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의료기술 평가를 1년간 유예하도록 하는 입법예고를 두고 시민단체가 반발하고 있다. 의료기기 업계의 이윤만을 위해 보건복지부가 시행규칙을 개정하려 한다는 주장이다.
5일 무상의료본부는 이 같은 내용의 성명을 발표, "정부는 임상적, 안전성 검증 없이 신의료기술을 허가해주는 신의료기술평가 유예안을 당장 철회하라"고 주장했다.
지난달 29일 보건복지부는 임상시험을 거쳐 식품의약품안전처 허가를 받은 신의료기기를 사용한 의료행위에 대해 신의료기술평가를 1년간 유예하는 '신의료기술평가에 관한 규칙' 일부 개정령(안)을 입법예고했다.
현재 신의료기기는 △식약처의 품목허가 △한국보건의료연구원(NECA)의 신의료기술평가 △국민건강보험심사평가원의 요양급여 결정 심사를 모두 통과해야 의료현장에서 사용될 수 있다.
하지만 이번 개정안은 신의료기술평가를 받지 않고도 바로 요양급여 결정 심사 청구를 할 수 있으며 심평원 결정이 내려지면 즉시 환자에게 실시할 수 있게 된다.
시민단체는 "설령 임상시험을 거쳤다 하더라도 식약처 품목허가는 신의료기술평가를 대체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식약처와 NECA의 안전성 검토 절차는 관점과 목적이 완전히 다르다는 이유에서다.
실제 식약처는 의료기기의 실험실적 안전성과 성능을 주로 평가하는 반면 NECA는 임상적 결과지표, 즉 시술을 받은 환자에게서 어떤 부작용이 나타났는지, 합병증은 없었는지, 사망사례는 없었는지를 확인한다.
무상의료본부는 "식약처가 임상문헌 검토에 얼마나 전문성을 갖추고 있는지 의심스럽다"면서 "식약처 품목허가에 소요되는 기간은 약 80일 정도고, 지금까지 NECA에서 280일에 걸쳐 충분히 검토하던 것과 비교하면 수박 겉핥기 식'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개정안 내용대로라면 신의료기술평가를 거치지 않은 의료기술이 환자의 몸에 시행되는 건 사실상 약 1년 10개월이고, 유예기간 1년이 만료되고 신의료기술평가를 시작해도 평가기간 280일 중에 시행이 가능하다"고 지적했다.
따라서 의료기기 업체는 1년 10개월 간 공짜로 임상데이터를 획득할 기회를 얻게 됐다는 것이다. 하지만 복지부는 "식약처 임상시험 과정에서 기존 활용되고 있는 기술과 비교한 임상문헌을 갖추도록 심사 조건을 강화 했다"면서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무상의료본부는 "시술 이후 부작용이 늦게 나타나는 경우도 많은데, 뒤늦은 신의료기술평가 이후 안전성과 유효성에 문제가 있다고 드러났을 때 이미 피해자가 된 환자들의 건강과 안전은 누가 책임지느냐"고 우려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