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권과 보건의료계 대표자 단체가 주장하는 한의대 정원을 의대 정원으로 전환하는 방법이 정작 대학 현장에서는 큰 공감을 얻지 못하고 있다.
관련 내용의 국민동의청원에 대한 국회 심사도 최근 시작됐지만 아직 한의대, 의대 교수들 입장은 부정적인 것으로 나타났다.
20일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신현영 의원(더불어민주당)은 의대와 한의대가 함께 있는 대학 5곳을 대상으로 의견을 조회한 결과를 공개했다.
신 의원은 경희대·가천대·원광대·동국대·부산대(한의학전문대학원) 총 10개 학과에 ▲한의대 정원의 의대 정원 전환을 통한 의사 확충 ▲의료일원화 등에 대한 찬반 의사를 물었다.
조사결과 두 질문 모두에 찬성하는 곳은 없었다. 절반 이상이 반대하거나 ‘답변하기 곤란하다’는 반응을 보일 뿐이었다. 큰 줄기에서 '대학 구성원 전체의 깊은 논의가 필요하다'는 이유다.
우선 한의대 정원의 의대 전환에 대해 경희대 한의대, 원광대 한의대, 동국대 한의대는 반대입장을 표했다. 경희의대, 가천의대, 가천대 한의대는 응답하지 않았다.
한의사들의 적극적인 일차의료·필수의료 참여 환경을 만드는 게 우선이라는 의견도 제시됐다.
부산대 한의학전문대학원은 “정원 조정 이전에 한의사의 공공의료 분야 활용을 통한 의료공백 및 의료사각지대 해소 등 정책과 개선이 선행돼야 한다”고 피력했다.
의료 일원화와 관련해서는 경희대 한의대, 원광대 의대, 동국대 한의대가 반대했다. 경희의대, 가천의대, 가천대 한의대는 무응답했다.
원광대 한의대와 부산대 한의학전문대학원은 “의료일원화는 全 의료계의 정책적 의제다. 정부 정책적 결정이나 로드맵 등이 제시되면 검토할 수 있는 사항이다”고 말했다.
의료일원화 진행 방식과 선결 과제에 대해서는 뚜렷한 의견을 내놓지 않았다. 부산의대와 부산대 한의학전문대학원이 “정책 판단과 사회적 합의가 필요하다”고 유보적 입장을 취했을 뿐이다.
의료일원화 선결과제 ‘의대-한의대 교육 통합’
의료일원화를 위해서는 교육 통합이 우선이라는 시각도 나왔다. 한의대와 의대의 교육 내용과 과목에 어느 정도 유사성이 있는지 파악할 필요가 있기 때문이다.
실제 원광대 두 학과가 교육 유사성에 대해 제시한 의견을 봐도 시각이 교차한다. 원광의대는 “일부 기초과목을 제외하고는 임상은 환자나 질병에 대한 개념이 상당한 차이가 있다”고 봤다.
반면 원광대 한의대의 경우 “일률적 비교는 힘들지만 자체평과 결과 약 70~80% 과목은 유사성이 있다”고 밝혔다.
부산대 한의학전문대학원은 2012년 발표된 의료정책연구소의 ‘의대와 한의대 통합을 통한 의료일원화 방안 연구(연구책임자 경희대 윤태영 교수)’를 인용하는 것으로 답을 대신했다.
해당 연구는 학습 목표 일치도 측면에서 한의계는 최소 67%에서 최대 87%까지 의학과 유사성이 있고, 한의학에서 교육하는 내용의 25~50%는 의대에서 교육하고 있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이 같은 회의적인 현장 반응에도 신현영 의원은 의료일원화 추진이 필요하다는 입장을 고수하며 정부에 소통을 주문했다.
그는 “의학과 한의학의 갈등을 봉합하고 우리나라 의료가 통합의 길을 가기 위한 의료일원화를 추진하기 위해서는 현장 소통과 정부의 적극적인 의지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한편, 신 의원은 오는 21일 국회의원회관에서 ‘의대-한의대 의료일원화 토론회’를 열고 관련 논의를 진행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