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일리메디 박민식 기자] 의과대학 본과 4학년 학생들이 단체행동을 잠정 유보하기로 결정하면서 국시를 거부한 의대생들이 응시할 수 있을지 여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본과 4학년생들이 명확한 의사를 밝히지 않고 있는 상황이지만 의료계에선 의대생들이 사실상 국시 응시 의지를 표명한 것으로 봐야한다는 입장이다.
의대생들의 입장 표명이 없어 추가 시험 기회에 대한 논의 필요성이 떨어진다고 언급했던 정부 측에 다시 공이 넘어간 셈이다.
하지만 여전히 정부와 의료계 입장은 평행선을 달리는 모습이다. 정부는 공정성 문제와 국민 여론을 이유로 구제에 난색을 표하는 반면 의료계는 대승적 차원에서 응시 기회를 줘야 한다고 맞서고 있다.
전국 의과대학 본과 4학년 대표단은 12일 밤부터 다음날 새벽까지 이어진 회의 결과, 모든 단체행동을 잠정 유보하기로 했다며 이후 행동방침은 추후 논의 후 발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해당 사실이 알려진 직후, 의대생들이 국시 응시 의지를 표명한 것 아니냐는 해석들이 나왔지만 대한의과대학‧의학전문대학원학생협회(의대협)는 이를 즉시 일축했다.
의대협은 입장문을 통해 “단체행동 ‘유보’라는 단어 뜻 그대로 받아들여달라”며 “본과 4학년 대표단이 국가시험 응시를 요청했다는 일부 보도는 오보임을 분명하게 밝힌다”고 말했다.
아울러 의대협은 단체행동의 목적이 국시 구제를 받아내기 위한 것이 아니었기 때문에 협회 차원에서 국시에 응시할 수 있게 해달라고 요구하는 것도 아니라는 입장이다.
실제 본과 4학년 대표단은 단체행동 유보 결정과 함께 ‘제85회 의사 국가시험 실기시험 취소자는 KAMC가 9월14일까지 잠정 보류키로 한 재응시 원서 접수 제안과 관련해 무응답을 유지한다’는 안건도 가결했다.
"구제 불가" vs "대승적 결단"
한편, 정부는 본과 4학년생들의 단체행동 유보 결정에 환영의 뜻을 표하면서도 국시 구제 여부에 대해서는 기존 입장과 달라진 바 없다고 선을 그었다.
손영래 보건복지부 대변인은 13일 정례 브리핑에서 “본과 4학년 학생들이 단체행동을 잠정 중단하기로 한 결정을 환영한다”면서도 “정부의 입장은 이미 밝혀드린 바와 동일하다”고 구제가 어렵다는 입장을 재확인했다.
그는 앞서 “국시는 수 많은 직종과 자격을 준비하는 사람들이 치르기 때문에 추가접수는 형평성‧공정성 차원에서 위배된다”며 “국민 동의가 선행되지 않으면 정부도 쉽게 결정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라고 밝힌 바 있다.
여당의 유력 대권 주자인 이재명 경기도지사도 12일 자신의 SNS 계정을 통해 의대생 구제와 관련 원칙적 불가 입장을 밝혔다. 다만 국민정서에 따라 예외가 가능하다며 일말의 가능성을 남겨뒀다.
이 지사는 “힘만 있으면 법도 상식도 위반하며 얼마든지 특혜와 특례를 받을 수 있다는 잘못된 신호를 주고 사실상 헌법이 금지한 특권층을 허용하는 결과가 된다”고 우려했다.
이어 “학생임을 고려해 부득이 예외를 허용하는 경우에도 충분한 반성과 사죄로 국민정서가 용인이 가능한 경우에 한정해야 하며 어떤 경우에도 투쟁과 압력에 굴복해선 안 된다”고 적었다.
실제로 국시거부 의대생들에 대한 구제에 반대한다는 내용의 청와대 국민청원에는 13일 기준 55만여 명이 동의한 상황이다.
반면 의료계는 지속적으로 의대생들에게 국시 응시 기회를 줘야 한다는 입장을 피력하고 있다. 당장 내년부터 군의관, 공보의, 인턴 수급에 차질이 빚어짐은 물론 장기적으로도 여러 문제들을 야기할 수 있단 이유에서다.
지난 10일 전국의과대학교수협의회는 “국시가 제대로 시행되지 못함으로 발생하는 문제가 매우 크다. 향후 이 모든 책임은 정부에 있다”며 “의정합의에 따라 정부는 온전한 추가시험을 시행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11일에는 사립대학교의료원협의회를 포함한 5개 단체가 성명서를 통해 “원칙은 중요하나 교각살우는 피해야 한다”며 “의료계의 선배들과 스승들을 믿고 한번 더 기회를 달라. 의료의 블랙홀이 될 비극적인 결정이 내려져선 안 된다”고 호소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