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메르스 확진 환자가 발생하거나 거쳐 간 의료기관들 공개에 나섰지만 이미 형성된 국민들의 공포감은 쉽사리 사라지지 않고 있는 상황이다.
게다가 정부가 24곳의 병원 이름을 공개한 지 하루도 되지 않아 5곳의 메르스 환자 경유병원이 추가되자 ‘병원들 중 메르스로부터 안전한 곳은 없다’는 불안감도 고조되고 있다.
메르스 확진환자가 경유해 가지 않은 병원 관계자들 역시 “현재는 병원 내 확진환자가 없지만 곳곳에서 환자가 발생하고 있는 양상을 봐서는 언제 우리병원에 환자가 들어올지 모르는 상황이지 않느냐”고 전했다.
지난 8일 서울 소재 A 대학병원 로비 역시 일주일 중 환자가 가장 몰리는 월요일임에도 한산한 모습을 보였다. 평소 70명 넘는 환자들이 대기하던 원내 접수창구의 대기인원은 점심시간이 지나가자 0명을 기록하고 있었다.
또한 병원을 내원한 한 환자의 “메르스 의심환자가 있다는 이야기를 들었는데 사실이냐”고 묻는 질문에 해당병원 직원이 “아니다”라고 답하는 장면이 목격되기도 했다.
이 같은 환자들의 불안감은 최근 병원 인근 아파트에 게재된 공고문과도 무관하지 않다.
아파트 관리사무소가 부착한 공고문에는 “A 대학병원이 메르스 거점병원으로 지정돼 있으므로 병원 출입 시 마스크를 꼭 착용하여 주시고, 병원 주변으로 다니실 때도 각별히 유의하여 주시기 바랍니다”라는 내용이 담겼다.[아래 사진]
확인결과 거점병원 지정은 사실이 아니었지만 이미 해당 내용은 지역사회 주민들에게 SNS 등을 통해 퍼지고 있는 상황이다.
A 대학병원 관계자는 “화인되지 않은 정보를 왜 아파트 관리사무소가 게재했는지 모르겠다”며 “해당 게시글을 지금은 내린 것으로 알고 있지만 이미 주말 사이에 게시글을 찍은 사진들이 지역주민들에게 퍼진 것으로 알고 있다”고 전했다.
이와 비슷한 사례로 서울 소재 B 대학병원 역시 거점병원으로 지정됐다는 소문에 휩싸이기도 했다.
광명시의 모 병원이 B 대학병원을 포함해 메르스 검진 시행병원으로 선정된 거점병원이라며 몇몇 병원들을 환자들에게 잘못 안내했기 때문이다.[아래 사진]
이후 '사과문'을 통해 거론한 병원들이 거점병원이 아님이 알려졌지만, 이미 관련 사진들이 인터넷 커뮤니티를 돌아다니다보니 '논란이 커지니 일단 표면적으로 아니라고 하는 것 아니겠느냐'라는 의문성 댓글이 달리고 있는 상황이다.
B 대학병원 관계자는 “메르스와 관련해 온라인에서 나도는 소문들이 많다보니 이에 대해 병원이 직접적으로 대처하기 힘들다”며 “정부가 확진환자 경유 병원 명을 공개했으니 관련 없는 병원들에 대한 헛소문들은 어느 정도 해결될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선제적 대응·병원시설 때문에 오해사기도"
이외에도 메르스 예방을 위해 병원 내 임시진료소를 설치하거나 질 높은 의료서비스를 제공하고자 갖추고 있는 격리병상 때문에 오히려 환자들로부터 기피대상이 되는 아이러니한 상황도 발생하고 있다.
실제 메르스 확산 초반에는 의심환자의 응급실 진입을 막기 위해 서울소재 대형병원들이 선제적으로 설치한 임시진료소의 사진들이 온라인 상에 퍼지며 해당 병원에서 마치 메르스 확진환자가 진료를 받고 있다 오해를 사기도 했다.
또한 최근 인터넷 켜뮤니티에서는 대형병원들이 격리병상을 갖추고 있다는 이유만으로 메르스 환자가 이송될 가능성이 높아 피해야 한다는 이야기가 나오면서 곤혹을 치르고 있다.
격리병상을 갖추고 있는 인천소재 C 대학병원 관계자는 "격리병상은 병원이 감염관리에 만전을 기할 수 있는 시설을 갖추고 있다는 것인데 오히려 환자들의 불안감이 커진다고 하니 억울한 측면도 있다"며 "초반에 메르스에 대한 잘못된 정보들이 온라인 상에 퍼지고 병원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이 강하게 형성되다보니 이 같은 현상이 일어난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 같은 오해와 소문과는 무관하다고 해도 현재까지 발생한 확진환자들이 ‘병원 내 감염’이라는 점에 초점이 맞춰지면서 메르스 확진환자 경유 병원이 아닌 대다수의 의료기관들도 환자감소를 겪고 있다.
서울소재 D 대학병원은 “정확한 통계는 아직 안 나왔지만 지난주보다 병원 이름을 발표하고 난 직후 환자가 줄어든 것 같다”며 “병원이 구설수에 오르지 않았지만 현재는 국민들이 원내감염이라는 점에 민감하게 반응하다보니 급하지 않은 상황에서는 내원을 꺼리고 있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