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혈성심질환 적정성평가 보이콧 사태 후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이하 심평원)과 학회 간 충돌이 심각하다. 더 이상 개별 단체 간 대화는 어렵다고 판단되는 분위기 속에서 대한의사협회(이하 의협)가 전격 개입했다.
의협은 13일 오전 회관 5층 회의실에서 대한결핵및호흡기학회, 대한뇌졸중학회, 대한심장학회, 대한암학회 등 4개 학회 관계자들과 함께 '적정성평가 학회 간담회'를 갖고 사안 해결을 위한 방안 등을 논의했다.
비공개로 진행된 간담회에서 이들은 ▲적정성평가 지표도입 과정에서의 전문가 소외 ▲임상현장에서의 지표 수용가능성 문제 ▲중앙평가위원회의 비전문성과 무관심, 일방적 의결 등에 대한 의견을 나눈 것으로 알려졌다. 아울러 몇몇 구체적인 방안을 마련한 것으로 보인다.
간담회를 주관한 김근모 보험이사는 크게 3가지로 논의 결과를 정리했다.
먼저 참석자 전원이 전문가 소외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상시적 교통정리기구(컨트롤타워)를 꾸리는데 동의했다. 개별 병원 또는 학회 차원에서 의견을 개진하고 문제를 해결하는데 한계가 있다는 공감에서다.
이에 전문가 집단을 아우를 수 있는 컨트롤타워를 통해 심평원의 일방적인 심사와 평가를 견제하고 전문가 차원에서 한 목소리를 내는 등 적극적으로 대처할 계획이다.
이어 심평원 의사결정 과정에 지대한 영향을 주는 중앙평가위원회(이하 중평위)의 구성 문제를 지적하고 변화를 촉구한다는 방침을 정했다. 구체적인 구성 비율이나 인원 수는 정하지 못했지만 전문가와 임상현장의 의견이 반영될 수 있다고 인정될만한 수준으로 위원회를 꾸려야 한다는 입장이다.
실제 현 중평위는 전문가 집단으로 참여하는 인원이 전체 의결인원의 1/3에 불과하다. 반면 심평원 소속 혹은 추천에 의해 참석하는 인원이 10명인데다 보건복지부 및 국민건강보험공단 등 기관 추천인사가 4명, 시민소비자단체 추천 2인이 참여하고 있다.
결국 전문가 의견이 무시되는 의사결정 구조라고 의협 등은 판단하고 있다. 심지어 중평위 참여 전문가들조차 각계에서 추천돼 관심이 없거나 내용을 모르는 경우가 많아 변화가 필요하다고 지적하는 실정이다.
마지막으로 이 같은 문제들을 해결하기 위해 실무차원을 넘어 상징적 의미를 가지는 대한의사협회장이 직접 심평원을 찾아 해결책을 찾기로 했다. 학회 대표들과 추 회장은 간담회 후 미팅을 갖고 심평원의 대응과 협상의지 등을 살펴 추후 방문 일정을 잡을 예정이다.
이와 관련, 김 보험이사는 "전문가의 논리적, 현실적 문제제기에도 비전문가가 이를 판단하고 결정하는 현 적정성평가는 여러 가지 문제를 내포하고 있다"면서 "잘 하고 있는 기관들의 줄세우기식 평가이자 관행적인 일처리를 바로잡기 위해 회장이 심평원을 방문해 문제를 해결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간담회에 참석한 심장학회 김병옥 보험이사도 "상시운영기구를 만들어 전문가 의견을 사전조율하고 효과적으로 전달할 수 있길 기대한다"면서 "전문가들의 노력과 함께 심평원 스스로도 문제를 인식하고 검증과 개선을 위한 보고서를 작성하는 등 노력을 기울여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편, 심평원은 중평위 이후 일체의 공식적인 답변을 내놓지 않고 있다. 다만 오해와 상호 이해부족에 대해 언급하며 다음 주쯤 적정성평가 전반에 걸친 공식적인 입장을 밝힐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