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년 만에 낙태죄 ‘합헌→헌법불합치’ 키포인트
“여성 자기결정권 침해” 재판관 시각 늘어···수술 의사도 무죄
2019.04.12 05:46 댓글쓰기

[데일리메디 정승원 기자] 낙태를 행한 여성과 의사를 처벌하는 낙태죄에 헌법불합치 결정이 내려졌다. 내년 12월 31일까지 법 개정이 없으면 폐지된다.


헌법재판소는 11일 자기낙태죄와 의사낙태죄를 규정한 형법 269조 1항과 270조 중 ‘의사’에 관한 부분에 대해 헌법불합치 결정을 내렸다.
 

자기낙태죄가 여성의 자기결정권을 침해하고 태아 생명권 보호라는 공익에만 치우쳐져 있고 여성의 자기결정권이라는 사익은 철저히 배제하고 있어 위헌적이라는 것이다.
 

임신한 여성의 자기낙태를 처벌하는 법 조항이 위헌적임에 따라 낙태를 행하는 의사에 대한 처벌도 위헌이라는 결정이 내려졌다.
 

낙태죄 위헌 결정은 법 제정 66년만이며 지난 2012년 임신한 여성과 조산사 낙태죄에 합헌 결정을 내린 지 7년 만이다.
 

‘여성 자기결정권’ 주목한 재판관들

2012년 위헌 결정에서는 합헌 4명, 위헌 4명으로 최종 합헌 결정이 내려졌다. 위헌 결정이 내려지기 위해서는 재판관 9명 중 6명이 동의해야 한다.
 

2012년에 합헌 결정을 내린 4인의 재판관은 태아 생명권 보호에 주목했다. 여성의 자기결정권보다 태아 생명권이라는 공익이 크다고 본 것이다.
 

당시 합헌 결정을 내린 김종대·민형기·박한철·이정미 재판관은 “자기낙태죄 조항으로 제한되는 임부의 사익이 태아의 생명권 보호라는 공익이 비해 결코 중하다고 볼 수 없다”고 판단했다.
 

조산사의 처벌에 대한 부분은 2012년과 2019년 합헌 결정의 이유와 같았다. 다만, 2012년 조항은 처벌의 대상이 조산사였다면 2019년은 의사로 바뀌었고, 합헌 결정을 내린 재판관 수가 2012년 4명에서 2019년 2명으로 줄었다.
 

2012년 결정에서는 “조산사 등이 부녀의 촉탁이나 승낙을 받아 낙태를 한 경우 법정형 상한이 2년”이라며 “비교적 가벼운 낙태에 대해서는 선고유예나 집행유예의 길이 열려있다”고 밝혔다.
 

반면 2019년에는 재판관 9인 중 헌법불합치가 4인, 위헌이 3인, 합헌이 2인으로 최종적으로 헌법불합치 결정이 내려졌다.
 

헌법불합치 결정을 내린 유남석·서기석·이선애·이영진 재판관은 “자기낙태죄 조항은 모자보건법이 정한 예외를 제외하고 모든 낙태를 전면적·일률적으로 제한하고 있다”며 “이를 위반할 경우에는 형벌을 부과해 임신한 여성의 자기결정권을 침해한다”고 지적했다.
 

이들 재판관은 “자기낙태죄는 임신한 여성의 자기결정권을 침해하고 태아생명권 보호라는 공익에 대해서만 절대적인 우위를 부여하고 있어 위헌적”이라며 “때문에 동일한 목표 실현을 위해 낙태를 행하는 의사를 처벌하는 조항도 위헌”이라고 밝혔다.
 

위헌 결정을 내린 3인의 재판관은 낙태죄 조항이 즉각 폐지돼야 한다는 입장을 보였다.
 

이석태·이은애·김기영 재판관은 “낙태가 불법이기 때문에 산부인과 전문의 등 의료진도 수련과정에서 낙태수술에 대한 훈련을 충분히 받지 못한다”며 “결국 음성적 낙태로 인해 의료사고와 후유증의 발생빈도를 증가시킨다”고 판단했다.
 

이어 이들은 “안전한 낙태수술이 가능한 임신 14주까지는 여성의 자기결정권을 최대한 존중해 자신이 처한 상황에 대해 숙고한 뒤 스스로 낙태여부를 결정할 수 있어야 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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