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LB 간암 치료제 '리보세라닙'이 미국 식품의약국(FDA)로부터 신약 승인을 받지 못하면서 HLB 그룹주 8개 종목 주가가 일제히 하한가를 기록했다.
17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HLB는 전 거래일(2만8천700원) 대비 -29.96% 내린 6만7100원에 장을 마감했다.
HLB 시가총액은 전 거래일에는 12조5335억 원이었는데, 이날 3조7538억 원이 줄면서 8조7787억 원으로 급감했다. 이에 따라 전 거래일 코스닥 시장 2위였던 HLB 시총 순위도 두계단 떨어진 4위로 내려앉았다.
이밖에 ▲HLB글로벌 -29.97% ▲HLB생명과학 -29.98% ▲HLB제약 -29.87% ▲HLB테라퓨틱스 -29.97% ▲HLB이노베이션 -30.00% ▲HLB바이오스텝 -29.94% ▲HLB파나진 -29.95% 등 HLB 그룹주 8종목이 모두 하한가로 장을 마감했다.
코넥스에 상장된 HLB바이오스텝은 일일 가격제한폭(-15%) 최하단을 기록했다.
이날 하한가로 HLB그룹 전체 종목의 시가총액은 무려 5조274억 원 증발했다. 이는 코스닥 상장사 전체 시가총액(412조 원)의 1%를 웃도는 수준이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국내 증시에서 8개 이상 종목이 하루에 하한가를 기록한 것은 가격제한폭이 30%로 확대된 지난 2015년 6월 15일 이후 6번째다.
제약·바이오 업종 중에서는 8종목 그룹주가 동시에 하한가를 기록한 것은 처음이다.
HLB 그룹주 주가가 폭락하면서 제약·바이오 업종 주가도 주춤했다. 이날 면역항암제(+0.50%), 제약(0.00%), 백신(+0.07%), 유전자치료제(-0.56%), 비만치료제(-0.91%) 등 제약·바이오 종목은 보합세를 기록했다.
업계에서는 HLB 주가 하락세가 당분간 이어질 것이란 전망이 나오고 있다.
HLB는 미국 FDA가 지적한 문제를 수정 보완한 뒤 서류를 다시 제출하겠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기간이 최소 1년 이상 소요될 것으로 전망되고 수정, 보완 사안이 FDA 기준을 충족시키지 못할 경우 허가가 최종 취하될 가능성이 있어 투자자들 불안감은 커지고 있다.
또한, 허가를 앞두고 직접판매를 위해 미국 내 영업 인력을 충원했으나 승인이 무산되면서 불필요한 비용이 늘어나 실적에도 악영향을 끼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업계 "52주 신고가 경신 등 일부 주가 부양 행태 문제" 지적
업계 일각에서는 HLB 주가 부양 행태를 지적하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HLB는 최근 "신약 승인 과정에 변수가 생긴 건 전혀 없다. 여전히 승인을 확신한다", "HLB는 전환점에 서있는 국내 유일의 항암신약 기업으로, 간암신약 결과는 기업가치 상승의 신호탄일 될 것", "간암신약 허가 후 풍부한 유동성을 바탕으로 리보세라닙 가치를 빠르게 확대해 갈 계획" 등 허가를 확신하는 발언을 했다.
진양곤 HLB 회장도 지난달 23일 열린 기업설명회에서 "리보세라닙 허가를 확신한다"며 "경쟁사인 에자이조차 최근 발표한 논문에서 리보세라닙과 캄렐리주맙 병용요법의 간암 치료 효과가 제일 좋다고 공식 평가했다"고 밝힌 바 있다.
이 같은 발언으로 신약 허가에 대한 기대감이 커지면서 지난해 10월 2만7550원이었던 HLB 주가는 지난 3월 12만9000원까지 올라 52주 신고가를 경신했다. 반년도 안돼 주가가 368% 오른 것이다.
한 제약업계 관계자는 "FDA 허가 절차는 상당히 까다롭고 변수가 많은데, 회사 측은 발표 직전까지 승인에 대한 자신감을 드러냈다. 결국 승인이 불발되면서 투자자들 신뢰가 하락했고, 장기적으로 신약을 개발하는 제약·바이오사에 대한 투심 악화로 이어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