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의대 증원을 최종적으로 확정했다. 내년부터 전국 각 대학병원들은 기존보다 늘어난 의대 신입생을 맞이하게 됐다.
의사단체들이 우려를 표하며 제기한 집행정지는 기각됐고, 각 대학들의 의대 증원 학칙 개정 통과 및 대입전형 시행계획 확정으로 내년부터 1497명이 증원된 4695명이 의대에 입학한다.
다만 의대 증원을 둘러싼 의정갈등은 여전히 현재 진행형이다.
당장 의대증원 작업은 절차대로 진행될 가능성이 크지만 의료 현장의 상황은 마냥 낙관적이지 않다.
실제로 국내 주요 대학병원 중심의 진료에 차질이 이어지고, 전공의들과 휴학계를 낸 의대생들의 경우 진료현장, 학업 복귀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모습이다.
왕규창 대한민국의학한림원 원장은 “최근 의료대란 등 문제의 기저에는 정부 중심의 단발적 정책으로 인한 시스템적 의료 이용의 문제점이 자리잡고 있다”고 지적했다.
데일리메디는 최근 열린 ‘대한민국 의료 이용 문제점과 해법’을 주제로 제2회 미디어 포럼에서 왕규창 대한민국의학한림원을 만나 의료 현안에 대한 생각 등을 들어봤다.
“한국 의료 이용 문제점, ‘단견적 정책’ 강행때문에 초래”
왕규창 원장은 “한국 의료 이용 문제점은 작금의 의료계 최대 갈등 사안”이라며 “정부는 5년마다 보건의료 정책의 큰 그림을 그려야 했지만 그동안 ‘단견적 정책’만 남발했다”고 지적했다.
이어 “인간 생명과 기능 유지 개선에 적용돼야 할 필수의료는 붕괴 돼 가고 있고, 수도권 쏠림현상은 지역의료 공백을 키웠으며, 시간을 다투는 질환 관리는 어려워져 갔다”고 덧붙였다.
불가피한 의료사고에서의 의사들에 대한 처벌, 기형적 의료보험 체계 또한 일침했다. 이러한 정책들이 소위 말하는 ‘필수의료’ 의사 인력 이탈을 심화시킨다는 지적이다.
그는 “국민들이 상대적으로 낮은 비용으로 매우 높은 질의 의료를 받으면서도 환자-의사 간 신뢰는 최하치를 보이며 의료소송이 난무하고 다시 의료 위축 현상을 초래했다”고 강조했다.
“중장기 계획 없는 ‘의료개혁’, 종료시 필수의료 위축”
정부는 최근 악화일로의 의정갈등 상황에서 의료개혁을 통해 응급실 뺑뺑이 등 필수의료 관련 문제를 해결하겠다고 천명했다. 다만, 실현 가능성에 대해서는 설왕설래가 이어지고 있다.
왕규창 원장은 “의료개혁은 매우 반가운 일”이라면서도 “문제는 이 또한 중장기적 시각 없이 단견적으로 종결되는 것은 아닐지 매우 우려스러운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어 “갑작스런 의대증원이 의료개혁 우선 과제로 다뤄지는 게 맞는 의문”이라며 “갈등 과정에서 필수의료 종사자가 느꼈던 실망감이 향후 필수의료 위축을 재촉할까 걱정”이라고 덧붙였다.
의대증원은 당면한 이슈지만 그런 문제들이 계속 축적돼 왔고, 축적된 원인에는 중장기적인 정책적 준비가 없었다는 부분과 정부의 정치적 입장이 반영됐다고 평가했다.
그는 “국민들한테 고통 분담 요구를 못하고 설득할 점을 설득하지 못하는 것 같다”라며 “의료계의 경우 선의로 일하지만 경제적인 부분은 무시하지 못하니 공중에 붕 뜬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모든 사람의 욕구를 만족시키는 방법은 없다”라며 “결국 이번 정책은 미래세대 치료를 받는 환자들, 우리 아들 딸의 세대가 피해를 볼 것”이라고 덧붙였다.
“전공의·의대생 복귀 어려워진 상황으로 미래 의료·교육계 큰 영향”
전공의 집단사직, 의대생 동맹휴학, 의대 증원 집행정지 신청 등 의료계의 거센 반발에도 불구하고 정부 승리로 기우는 모습이다.
최근 전형계획 승인, 의대증원 집행정지 기각 등 의사들의 목소리에 힘이 실리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그는 “법원도 '기각'과 '인용'에 따른 혼란을 피하기 위해 상당히 조심스러운 결정을 했겠지만 기각 자체도 혼란을 피하는 방법은 아닐것 이란 게 사견”이라고 말했다.
이어 “누구 편이 아니라 장기적으로 무엇이 맞는지 고민이 필요하다”라며 “전공의와 의대생들이 돌아오지 않을 것 같고, 의료는 물론 교육적 측면에서 큰 영향이 있을 것 같다”고 덧붙였다.
왕규창 원장은 향후 의사 인력 수요 추계에 대한 과학적 자료 생산을 통해 지속적으로 목소리를 낼 예정이다.
그는 “정부가 의료전달체계, 실손보험 등 의료걔혁을 얘기했으나 방향과 인구 구조 변화 요인은 예측이 불가능하다”라며 “의사인력 수요 추계에 대한 자료 생산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말했다.
이어 “인력 변동 추이를 살펴보고 영향을 꾸준히 분석해 적당한 시기에 갈등의 과정을 정리하고 교훈을 사회 구성원들과 나눌 것”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