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구화된 식습관으로 인해 젊은 연령층에서의 염증성 장질환 발병률이 늘고 있다. 염증성 장질환 중 하나인 크론병의 경우 최고 호발 연령은 20~24세였으나 최근 15~19세로 낮아졌다. 크론병 10대 발병률은 2009년 10만 명당 0.76명에서 2016년 1.3명으로, 20대는 0.64명에서 0.88명으로 증가했다. 염증성장질환의 경우 정확한 원인이 밝혀지지 않았기 때문에 완치 방법은 없지만, 치료와 관리만 꾸준히 하면 일상생활이 충분히 가능하다. 소아 염증성장질환 치료에는 어떤 방법이 있는지 강빈 칠곡경북대병원 소아청소년과 강빈 교수를 만나 이야기를 들었다. [편집자주]
"소아청소년 염증성 장질환 발병률 지속 증가 추세"
강 교수는 6년 전 칠곡경북대병원에 내려와 소아 염증성장질환 환자들을 돌보고 있다. 많은 대구·경북 지역 환자들이 치료를 위해 서울로 향하지 않고 강 교수를 찾을 정도로 지역에서는 소아 염증성 장질환 전문가다.
강 교수는 "대구·경북 지역 역시 소아청소년 염증성장질환 발병률이 늘어나는 추세"라고 밝혔다.
대구·경북권 소아청소년 염증성장질환 발병률을 조사한 연구를 살펴보면, 소아청소년 연령에서 궤양성 대장염 발병률은 크게 변화가 없었다. 하지만 소아청소년 크론병은 2011년과 비교해 2016년 발병률이 무려 4배 증가했다.
최근 연구에서도 이러한 증가 추세가 지속되고 있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2017년 대비 2020년 발병률은 약 2배가 증가했다.
이처럼 발병률은 늘고 있지만, 크론병과 궤양성대장염은 자가 염증 질환 특성상 완치라는 개념이 아직 없는 실정이다.
강 교수는 "염증성장질환은 평생 관리와 치료가 필요한 질병이다. 하지만 잘 관리하고 치료받으면 정상인과 똑같이 일상생활이 가능하다. 따라서 환우들은 질병으로 인해 좌절하거나 우울해 하기 보다는 자신감을 갖고 질병 관리와 치료에 적극적으로 임해야 한다"고 말했다.
"소아 염증성장질환 치료제 옵션, 성인보다 현저히 적어"
염증성장질환의 약 25%의 경우는 소아청소년 시기에 처음 발병하게 된다. 소아청소년기 연령층에서 발병하는 염증성 장질환은 성인에 비해 중증인 경우가 많고 침범 부위가 넓으며, 진행이 빠르고 급격히 악화돼 장(腸) 절제와 같은 수술을 요하는 빈도가 높다.
강 교수는 "염증성장질환 치료를 위해서는 인플릭시맙, 아달리무맙, 베돌리주맙 등이 사용되는데, 성인 연령층과 비교해 소아 염증성 장질환의 치료는 진단 시부터 인플릭시맙과 같은 항-TNF 제재들을 이용한 적극적인 치료제들을 요하는 경우가 많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소아청소년의 경우 성인보다 사용할 수 있는 약이 적은 상황이다.
강 교수는 "성인은 5개가 넘는 약제가 승인됐는데 소아는 크론병 2개, 궤양성대장염 1개밖에 없는 실정이다"라며 "대부분 성인을 대상으로 임상을 한다. 임상이 성공하면 약으로 출시되고, 그 다음 소아 대상 임상이 이뤄진다. 그래서 소아가 항상 늦는다. 성인과 소아 임상이 동시에 진행되면 정말 좋을 것 같다"고 말했다.
성인에게 흔히 사용되는 램시마SC의 경우에도 소아 크론병, 소아 궤양성대장염에 대해서는 아직 허가를 받지 못한 상태로, 최근 미국 3상 임상을 진행하고 있다.
램시마SC는 2시간 이상 투여 시간이 소요되는 정맥주사와 달리 3~5분 빠른 자가투여가 가능해 환자 병원 방문 횟수가 줄어들게 된다.
또한, 피하주사 격주 투여로 인플릭시맙 정맥주사 대비 높고 안정적인 혈중 약물 농도로 치료 효과 개선을 기대할 수 있으며, 정맥주사보다 낮은 ADA/Nab 발생율을 보여 면역원성 발현의 우려가 적다는 장점이 있다.
강 교수는 소아 크론병 및 궤양성대장염에 대한 램시마SC 허가가 조속히 이뤄지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그는 "중고등학생 환자들의 경우 학업 때문에 병원에 자주 오기 힘들어 램시마SC가 굉장히 큰 도움이 될 것으로 보인다. 병원에 방문하는 간격이 한두 달에서 세 달로 늘어나게 돼 굉장히 편할 것"이라고 말했다
칠곡경북대병원의 경우 소아 염증성장질환 환자들이 18세 이상 되면 대부분 램시마SC를 사용한다.
강 교수는 "저희 병원 환자의 경우 18세가 넘으면 약 80%가 램시마SC를 사용한다. 대부분 환자들이 요청해서 바꾸는데 만족도가 높다"며 "지금도 18세가 될 때까지 기다리는 환자들이 많고, 제가 보는 환자들 중 약 100명이 램시마SC로 바꿨다"고 설명했다.
"크론병·궤양성대장염, 더이상 난치병 아니다. 거주지 근처 병원 내원해 치료 받는 것 추천"
강 교수는 이러한 내용 외에도 다양한 치료 관련 내용을 공유하기 위해 최근 밴드를 개설하고 환자 및 보호자와 소통하고 있다. 칠곡경북대병원 환자 외에도 여러 병원의 900여 명 환자들이 도움을 받고 있다.
강 교수는 "의사와 환자 및 보호자 간 소통이 매우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소통 중요성을 깨닫고 3개월 전 환우 및 보호자들을 위한 밴드를 만들었다"며 "소통뿐만 아니라 환우 및 보호자들에 조금이나마 심리적인 위안을 제공하길 바란다"고 말했다.
강 교수는 앞으로도 칠곡경북대병원에 남아 대구·경북 환자들을 돌보며, 염증성 장질환으로 인한 고통을 함께 이겨나가겠다는 각오다.
그는 "5년 전 삼성서울병원에서 스카우트 제의를 받았지만 가지 않았다. 삼성서울병원은 제가 아니어도 갈 사람이 많지만, 지역에 내려오는 의사는 거의 없기 때문"이라며 "대구에 연고는 없지만 환자들을 위해 이곳을 지킬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소아청소년의 경우 치료 성적이 평준화돼 전국적으로 치료법이 거의 동일하다. 또 지방에도 유능하고 인성이 훌륭한 염증성장질환 전문의들이 있다"며 "환자들이 굳이 시간과 노력을 들여 서울 메이저병원에 가지 않고 거주지 근처 병원에 내원할 것을 추천한다"고 강조했다.
환자들에 응원의 말도 전했다. 그는 "크론병과 궤양성대장염의 경우 더 이상 난치성 질환이 아니다. 약물 치료와 자기 관리를 통해 충분히 일반인과 동일한 생활이 가능한 병이니 의료진을 믿고 마음 편히 생활했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피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