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에 들어서면서 국내제약사 오너 자제들이 잇따라 임원으로 승진해 눈길을 끈다.
오너경영은 국내제약사의 보편적인 특징으로 나타난다. 올해 제약업계에서 나타난 세대교체는 ▲오너 자제가 맡은 업무에서 직급 상승 ▲오너 자제에 중책 위임 ▲경영수업 통한 경영자 육성 등으로 유형이 나뉜다.
먼저 오너 자제는 이제까지 수행해온 업무를 그대로 맡으면서 회사 내 직급이 상승한 경우가 있다.
제약업계에 따르면 한미약품은 지난 1월1일자로 창업주 임성기 회장의 장녀 임주현 전무와 차남 임종훈 전무를 각각 부사장으로 승진 발령했다.
임주현 신임 부사장은 2007년부터 한미약품의 인적자원개발, 글로벌전략 업무 등을 담당해왔다. 임종훈 부사장은 한미IT와 한미IT가 100% 출자한 의료기기 유통관리 기업인 온타임솔루션 대표도 각각 맡고 있으며 이번 승진으로 한미약품의 최고정보관리 책임자가 됐다.
삼진제약의 공동 창업주 최승주·조의환 회장 2세 역시 1월 1일자로 상무 자리를 꿰찼다.
최승주 회장의 딸 최지현 신임 상무는 마케팅 및 홍보를, 조의환 회장의 장남 조규석 상무는 경리와 회계 업무를 담당하는 임원으로 승진했다.
최지현 상무는 삼진제약의 홍보‧마케팅 업무를 지난 9년간 맡아왔다. 텍사스대회계학 석사로 삼일회계법인 출신인 조규석 상무도 7년간 재무‧회계팀에서 자리를 지켜왔다.
일부 기업에서는 오너 자제들에게 중책을 맡겼다.
동화약품 윤도준 회장의 외아들 윤인호 이사도 1일자로 입사 4년만에 상무가 됐다.
윤인호 상무는 기존 생활건강사업부와 일반의약품(OTC) 영업 및 마케팅을 총괄한다.
윤 상무는 2013년 동화약품 재경‧IT실 과장으로 입사했다. 2014년에는 중추신경계팀 차장, 2015년 전략기획실 부장, 2016년 전략기획실 생활건강사업부 이사 등을 거쳐 4년만에 상무로 올라섰다.
윤인호 상무가 맡게 되는 일반의약품은 활명수, 판콜, 후시딘을 비롯해 제약시장에서 동화약품이 강점이 두드러지는 만큼 윤 상무는 회사의 명운을 책임지게 됐다.
녹십자그룹에서는 올 1월부로 오너 3세가 상무로 진급했다. 허일섭 녹십자그룹 회장의 아들 허진성 녹십자홀딩스 부장은 캐나다 현지법인인 GCBT(Green Cross Bio Therapeutics) 상무에 임명됐다.
GCBT는 녹십자 북미 시장 공략의 핵심이자 녹십자그룹이 공들여 추진중인 사업장으로 알려져 있다. 허진성 상무는 녹십자그룹의 해외 진출 전진기지를 총괄하는 중책을 담당하게 됐다.
이외에도 경영 수업 이후 승진을 통해 경영자로서 자리잡게 된 오너 자제도 있다.
현대약품은 오너 자제를 경영자로 육성하기 위해 장기간 교육해왔다.
작년 12월 초 현대약품 오너 3세인 이상준 부사장은 신약연구개발부문 총괄사장으로 승진 대상자에 이름을 올렸다. 이상준 사장은 현대약품 창업주 고(故) 이규석 회장 손자이며 이한구 회장의 장남이다.
이상준 총괄사장은 2011년 현대약품 등기임원으로 선임된 후 2012년부터 미래전략본부장을 역임해왔다. 10여년간 해외사업 및 R&D를 맡아왔으며 2003년부터 경영 수업을 받아온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해당 제약사 관계자들은 "승진 이후 검증할만큼 시간이 지나지 않아 개개인의 업무 스타일이나 특징을 언급하는 것은 시기상조"라며 "지금 시점에서 인사 단행으로 인해 달라진 점을 찾기는 어렵다" 라고 구체적인 답변은 피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