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부 병원장들이 편법으로 의료기기 중간 도매상을 차리고, 가격을 부풀려 자기 병원에 물품을 납품해 부당이득을 취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하지만 의료기기 유통에 대한 규제 법령이 미비해 처벌조차 못하는 실정이다. 실제 납품 중간 도매상을 통한 부당이득 편취 사건이 발생했으나 2심까지 무죄 판결이 내려졌다.
20일 민주당 이목희 의원은 국회 식약처 현안보고에 질의를 앞두고 “의료행위 비영리성 보호를 위한 의료기기 전반적 체계 수립이 시급하다”고 주장했다.
이 의원실에 따르면 유명 관절전문 병원장이 2005년 3월과 2009년 6월 의료기기 중간 납품업체(100%병원장 소유)를 만들어 수술재료를 비롯한 의료기기를 납품할 때, 이 중간 납품업체를 거치도록 했다는 것이다.
이들 업체는 의료기기사로부터 치료재료 가격의 10~20%에 해당하는 금액을 판매 대행료나 용역 수수료로 받았다. 또 2007년 11월부터 많게는 40% 할인된 가격에 제품을 구매한 후 병원에는 건강보험 등재가격(실거래가상한제)으로 납품했다.
이후 중간 도매상은 이런 방식으로 챙긴 수 백억원의 차익 중 55억원을 이 원장이 이사장으로 있는 S의료재단에 기부했고 병원 부지 매입에도 174억원을 사용했다.
이목희 의원은 “보건당국은 2011년 이번 사건 발생 이후에도 의료기기 유통에 대한 제도개선 등 대책을 수립하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실제 의료기기는 의약품보다 불공정거래나 리베이트 규제 장치가 미흡한 실정이다. 특히 정부의 의약품 리베이트 규제 대책에서도 의료기기 분야는 세부적인 지침이 마련되지 못하고 있다.
현재 ‘의료기기법시행령’ 10조의 2는 의료기기 품질 확보방법 및 안전과 관련된 판매질서 유지는 총리령으로, 그 외 판매질서 유지 등에 관한 사항은 보건복지부령으로 명시돼 있다.
의료기기의 품질 인증 등은 식약처에서, 의료기기 유통 상의 문제는 복지부가 담당하는 식으로 이분화됐다. 하지만 식약처의 ‘정부 조직 개편에 따른 부처간 소관 업무 현황’을 보면 식약처와 보건복지부 공통수행 사항으로 규정됐다.
이목희 의원은 “이처럼 주무부처 이원화 및 규정의 미흡함으로 인해 양 기관간에 업무해석의 차이로 업무 떠넘기기에 급급하다”며 “문제 발생시 책임회피로 인한 부처 간의 갈등을 유발할 소지가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식약처에 유통·안전·부작용 등 의료기기에 관한 정보가 많은데 품질 및 유통관리를 복지부와 따로 구분해서 관리하는 것은 비효율적”이라며 “식약처가 복지부 산하에서 독립한 이상, 의료기기 품질 인증은 물론 유통 전반까지도 규제 감독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