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형 수술은 중국 내 또 다른 소비 트렌드다. 외모를 가꿔 취업과 결혼에 유리한 자리를 차지하고자 하는 20대 여성들을 중심으로 성형산업은 거대 시장을 형성하고 있다.
특히 한국 성형외과에 대한 입소문이 퍼지면서 성형을 위해 한국을 찾는 중국인들을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다.
하지만 최근 중국인들의 ‘한국 성형 관광’ 열풍에 빨간불이 켜졌다. 바가지 비용과 성형수술 부작용, 브로커 문제 등이 연이어 발생하며 중국 내 부정적인 여론이 조성되면서 상당수 성형 관광객들이 대만, 일본 등으로 발길을 돌리고 있다.
통계도 이를 뒷받침한다. 보건복지부와 한국보건산업진흥원에 따르면 2015년 한국을 방문한 전체 중국인 환자 중 24%가 성형외과를 방문한 것으로 나타났다. 2014년(27.9%)에 비해 감소한 수치다.
지난해에는 한국 성형 관광 후 부작용을 겪은 중국인 여성들의 침묵시위가 명동에서 일어났고 최근에는 중국중앙방송(CCTV)이 ‘한국 성형미용의 숨겨진 함정’이란 제목의 방송을 통해 중국 의료 관광객에 폭리를 취하는 한국 성형외과의 문제점을 집중적으로 보도했다.
이런 복합적 요인이 실제 중국인 성형 관광객들의 발길을 줄어들게 했을까.
한국의 ‘성형메카’로 불리는 강남 일대 성형외과를 직접 방문해봤다. 성형외과 간판이 즐비한 압구정역 4번 출구를 지나 중국인 사이에서 입소문을 탄 한 성형외과를 찾았다.
붕대를 감고 중국어로 대화하며 지나가는 환자들을 쉽게 찾아볼 수 있었던 때와 달리 성형외과로 가는 거리는 비교적 한산했다.
엘리베이터와 병원 내부도 마찬가지였다. 각 층 진료를 받기 위해 기다리는 대기실과 상담실에서 중국인 환자를 거의 찾아볼 수 없었다.
또 다른 성형외과의 풍경도 비슷했다. 간혹 붕대를 감고 있는 외국인 환자를 관찰할 수 있었지만 대부분 태국어, 일본어 등을 사용하고 있었다.
성형외과를 방문하는 내내 캐리어 가방을 들고 가로수길을 찾아가는 중국인들은 몇몇 보였지만 예전처럼 한국 성형 관광을 위해 국내를 방문한 중국인들을 쉽게 보는 게 쉽지 않았다.
또한 몇 년 전부터 외국인 관광 코스로 급부상한 신사동 가로수길 인근 신사역 주변으로 빌딩 전체를 병원으로 운영하는 기업형 성형외과가 생겨나며 성형 트렌드의 지각변동을 일으킨 것도 한 몫했다.
때문에 최근 압구정역 일대 상권이 위축되면서 성형외과 공실이 늘어 임대료도 30%가량 떨어졌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A성형외과 관계자 역시 “중국인 성형 관광객이 예전처럼 성행하고 있지는 않다”며 “최근 한 성형외과의 유령 수술 사고 여파도 아예 없다고는 할 수 없고 무분별한 브로커도 문제”라고 지적했다.
불법 에이전시 과다한 수수료 책정→의료기관 박리다매 전략 초래
중국인 사이에서 한국 성형외과에 대한 불신이 확산되는 주요 원인은 무엇일까. 우선 ‘브로커의 과도한 수수료 책정’ 문제가 크다.
한국 성형외과 의원들은 주로 개인 혹은 소형, 온라인 성형 전문 에이전시를 이용하는데 대부분 높은 수수료를 요구하는 경우가 많다.
브로커들은 대개 50%에서 많게는 90%까지 폭리 수수료를 가져가는 것으로 전해진다.
심지어는 수술비용을 거짓으로 과장하거나 외국인 환자의 여행비용과 합치는 등 비도덕적인 관행을 보인다.
공식적으로 지정된 에이전시를 통해 중국인 환자를 유치하고 있는 B성형외과 관계자는 “공식 에이전시는 정식 절차로 한국에 들어오고 수술이 진행되다 보니 문제적 소지 빈도가 적은데 개인적으로 진행하는 분들로 인해 문제가 발생하는 경우가 많다”며 실적 올리기에만 급급한 몇몇 성형외과의 행태를 지적했다.
