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술 후 질환 치료 모습 보이지 않고 결과가 좋지 않아 환자가 불편을 겪더라도, 의사의 충분한 판단 및 재량권 아래 이뤄진 수술이라면 병원이 져야할 책임은 없다는 법원 판결이 나왔다.
수술 이후 환자의 질환 증상이 악화됐더라도 의사의 진료재량권을 인정해야 하며, 증상에 합당한 수술과 신속한 진료를 시행했다면 병원이 물어야 할 손해배상도 없다는 것이다.
서울고등법원 제9민사부(재판장 강민구)는 환아 부모가 제기한 "환아에게 하지 않아도 될 과잉수술을 시행해 병을 악화시켰다"는 주장에 대해 "의사가 자신의 의료수준과 지식 및 경험에 준해 진료를 행했다면 의사의 수술재량권을 인정해야 한다"며 "수술 결과가 나쁘다고 해서 의사와 병원에게 과실을 물어야 할 법적 근거는 없다"고 지난 4일 판시했다.
이로써 환아 가족들은 병원을 상대로 제기한 1억8천여만원의 손해배상액에 대해 권리를 인정받지 않게 됨은 물론, 민사소송과 항소에 쓰인 비용 또한 전액 부담하게 됐다.
사건은 정상적인 배변을 보지 못하고 복부팽만감, 배변시 극심한 통증을 호소하는 질환인 '선천성 거대결장증'을 지닌 6세 환아가 대학종합병원에서 완치를 목적으로 직장·항문 수술을 받은 후에도 출혈 및 직장 내 누공, 항문괄약근 조절 기능 저하 및 변실금 등의 질환을 보인 것이 발단이 됐다.
환아 부모는 재수술을 거듭한 후에도 증상 호전양상을 보이지 않고 병환이 깊어지자 과잉진료·수술의 이유를 들어 병원을 상대로 민사소송를 진행했다.
환아측은 ▲수술없이 자연히 호전되는 질환임에도 과잉진료 시행 ▲수술기구를 과도하게 조작한 술기상 과실 ▲출혈 이후 지혈조치 소홀 ▲감염 관리 소홀 등의 주장을 제기했다.
하지만 앞서 서울중앙지방법원 민사부도 환아측이 제기한 모든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고 병원측 손을 들어줬었다.
환아측은 이에 반발해 고등법원에 항소했지만 고등법원 역시 민사법원과 판결의 맥을 같이해 "의사는 수술 및 치료재량권을 갖고 병원이 과잉진료한 증거는 없다"며 환아측 항소를 기각했다.
합리적인 범위를 벗어나 치료한 사실이 아닌 경우에는 수술 후 환자의 질환이 호전되지 않고 악화되더라도 병원의 책임은 없다는게 고등·민사재판부 판결의 골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