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혈성심질환 통합적정성평가를 두고 정부와 의료계의 이목이 전국 25% 병원에 쏠리고 있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원장 손명세, 이하 심평원)은 지난달 25일 열린 중앙평가위원회 의결을 바탕으로 연일 내부회의를 진행해 적정성평가 추가 자료입력 기한 등을 정했다.
심평원 관계자에 따르면 추가 접수를 위한 입력창은 현재 열려있는 상태다. 언제든 원하는 기관이 있으면 입력이 가능하다는 뜻이다. 공식적으로는 오늘(4일)부터 3주간을 접수기간으로 알릴 예정이다.
이 관계자는 "의료 질 향상과 국민 요구라는 적정성평가의 명분에 반론을 제기하는 이들은 하나도 없을 것"이라며 "논란이 계속되는 것을 바라지 않는다. 모두가 합심해 고칠 건 고치며 협력해나가자"고 말했다.
다만 일정의 변동 가능성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실무적으로는 일단락됐지만 손명세 심평원장 등 고위층의 일정과 이해관계가 어떤 결과로 도출될지 살펴야한다는 설명이다.
그는 "손 원장이 고심하는 눈치였다"면서 "학회가 반발하는데 심평원이 잘못한 것이 아주 없다고는 볼 수 없다. 고민해보라는 뜻을 전한 것으로 안다"며 사태의 변화를 예고하기도 했다.
평가 추가접수 예고 앞두고 병원계 '우왕좌왕'
병원들은 고민하는 눈치다. 언론 보도로 추가자료 제출이 있을 것임을 인지하면서 부담감이 가중돼 난감하다는 반응이다.
1차 접수 때 자료를 제출하지 않은 한 상급종합병원 보험심사팀 관계자는 "자료제출 공문이 오면 추가 검토할 것"이라며 "결정을 내리지 못했다. 일단은 관망하며 추이를 살필 것 같다"고 조심스런 모습을 보였다.
또 다른 종합병원 적정평가팀 관계자는 "어떻게 해야 할지 아무도 선뜻 답을 내려주지 않는다"면서 "심평원의 공문이 와야 이를 바탕으로 구체적인 논의와 중론이 모일 것"이라고 분위기를 전했다.
한 대학병원 QA팀 관계자는 "심장학회의 뜻에 따르는 것으로 안다"며 "아직까지 상부에서 별다른 언급이 없었다. 공문이 와도 제출하지 않을 것 같다"고 학회의 의지를 언급하기도 했다.
반면 한 수도권 병원에서는 정부 기관과의 마찰에 따른 부담감에 자료를 제출하려는 움직임도 보였다. 일각에서는 외압설마저 떠돌고 있다. 한 대형병원 관계자는 "고위층에서 제출하라는 요청이 있었다고 들었다. 자료를 준비하고 있는 것으로 안다"고 귀띔했다.
이와 관련, 심평원 고위 관계자는 추가 제출이 이뤄지고 있임을 강조했다. 병원들의 심정에 변화가 일고 있다는 지적이다. 더구나 이와 같은 변화가 외압에 의한 것은 아니라고 단언했다. 그는 "실무선에서의 독촉은 있어도 보건복지부나 윗선에서의 찍어누르기식 강요는 없었다"고 상황을 설명했다.
신중론 대두 등 뇌졸중·심장학회 대응 관심
급변하는 상황 속에도 대한심장학회는 상대적으로 조용하다. 회원용 뉴스레터를 통해 적정성평가 반대 의견과 회원들의 협조를 전했다. 하지만 사태확산에 신중론이 대두됨에 따라 입장과 미래를 두고 고뇌하는 모습이다. 아울러 심평원의 추후행동에 맞춰 의・병협과의 공동대응 등을 펴나가겠다는 방침이다.
심장학회 관계자는 "무관심이 가장 큰 문제다. 모든 것이 밝혀졌다. 더 이상 방치할 수 없었기에 학자들이 나섰지만 일선에서의 관심이 필요하다"며 일부의 무관심함에 안타까운 심정을 내비쳤다. 이어 "심평원은 평가에 매몰돼 줄 세우기에 급급하지 말고, 진정한 의료 질 향상을 위한 구체적인 목표와 뜻을 설정해 공감을 얻어야한다"고 거듭 강조했다.
중평위원으로 참여했던 한 교수도 "적정성평가를 가장 오랫동안 받은 뇌졸중학회와 심장학회가 문제를 지적하고 나선 것은 평가의 변화가 필요한 시점에 직면했다는 방증"이라며 "공존과 견제 차원에서 새로운 평가 패러다임이 필요하다"며 심평원의 행태에 대해 지적했다.
한편, 의료계 내부에서는 허혈성심질환 관련 사태가 쉽게 일단락되지 않을 것이란 전망을 내놓고 있다. 심장관련 진료과들이 병원에 강한 영향력을 미치고 있는데다, 몇몇 상급종합병원의 경우 고위 관계자가 심장학회와 연관돼 있어 의지를 쉽사리 꺾지는 않을 것이라는 관측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