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부터 시행되고 있는 '약국 본인부담률 차등제도'로 일선 의료진은 물론 환자들도 혼란을 겪고 있다.
당뇨병학회 박태선 보험법제이사는 2일 "이 제도는 분명 거꾸로 가는 정책"이라고 성토하면서 "동네의원에서 상급종합병원으로 치료를 받으라며 진료 의뢰서를 받은 환자들도 본인 약값 부담이 증가하고 있다"고 말했다.
즉, 합병증의 위험성이 높고 동네의원에서 치료를 받을 경우 질병의 악화가 심해질 수 있기 때문에 상급종합병원으로 전원시킬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박태선 이사는 "문제는 이들은 본인의 의지와 무관하게 보다 전문적이거나 장비를 갖춘 병원으로 권유해서 갔는데도 약값 부담이 증가하게 되는 점"이라면서 "환자가 느끼는 부담감은 실로 상당하다"고 목청을 높였다.
그러면서 그는 "당뇨병은 약만으로 혈당 조절이 매우 어렵다는 사실을 인지해야 한다"며 "환자들에게 올바른 교육과 합병증 예방을 위한 검사와 치료를 제공하기 위한 투자를 오히려 늘려야 하는 질환"이라고 거듭 언급했다.
환자들도 탄원서까지 제출하며 강력히 호소하고 있다.
한국당뇨협회는 이날 "전국 400만 당뇨병 환자의 입장을 대변해 국가인권위(국민권익위원회, 보건복지부, 규제개혁위원처에 협조와 선처를 바란다"고 말했다.
지난 10월 1일부터 복지부는 당뇨병을 52개 의원역점 질환에 포함해 '약국 본인부담 인상'에 대한 정책을 시행했고 이로 인해 대다수의 당뇨병 환자들이 피해를 보게 됐다는 것이 이들의 주장이다.
협회는 "이미 합병증이 있는 환자들과 진료의뢰 절차를 받은 환자들까지 불이익을 받게 됐다"며 "당뇨병은 경증질환과는 차원이 다른 질병임에도 감기 및 소화불량 등의 질환과 동일한 취급을 받게 됐다"고 울분을 토했다.
복지부가 병의 중증도 조차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고 정책을 결정했기 때문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무엇보다 이 과정에서 환자의 의견 수렴은 전혀 이뤄지지 않았다고 꼬집었다.
특히 협회는 "합병증은 발병하기 전까지 뚜렷한 증상이 없기 때문에 정기적인 검사와 즉각적인 검사가 중요하다"며 "당뇨병 환자들이 상급병원을 이용해 합병증 치료 및 진단을 받고 있는 것이 현 주소"라고 진단했다.
그런데 정책이 시행됨과 동시에 합병증 치료를 위해 상급종합병원을 방문하고 있던 모든 환자들에게 약값 부담이 가중되면서 현장에서는 혼선이 빚어지고 있는 실정이다.
무엇보다 협회는 "정책에 대한 의견 제시는 고사하고 제대로 인지도 못하고 있는 상황에서 약값 부담을 짊어지게 됐다"며 "만약 환자들이 약값 부담으로 타 병원으로 옮겨 합병증 관리에 실패한다면 책임은 누구에게 있는가"라고 성토했다.
이에 협회는 "진료의뢰서를 받고 상급종합병원에 진료를 받으러 간 환자에 대해서는 약국본인부담률 인상 대상에서 제외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협회는 또한 "당뇨병 합병증을 치료받기 위해 상급종합병원에서 진료받는 환자와 치료의 연속성을 고려해 10월 1일 기준으로 진료 중인 환자에 대해서도 약국 본인부담률 인상 대상에서 제외해야 한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