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과대학생 진로와 수련병원 선택권 차원에서 수련정보시스템을 마련해 선택의 기회를 부여하겠다고도 했다.
하지만 초미의 관심사인 인턴제 폐지 시기는 말을 아꼈다. 최근 의대생 설문조사에서 2018년이 1순위로 선호됐으나, 해석의 여지가 많다며 유보적인 태보를 보였다.
정제혁 복지부 의료자원정책과 사무관은 11일 오후 무주덕유산리조트에서 열린 '전국의과대학교수협의회 2013년 춘계세미나'에서 인턴제 폐지 정책 방향을 이같이 설명했다.
정 사무관은 "학생들의 우려가 여전한 것 같다. 그간 설문조사를 진행하는 등 학생들 의견을 적극 수렴해왔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학생과 의료계가 궁금한 것은 선발과정과 정원규모라고 생각한다"며 "정원은 RI과 NR1을 별도로 배정하는 등 충분히 고려할 생각"이라고 전했다.
수련병원 선택권이 제한된다는 우려에는 수련정보시스템 구축을 대안으로 제시했다. 정 사무관은 "학생들이 100시간 이상 근무를 걱정하는 게 사실"이라면서 "레지던트가 일시적으로 늘어나면 퇴근시간도 빨라지고 업무 부담도 줄어들 것"이라며 긍정적인 면을 부각시켰다.
수련병원 퇴출에는 유보적 입장 피력
의대생 실습 강화에 따른 의료사고 가능성에는 "비단 학생만의 문제가 아니"라고 잘라 말했다. 인턴 수련병원의 사정이 어려워질 것이란 의견에는 "고민을 많이 하고 있다"고 밝혔다.
수련역량이 부족한 병원을 퇴출하는 것은 "대학병원 말고도 여러 의료기관에서 수련하면 다양한 경험을 살릴 수 있다. 요건을 갖추지 못해도 중소병원 등에서 일정 기간 경험을 쌓도록 기회를 확보하는 것도 중요하다"고 유보적인 입장을 보였다.
정 사무관은 "의대생들이 가장 많이 선호한 2018년에 인턴제를 폐지할지는 고민해야 한다"며 "대학이 실습을 강화하는 등 노력하면서 학생을 설득하고, 이를 바탕으로 폐지 시점을 정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의대 교수들 다양한 해법 제시
의대 교수들의 해법과 시각은 다양했다. 정훈용 전국의과대학교수협의회장(서울아산병원 소화기내과 교수) 주재로 주제발표가 이어졌다.
왕규창 대한의학회 부회장(서울의대)은 인턴제 폐지 전제조건으로 책임 있는 교육관리, 업무 효율화를 위한 보조인력 충원, 의대-의전원 임상교육 내실화 등을 제안했다.
왕 부회장은 "의료계가 인턴제 폐지에 목소리를 내야 한다"며 "얼마의 시간이 남았는지는 모르지만 대학과 학회가 미리 준비해 학생들이 불안하지 않도록 노력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사진 : 11일 무주덕유산리조트에서 열린 전국의과대학 교수협의회 세미나>
김재중 대한의학회 수련교육이사(서울아산병원)는 "NR1 공통 수련프로그램이 6개월을 넘지 말아야 한다는 게 의학회의 권고안"이라고 소개했다.
김 이사는 "전공의들이 전문가로 성장하려면 공통역량을 강화해야 하며, 지도전문의 역할이 중요하다. 미국의 사례를 보더라도 전공의 멘토로서 수련과정에 깊숙이 관여한다"고 덧붙였다.
김 이사는 "보편적 진료역량과 전공과목이 목표로 하는 특수역량 등을 골고루 갖춘 전문인을 양성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안덕선 한국의학교육평가원장(고대안암병원)은 "제도를 폐지하는 것보다 임상교육을 강화하는 것이 더 어렵다"며 "탈의국적 사고와 탈종족주의, 계몽적 행정을 지향하는 자세가 중요하다"고 말했다.
또 임상실습이 잘 이뤄지도록 "공공자원을 투입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의료 분야에서 공공성이 낮다는 미국도 정부 지원을 받아 전공의 수련이 이뤄지고 있다"고 거듭 강조했다.
김광호 대한병원협회 평가수련이사(이대목동병원장)는 인턴제 폐지를 반대하지 않았지만, 병원계 입장에서 우려를 표명했다.
김 이사는 "수련병원별로 자율적 서브인턴십을 활성화해 학생들의 진로탐색 기회를 늘려야 한다"며 "의료사고 발생에 따른 책임 한계 등도 고민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인력공백 문제도 생각해야 한다. 가정의학과 수련병원으로 조정하는 것이 현실적인 대안"이라고 제안했다.
그는 "레지던트 선발의 객관성을 확보하고 다양성이 보장돼야 한다"며 "인력공백과 인턴수련병원에 관한 대책이 나와야 한다"고 주장했다.
"의사국시 응시 자유롭게" 주장도 제기
공식 주제발표 이후 이어진 질의응답에서는 인턴제 폐지에 관한 교수들의 문제 제기와 대안이 잇따라 제시됐다.
먼저 수련과정과 그 이후의 의료현장에서 괴리가 발생하며, 인턴제가 문제가 아니라 제도 운용에서 많은 문제를 노출했다는 지적이 나왔다.
정부가 조세를 통해 전공의 수련을 지원해야 한다는 의견, 일정 기간 교육 이후에는 자유롭게 국가시험에 응시하는 시스템을 만들어야 한다는 주장도 있었다. 졸업을 앞두고 국시를 보면 학생들이 시험에만 매달려 임상실습에 제대로 참여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인턴제 폐지도 중요하지만 4년간 수련하고도 기초적인 수술을 못하는 현상이 벌어진다는 문제 제기도 있었다. 복지부가 인턴제 폐지를 명확히 해달라는 주문도 나왔다.
정 사무관은 "좋은 아이디어를 주면 검토하겠다"면서 "전공의 양성에 얼마의 돈이 필요한지는 올해 추계해보도록 하겠다"고 답변했다.
그는 그러면서 "가장 중요한 것은 학생실습을 강화해야 한다는 것이며 의대 교수들의 역할이 중요하다"고 원칙론을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