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일리메디 정승원 기자] 낙태죄가 66년 만에 폐지된다. 다만 2020년 12월 31일까지 법을 개정해야 하며, 그 전까지는 현행법이 적용된다.
헌법재판소는 11일 오후 산부인과 의사 A씨가 지난 2017년 제기한 형법 269조 1항 등에 대한 위헌소원에서 '헌법불합치' 결정을 내렸다.
헌법재판관 9인 중 4인은 '헌법불합치', 3인은 '위헌', 2인은 '합헌' 결정을 하면서 7대 2 의견으로 헌법불합치 결정이 내려졌다.
헌법불합치는 해당 법률을 위헌으로 판단 하되 즉각적인 무효화에 따르는 법의 공백과 사회적 혼란을 피하기 위해 법을 개정할 때까지 한시적으로 그 법을 존속시키는 결정이다.
위헌 판단 조건은 헌법 재판관 9명 중 6명 이상의 찬성이다. 이로써 1953년 제정된 이후 66년 동안 유지돼온 낙태죄 처벌 조항은 개정이 불가피하게 됐다.
헌재는 여성의 자기낙태를 처벌하는 형법 269조 1항과 의사가 임신한 여성의 촉탁 또는 승낙을 받아 낙태하는 경우 처벌하는 형법 270조 모두 헌법에 합치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낙태시술을 한 의사들을 처벌하는 조항은 물론 낙태한 여성을 처벌하는 자기낙태죄 조항도 헌법 취지에 부합하지 않는다는 결정이다.
헌재는 “자기낙태죄 조항은 입법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필요한 최소한의 정도를 넘어 임신한 여성의 자기결정권을 제한하고 있어 침해의 최소성도 갖추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이어 “태아의 생명보호라는 공익에 대해서만 일방적이고 절대적인 우위를 부여해 균형성 원칙을 위반했다"며 "임신한 여성의 자기결정권을 침해하는 위헌적 규정”이라고 덧붙였다.
헌재는 또한 “임신 여성의 촉탁이나 승낙을 받아 낙태한 의사를 처벌하는 의사낙태죄 조항도 같은 이유로 위헌”이라고 판시했다.
위헌 결정을 내린 이석태·이은애·김기영 재판관은 자기낙태죄 조항이 임신한 여성의 자기결정권을 침해한다고 판단했다.
이들은 “자기낙태죄를 전제로 한 의사낙태죄 조항도 침해 최소성 원칙에 위배된다”며 “임신 초기에 이뤄지는 안전한 낙태에 대해서도 전면적으로 금지시켜 임신한 여성의 자기결정권을 침해한다”고 밝혔다.
이어 “자기낙태죄 조항으로 기소되는 사례가 매우 드물었고 그 경우도 악의적 동기에서 비롯된 게 상당수였다”며 “이들 조항이 폐기된다고 하더라도 극심한 법적 혼란이나 사회적 비용이 발생한다고 보기 어렵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