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당뇨병 치료현장을 책임지고 있는 대학병원 교수들이 연속혈당측정기(CGM), 인슐린펌프 등 1형 당뇨병 치료기기·소모재료 등의 건강보험 급여 전환을 촉구하고 나섰다.
해당 기기들을 사용하더라도 환자가 의료기관에서 제대로 관리·교육받지 못하면 치료 혜택을 보는 경우는 극소수에 불과하기 때문에, 원내 처방이 이뤄져야 한다는 시각이다.
지난 12일 광주 김대중컨벤션센터에서 열린 대한당뇨병학회 춘계학술대회 둘째날, 보험대관위원회 세션에서는 내분비내과 교수들과 1형 당뇨병 환우회, 보건복지부 보험급여과 측이 토론을 벌였다.
"내시경 환자가 직접 내시경 사와 병원서 받는 격"···대장암환자 '장루' 선례
이날 최덕현 순천향대부천병원 내분비대사내과 교수는 1형 당뇨병 환자가 의료비용이 많이 들 수밖에 없는 이유를 제시했다.
그는 "내분비대사내과 전문의가 있고 당뇨병 교육자 및 당뇨병교실이 구비된 의료기관은 대부분 상급의료기관이기에 본인부담금이 비싸다"며 "급성 합병증으로 인한 잦은 입원치료도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현재 1형 당뇨병 환자들은 요양급여가 아닌 요양비를 지원받는다. 이는 환자가 기기와 재료를 직접 사고나서 이를 청구하면 현금으로 일부 환급받는 구조다.
최덕현 교수는 이에 대해 "내시경 환자가 밖에서 내시경 기기와 재료를 사와 의료기관에서 받게 하는 격"이라고 비유하면서 "불합리하다. 국가가 도와주는 것은 좋지만 좀 더 확실한 지원이 필요하다"고 피력했다.
류영상 조선대병원 내분비대사내과 교수도 환자들이 현재 외부에서 기기·소모재료를 사고 환급받는 절차, 즉 요양비 적용 구조가 환자들의 치료접근성을 저해한다고 봤다.
그는 "광주의 경우, 소모성 재료를 구할 수 있는 곳이 3곳 뿐이다. 그 상태에서 환자들이 CGM을 사용하게 되면 그곳까지 가서 환급을 받아야 하는 실정"이라고 설명했다.
정부는 지난 2021년부터 환자들이 본인부담금만 납부하고 약국·의료기기 판매업체가 대신 청구할 수 있도록 했지만, 실제 환자들은 소모성 재료 등록 업체 중 영세한 곳이 많은데다 위임청구 시 제출할 서류가 많아 힘들어한다는 설명이다.
이에 류영상 교수는 기존에 요양비가 적용되다가 요양급여로 변경된 대장암 환자 '장루(인공항문)'를 들며 1형 당뇨병 치료 기기와 재료도 같은 절차를 밟을 것으로 전망했다.
그는 "2011년을 기점으로 장루 소모재료가 원내 처방되면서 요양급여가 적용됐다"며 "이러한 제도라면 CGM, 인슐린펌프도 충분히 가능해보인다"고 말했다.
당뇨병 기기 관련 원격의료 불법성 공방, 현 제도적 측면서 미비
한편, 이 같은 쟁점이 있다 보니 이날 1형 당뇨병 치료 관련 요양비의 요양급여 전환을 두고 갑작스런 '원격의료' 공방으로 비화되는 모습도 펼쳐졌다.
플로어에서 김재현 삼성서울병원 내분비대사 교수는 보건복지부 유강열 보험급여과 사무관에게 질의했다.
김재현 교수는 "전문가 및 환자단체는 오래 전부터 이 문제를 지적했다"며 "CGM, 인슐린 펌프를 혼자 잘 쓰는 경우는 100명 중 1명에 불과한데 의료기관에서 해야 할 일을 환자 스스로 하도록 만드는 '요양비' 구조로 묶어두는 이유가 궁금하다"고 지적했다.
이어 "CGM 판독 수가는 인정하고 있으면서 여전히 의료기관과 상관없는 제품으로 보는 것 같다"며 "기기 종류가 늘어 환자들이 다른 곳에서 사야하는 상황인데도 과거 잣대로 잘못된 방향을 계속 고집하는 것은 아닌가"라고 덧붙였다.
이에 대해 유강열 사무관은 "현행 요양 '급여' 체제는 의료기관이 아닌 곳에서 진료행위를 하면 수가를 못받도록 하고 있다"면서 "의료기관 외부에서 산 기기로 원격 진료하면 그것은 원격의료다. 의료법상 허용되지 않고 있다"고 답했다.
다시 김재현 교수는 "이미 그건 하고 있다. 환자가 집에서 3개월 동안 CGM을 쓰고 내원하면 그 데이터를 분석하는 판독행위에 대한 수가는 만들었지 않냐. 그럼 이건 원격의료이니 하면 안된다는 건가"라고 따졌다.
설전으로 분위기가 가열되자 좌장인 김종화 당뇨병학회 보험대관이사(세종병원 내분비내과장) 가 중재에 나섰다.
그는 "현재 원격의료, 원격모니터링 등 서로 말하는 용어가 다를 수 있다"며 "원격의료 문제와 맞물려 있고 정부가 준비 중인 점을 감안해서 대화를 이만 종결하자"고 제안했다.
끝으로 유강열 사무관은 "현행 1형 당뇨병 관련 부분이 원격의료와 비슷한 측면이 있다"며 "스스로 치료하는 것에 대해 급여를 적용토록 하는 게 '재택의료' 시범사업이다. 의료법 개정 시 확대 여지가 있다"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