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의사협회가 대정부 투쟁에 본격 돌입했지만 일선 분만병원들의 참여도는 미미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국민불편 초래를 통해 여론 환기가 절대적으로 필요한 의사협회로서는 위급성이 큰 분만병원들의 동참이 절실하지만 상황은 녹록해 보이지 않는다.
20일 의료계에 따르면 전국 분만병원들은 일단 이번 대정부 투쟁에 동참하지 않는 쪽으로 방향을 설정했다. 취지는 공감하지만 산모들을 볼모로 권익을 내세울 수 없다는 판단에 따른 조치다.
서울에서 분만병원을 운영하는 A원장은 “의협의 대정부 투쟁 취지에는 공감하지만 동참하기에는 부담스럽다”면서 “분만병원 특성상 응급상황이 발생하면 휴일이나 야간에도 진료를 해야 하기 때문에 진료시간 단축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경기도에서 분만병원을 운영하는 B원장 역시 “분만병원들이 대정부 투쟁에 동참하기는 힘들다”면서 “내부적으로 일단 동참하지 않는 쪽으로 약속을 했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B원장은 "분만병원도 동참을 하는 것이 맞지만 진료의 위급성을 감안하면 쉽지 않은 결정"이라며 "가뜩이나 분만할 곳이 없어 불편한 환자들을 외면할 수는 없는 노릇"이라고 토로했다.
대구에서 분만병원을 운영하는 C원장도 "의협과 시도의사회 등 대표자들이 급작스럽게 결의한 것이지 일선 의료 현장까지는 공감대 형성이 안됐다"면서 "현실성이 떨어지는 로드맵이다. 동참은 힘들다"고 피력했다.
광주에서 분만병원을 운영하는 D원장은 "토요일 휴무에 대해서는 노코멘트"라며 "다른 분만병원들과 함께 행동하겠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 대한분만병원협의회 고위 관계자는 “이번 주부터 동참은 힘들다. 만약 동참을 하더라도 어느 정도 방향이 설정된 후 가능하고 다소 시일이 걸릴 것”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아직 전국 분만병원들의 의견이 일치가 된 것은 아니다. 하지만 일단 동참은 하지 않고 지켜보기로 했다"고 유보적인 입장을 전했다.
분만병원 뿐 아니라 의협의 든든한 지지 세력으로 언급됐던 전공의들의 참여 여부도 불투명해지고 있다.
대한전공의협의회가 대정부 투쟁 로드맵과 관련한 인터넷 설문조사를 벌인 결과 19.84%만이 "준법투쟁이 가능하다"고 답했다. 전공의 과반수가 “좋은 의견이나 현실적인 수정이 필요하다"고 응답한 것이다.
전공의나 일선의료 현장의 의사들은 이번 의협의 대정부 준법투쟁 취지나 목적에 대해서는 공감을 하지만 현실적으로는 다소 무리가 있다는 반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