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정부가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정책', 이른바 '문재인 케어'를 발표한지 두달이 지났으나 좀처럼 재원 논란에 대해 납득할만한 해명을 내놓지 못하는 모습이다.
국회 보건복지위원회는 12일 국회에서 보건복지부에 대한 국정감사를 실시했다.
야당 의원들은 30조6천억원이라는 정부 재정 추계의 현실 가능성에 대해 전방위적 공세에 나서는 동시에 보건복지부의 미흡한 자료제출에 대해 집중 질타했다.
자유한국당 김상훈 의원은 문재인케어를 '아이돈케어(I don't care)'에 빗대고는 "문재인 케어가 정교하고 치밀한 분석, 그리고 전문가 및 여론 수렴 등이 부족하다는 말이 있다"며 "정부는 현재 비급여 걱정 없는 든든한 나라라는 광고까지 하고 있는데 병원비 걱정이 없는 나라라고 했지 건보료, 세금 걱정 없는 나라라고 하지 않는다"고 비꼬았다.
그러면서 "재정추계에 대한 정부 답변이 거의 없다"며 "전반적으로 재정대책이 부실해서 많은 국민들이 우려하고 있다는 것을 염두해 달라"고 강조했다.
같은 당 김승희 의원은 "복지부는 재정추계와 관련해서 수없이 많이 시뮬레이션을 돌렸다고 했다. 제가 그 자료를 달라고 요구했는데 그동안 제출하지 않더니 어제 자정께야 왔다"며 "소통하는 정부라더니 국회의원한테 정보를 꽁꽁 숨겨서 뭐하는가. 이러한 행태를 장관이 고쳐주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김명연 의원도 "30조6천억원이라는 추계가 명확하지 않다. 대통령이나 장관이 직접 계산한 것은 아니지 않나"라며 "법을 어기면서까지 돈을 쓰겠다고 하고, 기획재정부로부터 확보도 못할 예산을 5년 동안 확보하겠다고 장담하고 있다. 결국은 보험료 인상으로 이어지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바른정당 박인숙 의원 역시 "정부는 '문재인 케어' 소요비용 추계 30조6천억 원이라는 수치를 내놓았는데, 대한의사협회(의협) 추계를 보면 4조 원이 더 드는 것으로 돼 있다"며 "주먹구구식은 아니더라도 정확하지 않은 자료들"이라고 꼬집었다.
반면 여당은 이 같은 야당의 공세를 방어하는 한편 적극적으로 '문재인 케어'를 옹호했다.
더불어민주당 기동민 의원은 "노무현 전 대통령이 건강보험 보장성 80%를 약속했고, 이명박, 박근혜 전 대통령도 75% 보장을 약속했지만 지키지 못했다"라며 "건보 보장성 강화는 실현 가능한 70% 보장률을 목표로 전 국민이 각종 의료비 걱정 없이 사는 나라를 만들려는 것"이라고 지지했다.
또한 "지난 대선 바른정당 유승민 후보도 현재 문재인 케어와 비슷한 공약을 내놨다"며 "아동수당의 경우에도 한국당, 국민의당, 바른정당 모두 현재안보다 2~3배가량 많은 재정이 투입되는 공약을 내걸었다"라고 야당의 공세를 '정부 발목잡기'로 규정했다.
남인순 의원은 "적폐청산 과제가 제대로 진척되지 않는다는 지적이 있다. 건강보험부과체계가 왜 이렇게 됐는지나, 진주의료원 폐업 등에 대해 조사해야 하는 것 아니냐"고 반문하고는 "사회보장위원회에서 지자체와 갈등을 계속하고 있는 문제도 있고, 조직문화를 봐도 직무태만 문제가 있다"고 의료적폐에 대한 공세를 펼쳤다.
박근혜 정부 보건복지분야 블랙리스트 작성 제기
그동안 문화계 중심으로 거론됐던 블랙리스트 논란이 나오기도 했다.
권미혁 의원은 "박근혜 정부에서 복지부도 블랙리스트를 작성, 관리했다"며 "복지부에도 블랙리스트가 있다는 것을 알고 있나. 2014년 5월 작성된 블랙리스트를 보면 박능후 장관의 이름도 올랐다"고 말했다.
이어 "복지부 사업체에 참여했던 여성장애인연합 등 4개단체 관계자가 이름을 올리고 있다"며 "전면적인 조사가 필요한 대목"이라고 주장했다.
박능후 장관은 이 같은 야당의 지적에 대해 "재정에 초점을 두면 우려하는 게 당연하다"면서도 "그동안 건강보험의 보장성이 낮았기 때문에 고통받았던 국민들을 생각하면 또 다른 시각도 가능하다"고 답했다.
그러면서 "정부가 제시하는 대책은 정말 현실적으로 필요하기 때문에 재정적 어려움을 감수하고라도 목표 의식을 갖고 시작하는 것"이라며 "서민 부담을 줄이고 형평성을 높일 수 있도록 소득 중심의 건강보험료 부과체계를 개편해 내년 7월 시행할 수 있도록 만전을 기할 것"이라고 강조했다.