이는 중국인 환자들의 지출 부담을 증가시키고 나아가서는 국내 의료기관의 이미지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준다.
이러한 높은 수수료는 의료기관이 박리다매 전략을 취하게 하고, 일환으로 상담자와 수술자가 다른 대리수술을 통해 부당 이익을 챙기는 곳도 많아 논란이 되고 있다.
끊이지 않는 안전사고···중국 내 부정적 여론 확산
수술의 안전성 문제도 크다. 지난 해 10월에는 강남의 한 성형외과에서 지방이식 수술을 받던 환자들이 죽거나 쇼크를 일으킨 사건이 있었다.
이후에 이 의료기관은 쓰고 버린 마취제 프로포폴을 재활용했던 것으로 밝혀졌다.
끊이지 않는 성형수술 안전성 문제는 의원들이 환자 유치에 급급한 데 원인이 있다.
실력 검증이 이뤄지지 않은 의사들이 수술을 담당하기도 하고 수술 후 합병증에 대한 사후 관리는 부족한 실정이다.
또한 원래 수술을 집도하기로 했던 의사가 아닌 다른 의사나 간호사 심지어는 의료기기 업체 직원 등이 대신 수술을 하는 ‘유령 수술’도 성형 수술의 안전성에 위협을 가하고 있다.
직접 방문했던 몇몇 성형외과에서는 유령 수술을 방지하기 위해 수술 현장을 직접 촬영해 환자들에게 제공하고 있었다.
하지만 무엇보다 필요한 것은 외국인 환자 대상 의료 사고가 발생했을 때 대처할 수 있는 여건을 마련하는 것이다.
‘중국’ 의존 의료관광 기형적 구조 개선해야
‘의료 관광’은 우리나라 보건의료 산업의 신성장 동력이다. 지난 6월 정부는 불법 브로커 처벌 강화, 신고 포상제, 외국어 의료광고 허용 등의 내용을 포함한 ‘의료 해외 진출법’을 시행한다고 밝혔다.
하지만 ‘유비무환’이라고 법적 차원의 사후 관리만큼 사전에 건강한 의료관광 문화를 조성하는 자세가 필요하다.
먼저 건전한 에이전시를 육성하고 관리, 교육해야 한다. 이들에게 안전성이 기반이 된 의료 행위의 중요성, 수술 후 관리 필요성에 대한 개념을 확립할 수 있도록 꾸준한 교육을 진행해야 한다.
또한 영세 업체가 아닌 자본력이 있는 업체를 새로 발굴해 의료 관광 전문 관리 업체로 육성할 필요가 있다.
다음으로 국내 의료 관광 경쟁력 제고가 중요하다. 최근 중국은 의료 특구를 지정해 고급 의료 인프라를 구축하고 외국 자본의 자유로운 투자를 허용했다.
특히 성형 산업 성장 속도가 거센데 중국성형미용협회에 따르면 중국 성형산업 시장규모는 최근 5년간(2011~2015년) 연평균 29%의 성장률을 보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를 위해 우선 해외 환자 유치 채널을 다각화해야 한다. 대행사를 통하지 않고도 의료기관과 외국인 환자가 직접 연결돼 신뢰할 수 있는 의료 서비스를 받을 수 있는 여건을 마련해야 한다. 구체적으로 평판이 좋은 우수 의료기관 리스트 등의 공인된 정보를 외국인 환자들에게 제공할 수 있다.
또 ‘중국 성형 관광객‘에 의존한 의료관광 산업은 단순 관광으로 전락할 수 있기 때문에 해외환자 국가의 다양화 및 질환의 다변화가 시급한 실정이다.
특히 카자흐스탄은 한류(韓流) 영향으로 입국하는 의료 관광객이 2014년 8000명에서 2015년 1만2000명으로 전년 대비 56.5% 증가했다.
중국에 치중된 것이 아닌 최근 국내 방문이 증가하고 있는 카자흐스탄처럼 다양한 국가를 대상으로 한국 의료 관광의 우수성을 알리는 노력이 필요하다.
더불어 미용 성형에 국한되지 않은 국내 특화 수술, 시술, 치료법 개발에 적극 투자한다면 국내 의료관광이 활성화될 수 있는 토대를 마련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