큐로셀‧에이프릴바이오 고배···바이오기업 문턱 상승
임상결과‧기술수출 불구 상장 실패, "단일 파이프라인 한계" 제기
2022.05.19 11:02 댓글쓰기



큐로셀과 에이프릴바이오 등 최근 우수한 성과를 낸 기업들이 코스닥 입성에서 쓴잔을 들이켰다. 우수한 성과에도 불구하고 좋은 평가를 받지 못했다.


업계에서는 전반적으로 바이오 기업에 대한 신뢰도가 하락한 상황에서, ‘단일 파이프라인’에 의존한 사업구도가 발목을 잡았을 것이라고 진단했다.


19일 제약‧바이오업계에 따르면 최근 큐로셀과 에이프릴바이오는 기업공개(IPO) 문턱을 좀처럼 넘지 못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큐로셀의 경우 지난 4월 22일 기술성평가에서 탈락 통보를 받았다. 기술성평가를 통과하려면 두 기관 평가에서 각각 A‧BBB 등급 이상을 확보해야 하는데, 큐로셀은 국책연구기관에서는 A등급을 받았지만 신용평가기관에서 BB등급에 그쳤던 것으로 확인됐다.


특히 큐로셀은 좋은 임상 결과에도 불구하고 기술성평가에서 고배를 마셨다. 


큐로셀은 개발 중인 키메릭항원수용체 T세포(CAR-T) 치료제 ‘안발셀’의 임상1상 결과를 오는 6월 유럽혈액학회에서 공개한다고 지난 17일 밝혔다.


지난 15일 온라인 사전 공개 초록에 따르면 지난해 4월부터 올해 1월까지 삼성서울병원에서 진행한 1상 결과, 안발셀을 투여한 재발성‧불응성 미만성 거대 B세포 림프종 환자 9명 중 7명 환자가 완전관해에 도달해 78%의 완전 관해율을 보였다. 국내 허가된 CAR-T 치료제 킴리아의 임상 결과인 40%을 상회하는 수치다.


데일리메디 취재 결과, 큐로셀은 기술성평가 당시 이번에 공개한 임상1상 결과를 함께 제출한 것으로 확인됐다. 


큐로셀 관계자는 “안발셀 임상1상 결과 우수한 치료효과를 확인할 수 있었다. 이번 기술성평가에도 해당 연구결과를 제출했다”며 “1상이 성공적이었고, 국내 CAR-T 치료제 개발 기업 중 가장 앞선 단계에 있는 만큼 기술성 평가 탈락은 예상하지 못했었다”고 설명했다.


좋은 성과에도 탈락의 아픔을 겪은 기업은 큐로셀뿐만 아니다. 에이프릴바이오도 최근 상장 심사과정에서 부침을 겪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에이프릴바이오의 경우 지난 4월 코스닥 상장심의위원회에서 예비심사 미승인을 받은 데 이어 5월에도 재심사에서 고전을 면치 못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4월 미승인에 대한 이의 제기로 시장위원회 심의 중인 상황에서, 위원회 측이 결정을 보류한 것이다.


에이프릴바이오 또한 상장 신청 직전 괄목할 만한 성과를 보였다. 지난해 10월 덴마크 기업 룬드벡과 4억4800만달러(약 5700억원) 규모의 계약을 통해 자가면역질환 치료제 ‘APB-A1’ 기술 이전에 성공했다. 


당시 에이프릴바이오가 확보한 선급금만 1600만달러(약 200억원)에 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선급금의 경우 향후 기술 반환 시에도 돌려줄 필요가 없다. 당시 충분한 성과를 낸 에이프릴바이오가 무난히 상장 예심을 통과할 것이라는 의견이 많았지만, 예상과 달리 미승인에 이어 재심사에서도 어려움을 겪고 있는  상황이다.


업계에서는 신라젠‧코오롱티슈진 등 문제를 일으켰던 바이오기업으로 인한 반사적 불이익와 함께 단일 파이프라인 중심 사업구조 한계성이 두 기업의 발목을 잡은 것으로 진단했다.


에이프릴바이오의 경우 이번에 성과를 낸 ‘APB-A1’을 제외하면 다른 파이프라인 성과가 뚜렷하지 않은데다, 모든 파이프라인이 단일 원천기술에 묶여있어 위험성이 크다는 분석이 나온다. 


큐로셀의 경우에도 CAR-T 치료제를 제외하면 괄목할 만한 성과를 드러낸 파이프라인이 부재한 상황이다.


한 바이오업계 관계자는 “신라젠‧코오롱티슈진 등 선행 상장 바이오기업들이 시장에서 문제를 일으키면서 상장폐지 위기에 놓인 까닭에 바이오기업에 대한 시장 신뢰도가 떨어진 것이 사실”이라고 말했다.


이어 “특히 코스닥에서는 최근 단일 파이프라인에 의존하는 기업들의 안정성을 낮게 평가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며 “앞서 상폐 위기에 몰린 신라젠과 코오롱티슈진 등 두 기업 또한 각각 펙사벡과 인보사 등 단일 파이프라인에 의존하는 구도가 재심사에서 발목을 잡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고 밝혔다.


바이오업계에서는 보다 근본적인 해결책이 필요하다는 의견도 있었다. IPO에 의존하는 바이오 업계의 엑시트(투자금 회수) 구조를 개편해야 한다는 뜻이다.


이승규 한국바이오협회 부회장은 “미국 등 선진국의 경우 인수합병(M&A) 등을 통한 엑시트가 활성화돼 있지만, 우리나라는 그렇지 못하다”며 “M&A을 해야 할 제약사들도 글로벌과 비교했을 때는 규모가 작은 편이다. 대기업을 비롯한 여러 기업들이 적극적으로 바이오기업들을 M&A해 엑시트할 창구를 열어줘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이를 위해서는 정부를 비롯한 관계부처가 M&A를 활성화할 수 있는 분위기를 만들어야 한다”며 “적극적으로 나서서 조장할 필요는 없다. 다만 M&A 관련 규제를 일부 해소하는 등 M&A에 대한 긍정적인 신호를 시장에 보여주는 것 만으로도 큰 효과를 거둘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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