 전공의와 학생들을 지지하고 그들을 보호하겠다"며 "지금이라도 무리한 정책 추진을 멈추고, 의료계와 진실된 자세로 대화하길 요구한다"고 부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