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OCI 그룹 통합 무산…형제측, 경영권 확보
주주제안 이사진 5명 선임…상속세 재원 마련·실적 지속 상승 등 과제
2024.03.29 06:07 댓글쓰기



한미약품그룹 경영권 분쟁에서 임종윤·종훈 형제 측이 승리하면서 한미그룹과 OCI그룹 통합 절차가 중단된다.


이로써 임종윤·종훈 형제가 경영권을 확보하게 됐지만, 상속세 문제는 여전히 남아 있어 재원 마련 방안에 이목이 쏠린다.


소액주주들, 임종윤·종훈 형제 측 지지…한미·OCI 통합 무산


한미사이언스는 28일 경기도 화성시 라비돌호텔에서 제51회 정기주주총회를 열고 이사 선임 안건을 의결했다.


주총에는 위임장에 의한 대리출석을 포함해 총 2160명의 주주가 출석했다.


한미사이언스의 2023년 12월31일 기준 총 주식 수(보통주)는 6559만6940주로, 이날 출석한 주주의 주식 수는 의결권이 있는 주식 수 6776만3663주 중 88.0%인 5962만4506주다.


이날 주총에서는 이사회가 제안한 이사 6인과 주주제안 이사 5인 선임을 둘러싼 표 대결이 펼쳐졌다.


이사회는 ▲임주현 한미사이언스 부회장 ▲이우현 OCI홀딩스 대표이사 회장(이상 사내이사 후보) ▲최인영 한미약품 R&D센터장(기타비상무이사 후보) ▲박경진 명지대 교수 ▲서정모 모나스랩 대표이사 ▲김하일 KAIST 의과학대학원 교수(이상 사외이사 후보) 등을 추천했다.


주주제안 측은 ▲임종윤 한미약품 사내이사 ▲임종훈 한미정밀화학 대표이사(이상 사내이사 후보) ▲권규찬 디엑스앤브이엑스 대표 ▲배보경 고려대 교수(이상 기타비상무이사 후보) ▲사봉관 법무법인 지평 변호사(이상 사외이사 후보) 등을 추천했다.


표결을 앞두고 주총에서는 신경전이 벌어졌다. 


직무대행으로 주총 의장을 맡은 신성재 한미사이언스 전무가 자신은 '전무이사'라고 말한 것에 대해 임종윤 전 사장은 "등기이사가 아닌데 왜 이사라고 했느냐. 사기냐"며 "한미 수준이 참담하다"고 지적했다.


이후 이뤄진 투표 결과 임종윤·종훈 형제 측이 추천한 이사 5명이 주주들의 과반 득표를 얻어 보통결의요건을 충족하면서 이사회에 진입했다. 


이로써 한미사이언스 이사회 9명 중 임종윤·종훈 형제 측이 절반을 넘는 5명을 확보하게 됐다.


한미사이언스 이사회 측이 추천한 이사 6명은 출석의결건수 대비 48%에 불과한 찬성표를 받아 보통결의요건을 충족하지 못하면서 이사회 진입에 실패했다.


송영숙·임주현 모녀 측 우호지분은 가현문화재단, 임성기재단, 국민연금공단을 포함한 42.66%, 임종윤·종훈 형제 측 우호지분은 신동국 회장의 지분을 포함한 40.57%였다. 


양측의 지분차는 2.09%P로 근소해 16.77%의 지분을 보유한 소액주주들 선택이 승패를 가를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는데, 결국 이들이 한미·OCI 통합에 반대하면서 통합 절차는 중단됐다.




송영숙·임주현 측 "주주 뜻 겸허히 받아들여"

OCI "통합 중단, 재추진 계획 없어"


주총을 마친 뒤 임종윤 전 사장은 "기쁠 줄 알았는데 기쁘지 않고 마음이 아프다. 빨리 복구 작업에 들어가겠다"며 "앞으로 OCI와 협력할 게 많을 것 같다. 복잡하지 않은 구조면 누구든 협력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어 "오늘 너무 긴 주총을 했다. 주주는 회사 주인인데 이렇게 힘든 주총을 하게 돼서 안타깝게 생각한다. 이런 주총은 마지막이다. 앞으로 주총은 간소하게 진행하겠다"면서 "밝고, 재밌고, 일하기 좋은 회사로 빨리 회복하겠다. 가족, 파트너 모두 화합했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임종훈 전 사장은 "앞으로 할일이 많을 것 같다. 가족이 다같이 합쳐서 발전할 수 있는 모습을 보여드리겠다"고 전했다.


이날 주총에 참석하지 않은 송영숙·임주현 모녀 측은 주총 직후 "주주들의 뜻을 겸허히 받아들인다. 그동안 많은 관심을 보여주신 주주들과 전현직 한미그룹 임직원들께도 감사하다. 앞으로도 한미에 대한 성원 부탁드린다"는 입장을 밝혔다.


OCI홀딩스는 "주주 분들 뜻을 겸허히 받아들이고 기존 진행됐던 통합 절차는 중단된다"면서 "향후 통합 재추진 계획은 없으며 앞으로 한미약품그룹의 발전을 바라겠다"고 말했다.


임종윤·종훈 형제 과제는 '실적·상속세'


한미그룹와 OCI그룹의 통합이 무산되면서 형제측 경영 능력이 시험대에 오를 전망이다.


임종윤·종훈 형제는 지난 21일 기자간담회에서 "5년 이내 1조 원 투자 유치 및 1조 원 순이익을 달성해 시총 50조 티업 그룹에 진입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이를 위해 투자 유치금으로 위탁개발(CDO), 임상대행(CRO) 등을 강화하겠다는 계획이다.


또 한미약품의 제조 역량을 기반으로 100개 이상 바이오의약품 개발에 나서 장기적으로는 한미그룹을 시가총액 200조 원 기업으로 성장시킨다는 복안이다.


이 외에도 상속세 재원 마련이라는 과제가 남아 있다.


오너일가는 임 전 회장이 2020년 8월 별세하면서 한미사이언스 주식 2308만여주를 상속받아, 5400억 원 규모의 상속세를 납부해야 한다. 송 회장이 약 2200억 원, 임종윤·종훈·주현 세 자녀가 각각 약 1000억 원의 상속세를 내야 한다.


임종윤·종훈 형제가 상속세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면 오너일가가 보유하고 있는 한미사이언스 주식이 시장에 매물로 나올 수 있다는 오버행 우려가 꾸준히 제기되고 있다.


임종윤 사장은 "세금 문제는 개인적으로 알아서 잘 해결하고 있다. 상속세를 낼 재원이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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